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원도심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중앙지하상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제주시는 안전을 이유로 올해 말부터 지하상가의 대대적인 개·보수에 돌입할 예정이고, 상인들은 여기에 숨은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 ‘전대’(轉貸) 문제를 놓고도 말이 무성하다. <제주의소리>는 현재 지하상가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고,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찾아보려고 인천, 서울, 대전, 창원, 부산 등 전국 주요 지하상가 현지 취재에 나섰다.[편집자 주]

▲ 26일 오후 대현프리몰 창원점의 모습. 젊은 쇼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 제주의소리

[제주지하상가 논란, 해법은?] ⑥ 대현프리몰 창원점...300억 투자 업체에 20년 운영권 보장

2012년 창원시는 합성동 지하도상가(현 대현프리몰 창원점, 전 동마산 합성동 지하도상가)에 대해 ‘민간 위탁’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그해 12월 창원시가 '합성동 지하도상가 관리운영 조례'를 제정하면서 민간 위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대현프리몰 창원점은 지난 1993년에 ㈜대현프리몰의 전신인 대현실업(주)이 당시 마산시(현 창원시)의 '합성동 도시계획사업 시설투자자 공모'에 참여해 총사업비 25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 6746㎡의 지하도상가를 개발하고 20여 년간 관리·운영해왔다. 

창원시는 민간개발사업자의 20년 사용기간이 끝나 시로의 귀속을 앞둬 합리적 관리운영 방식을 찾던 중,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기보단 민간 기업이 지하상가 전체를 통째로 맡아 관리·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믈론 씽크탱크 경남경영경제연구소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것으로, 민간위탁관리가 상권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시의회 동의를 받아 위탁운영자를 공모키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위탁운영자 공모가 단순한 위탁운영이 아니라 ‘위탁운영 및 대수선 사업 공모’였다는 점. ‘대수선’이란 건 리모델링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공사비를 감안해 다시 최대 20년의 사용권한을 허가해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새로운 사업자 공모에서 기존 상가를 운영해오던 민간사업 시행자인 대현프리몰이 다시 사업자로 선정됐다. 300억원의 사업비를 부담해 준공 후 시에 시설을 기부하면, 대현프리몰은 일정기관 관리 운영권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 대현프리몰 창원점의 모습. 2014년 4월 리모델링이 완료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상가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첨단 보안시스템. ⓒ 제주의소리

  장고 끝에 민간위탁으로 활로 찾은 창원 합성동지하상가


대현프리몰 창원점은 앞서 1993년 5월 1일 첫 개장 이래 20년간 사용해오면서 시설 대부분이 노후화됐고,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점점 찾는 사람이 줄자 상인들 사이에서 리모델링과 특화 목소리가 높아졌고, 창원시가 장고 끝에 이같은 민간위탁을 결정한 것.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대현프리몰은 합성동 지하도 상가 콘셉트를 'Glee(기쁨)+Mallie(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젊은 여성)'의 합성어인 '글리몰리(glee mallie)'로 정했다. 여성 소비자를 위한 수유실, 놀이방이 결합된 휴게 공간을 비롯해 고객지원센터, 스마트 라운지 등도 새롭게 만들었다. 

또, 구간별로 윈드 스트리트(Wind Street), 라이트 스트리트(Light Street), 사운드 스트리트(Sound Street), 트리 스퀘어(Tree Square), 워터 스퀘어(Water Square), 드림 스퀘어(Dream Square) 등으로 세분화해 개발함으로써 최신 트렌드의 확 달라진 쇼핑명소로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노력했다.  

당시 리모델링(대수선)으로 지하 상가에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도 새로 설치됐다. 주차장, 화장실 개선, 시민편의시설, 휴게 공간 확충, 바닥·천장 등 노후시설 교체,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됐고, 현재 제주시가 중앙지하상가에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인 노후한 소방·전기통신 시설 교체 등은 물론 냉난방·공조 공사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대현프리몰은 2013년 10월1일부터 합성동 지하상가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6개월가량의 전면 공사를 진행, 지난 해 4월1일 ‘대현프리몰 창원점(옛 합성동 지하도상가)’이란 이름의 확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대현프리몰 창원점은 총길이 517m, 폭 35.4m, 83대를 수용가능한 주차장 등 총 면적 8470㎡ 규모다. 점포수는 모두 231곳이다.

