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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성훈(왼쪽)씨가 세살배기 아들 민혁 군을 안고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아내·세 남매와 참가한 좌성훈씨 “부끄럽지 않는 아빠 되고파”

다른 지방에 사는 오랜 친구의 한 마디가 제주 토박이의 폐부를 찔렀다. 그는 곧바로 서귀포시 강정마을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훑어봤다. 그리고 직접 강정마을을 찾았다.

그가 마주한 강정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의 고통과 상흔이 가득했다.

좌성훈(34)씨는 아내 고경선(35)씨와 세 자녀 민서(6.여), 민혁(3), 그리고 생후 7개월의 민지 양과 함께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했다. 민지 양은 이번 평화대행진의 최연소 참가자다.

좌씨가 걸음마도 떼지 못한 딸까지 데리고 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이유는 하나다.

아이들이 ‘능동적’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가 강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당시 육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강정마을에 '큰 일'이 있어 반대 운동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간다”고 말했다.

좌 씨는 “강정 마을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친구는 “넌 제주도민이 어떻게 강정 해군기지 상황도 모르냐”고 면박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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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씨의 아내 고경선(맨 왼쪽)씨가 큰 딸 민서양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유모차에는 생후 7개월된 막내 민지양이 타고 있다. 또다른 참가자가 고경선 씨를 대신해 유모차를 끌고 있다. ⓒ제주의소리

당시 좌씨는 제주도민보다 오히려 타 지역 사람들이 강정 마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후 좌씨는 강정 마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좌씨가 평화대행진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비영리단체에서 대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2년 대학생 몇몇과 평화대행진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했다.

큰 딸 민서양은 평화대행진(7월27일~8월1일) 참가 전날만 해도 ‘캠핑’을 가는 줄 알고 무척 신났단다. 하지만, 민서양의 캠핑(?) 장소는 온종일 땡볕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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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고경선씨의 손을 잡고 걷던 좌민서 양이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힘에 부친 민서양은 아빠에게 “아빠, 근데 왜 강정까지 걷는 거야?”라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좌씨는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 허락 없이 군인들이 마을에 들어온다고 해서 걷는거야”

민서양이 다시 물었다.

“마을 사람들 허락이 없었는데, 왜 군인들이 들어오는 거야?”

좌씨는 “그래서 반대하는 거야. 반대하기 때문에 걷는 거고”라며 “그러니까 민서도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열심히 걷자”라고 다독였다.

민서양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말없이 걸었다.

순간 코끝이 찡했다. 좌씨는 그런 큰 딸이 대견스러웠다.

좌씨는 기독교를 믿는다. 교회를 가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강정 마을을 지날 때마다 자연스레 회개 기도를 하게 된단다.

“강정 마을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아이들과 조금 걷는다고 큰 힘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민서⋅민혁⋅민지 세 남매는 너무 어려서 나중에 크면 평화대행진에 함께했던 사실 조차 잊어버릴 수 있다.

좌씨에게 세 남매가 어른이 된 후 평화대행진에 대해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해 줄 것이냐고 질문했다.

“부모로서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어. 강정 마을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강정 마을 주민들을) 응원했단다. 너희들이 직접 보고 배웠으면 했어. 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랐단다. 수동적인 인생은 옳지 못하단다. 불합리에 맞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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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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