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112억 증액’부동의 하자 가결 정면 돌파…원희룡 지사 “감정적 삭감” 재의 요구 수순

제주도의회가 제주도가 제출한 제2회 추경예산안 중 112억을 삭감 조정한 수정안을 집행부의 부동의 의견에도 가결했다. 지금까지는 예산 편성·심사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을 했다면 앞으로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과 10대 의회가 예산 문제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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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는 28일 오후 332회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2015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의 예결위 수정가결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6명 중 찬성 34,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파란색이 찬성, 노란색이 기권, 하얀색은 부재중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는 28일 오후 2시 제332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2015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의 예결위 수정가결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6명 중 찬성 34,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이날 상정된 수정안은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안 중 메르스 관련 제주관광 정상화를 위한 홍보마케팅(60억) 등 112억6996만원을 삭감해 가공용 감귤수매가격 차액보전(40억1673만원) 등으로 증액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꼭 필요한 예산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편성돼야 한다. 이번에 의회에서 증액된 사업들을 보면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안, 공모사업인데도 이미 사업자가 내정된 사업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결국 특혜성 보조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부동의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원 지사는 “예산부서를 중심으로 이런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결렬이 되자, 도의회는 원래 협의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예산까지 대폭 삭감됐다”며 “신설항목 전체를 포함해 의회에서 증액된 사안에 대해서는 ‘부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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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예결위원회가 ‘112억’을 삭감한 수정예산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이날 도의회가 ‘112억 삭감 예산안’을 가결함에 따라 제주도는 곧바로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하면 도의회는 재의결(재의요구 부결)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법적 소송으로 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는 의회가 의결한 ‘수정예산안’으로 집행해야 한다. 의회에서 삭감된 예산은 집행할 수 없다. 제주도는 의회에서 증액(신규 비목설치 포함)한 예산에 대해서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의 가계부가 애초 설계한 것보다 상당부분 어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날 추경예산안 가결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회 안팎에서는 집행부가 부동의할 경우 ‘부결’로 맞불을 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계수조정 ‘전권’을 부여받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용)가 증액 규모를 놓고 집행부와 수차례 물밑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예결위원장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서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와 막판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이들은 아예 지사 얼굴도 보지 못해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제주도가 제출한 2회 추경예산안 일반회계 세출예산 중 112억6996만원을 삭감한 뒤 쓰임새를 재조정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는 당초 삭감 예상 규모 75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심사 과정에서 산출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은 메르스 관련 제주관광 홍보마케팅 60억원을 비롯해 해양관광 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6억8000만원, 자원순환마을 시범사업 운영 2억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이렇게 삭감된 예산은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 차액 보전 사업 40억1673만8000원, 무 세척시설 현대화 지원사업 1억3000만원, 제주도농아복지관 기능 보강 1400만원 등으로 증액 편성했다.

예결위는 이와 함께 제주도가 명시이월 요청한 예산 280건 2979억원에 대해서는 ‘불승인’했다. 이는 연말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집행하라는 주문이다.

추경예산안 처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고태민 의원(새누리당 원내대표)은 “예산은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대표 입장에서 어제(27일)부터 원희룡 지사를 면담하려고 노력했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가 이런 것인가 후회를 한다. 백의종군해서 제주발전과 도의회 위상을 지켜내는데 노력하겠다”며 원내대표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에게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인 현우범 의원(남원)도 관광공사 전출금(60억)과 관련해 “속기록까지 확인했는데, 제주도가 사실을 왜곡해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추경을 둘러싼 집행부의 대응태도를 문제 삼았다.

구성지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국회나 다른 의회에서 전부 인정하고 있는 증액에 대해 왜 원희룡 도정만 거부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집행기관은 달라지는 것 없이 의회만 개혁하겠다고 한다면 반드시 벽에 부딪히고 도정의 진로에 엄청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경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의회는 집행부가 요구하는 대로 사업설명서도 전부 첨부하고,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이행했다. 사실성 의회가 집행부의 예산심의를 받은 셈”이라며 “그럼에도 의원들의 증액 요구분의 31%만 인정, 협상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의장은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남원북철’(南轅北轍) 고사성어를 인용한 뒤 “도정과 의회가 이처럼 서로 엇박자다. 계속 엇박자로 나가야 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방이 아닌 쌍방의 눈으로, 대화하고 타협해야 되는 것”이라며 ‘정치 복원’통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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