약 300억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투자하고, 다시 20년 동안 사용기간을 보장받은 대현프리몰. 매달 3억1000만원의 임대료 수입을 얻고 있지만 추후 임대보증금 반환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투자 금액의 4% 수준이다. 

상인들은 매출이 올라 창원시의 민간위탁 결정을 만족스러워 했다.

20년째 이 곳에 장사를 하고 있는 김진원(57)씨는 “리모델링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됐다. 말 그대로 신상권으로 바뀌게 된 셈”이라며 “쇼핑객들의 호응도도 좋고 매출도 늘어나 요즘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사업자인 대현프리몰에 따르면 리모델링 후 상가들의 평균 매출은 그 전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규모가 작은 곳은 매달 1200만원, 규모가 큰 곳은 4000만원까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사업자 측의 설명. 

이성 대현프리몰 창원지사장은 “지하상가 공개 입찰을 통해 전반적으로 사업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사업관리주체가 관리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관이 주도하는 것 보다 민간이 하는 게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라며 “이 합성동 일대는 과거 동마산이었고, 현재도 창원시의 중심상권이 아니고 변두리 상권인데도 리모델링 이후 빈 점포 없이 활성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성 지사장은 또, “대구의 중앙로 지하상가 역시 민간이 관리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반면, 부산 국제지하상가, 전주 중앙지하상가 등은 지자체나 시설공단 등 관이 직접 관리·운영하면서 매년 시 재정을 투입함에도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전국 지하상가의 다양한 사례가 민간 운영의 필요성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 대현프리몰 창원점의 모습. 2014년 4월 리모델링이 완료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최대 83대 수용 가능한 주차시설. ⓒ 제주의소리

  양도·양수, 전대는 창원시도 풀지 못한 숙제 


무엇보다 대현프리몰 창원점의 가장 큰 특징은 양도·양수와 전대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현프리몰 측은 상권활성화를 위해 양도·양수와 전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현프리몰 창원지사 관계자는 “공유재산 관리 측면에만 치중하다보면 활용할 수 있는 재산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상권침체가 이뤄지게 된다”며 “관이 사경제의 영역에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할 경우 상권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의지가 꺾일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창원시 합성동 지하도상가 관리운영 조례에는 ‘임차인은 관리인의 사전승인 없이는 점포를 양도·양수 또는 전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임차인인 상인이 관리인인 대현프리몰의 사전승인을 받을 경우 양도·양수나 전대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 관리인인 대현프리몰 측도 현재 양도·양수, 전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와 생각이 달랐다.

창원 경실련 이지영 집행위원장은 “전대를 통해 과도하게 권리금이 오고가는 건 부적절하다”며 “전통시장과 지하상가 등에서 점포 주인 따로, 장사하는 사람 따로 있는 등 한 점포를 두고 이중삼중의 권리가 복잡하게 얽히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권리금 거래는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측면이 크다. 지자체가 정책적인 제도개선에 대해 적극 앞장서야 한다”며 양도·양수 또는 전대 등의 과정에서 불어나는 권리금 등의 부작용을 막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창원시는 양도·양수는 물론 특히 전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양도·양수, 전대 등을 통해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재임대를 하는 식은 안된다”면서도 ‘전대 등에 대한 단속 의지가 있느냐’를 묻자 “현재 관리·운영권을 대현프리몰에 전부 위임했기 때문에 그 부분 까지 검토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권리금이 오고가는 문제는 검토해보지 못했다. 해당 지역 관리는 마산 회원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화살을 구청으로 돌렸다.

마산 회원구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전대 등의 위법 여부를 묻자, “그 부분까지 검토를 못해봤다. 실제로 전대가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저희는 단지 유지관리를 하는 부서일 뿐이다. 현재 그 때문에 지적이나 민원이 제기된 바는 없다”면서 역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공유재산인 지하도상가의 관리·운영 주체를 놓고 전국 지자체의 고민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핵심은 ‘상가 활성화’다. 여기서 관이 주체가 될지 민간에 위탁할지가 결정된다. 공모를 통해 민간에 위탁하면서 활기를 되찾은 창원 합성동 지하도상가(대현프리몰 창원점). 

그러나 이곳도 여전히 ‘양도·양수’와 ‘전대’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제주 중앙지하도상가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도의회와 관리관청인 제주시, 그리고 제주 중앙지하도상가 상인회가 함께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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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대현프리몰 창원점의 모습. 젊은 쇼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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