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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초점] 조직 안정, 업무 연속성 고려 전보 최소화…국장급 승진선물·女 전진배치 눈길

상반기 인사가 워낙‘파격적’이었던 탓일까. 이에 비해 31일 단행된 하반기 정기인사는 ‘무난함’그 자체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예측 가능한 인사로, 일 중심의 성과와 업무연속성을 염두에 둔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면 집권 2년차를 맞아 실시한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이라는 선물을 통해 충성심을 높여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원희룡 지사의 ‘입’(소통정책관)과 ‘문고리’(비서실장)는 최측근들에게 그대로 맡김으로써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한 점은 ‘원희룡표 용인술’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31일 8월3일자로 승진 104명, 전보 353명 등 45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부이사관(2급) 2명과 서기관(4급) 5명, 사무관(5급) 15명이 직급 승진했다. 또 사무관 9명은 직위(직무대리) 승진하는 등 5급 이상에서만 총 31명이 승진 파티를 하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본청 국장급 라인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공석인 제주시 부시장은 김순홍 제주시 안전자치행정국장을 자체 승진 발탁했고, 해양수산국장에는 보직 대기 중이던 현공호 부이사관을 투입, 국장급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특히 해양수산국장에 수산직 대신 ‘행정직’을 투입, 특정 고교 인맥으로 얽힌 특이한 조직문화 개선과 최근 터진 비위사건으로 침체된 분위기 쇄신이라는 특명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국장급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직무대리 국장들의 꼬리표를 떼어줘 충성도를 높인 ‘양수겸장’ 인사란 분석도 내놓는다. 도청 ‘넘버3’인 기획조정실장을 부이사관 승진 2년 만에 이사관으로 초고속 승진시킨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월 상반기 인사가 ‘파격’그 자체였다면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는 ‘플러스(+)인사’, ‘소통의 인사’, ‘여성공무원의 전진배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해 전보 인사를 최소화 하면서도, 간부공무원 개인별 청렴수준 평가결과를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의회사무처직원 추천 조례’가 시행된 후 첫 인사로, 제도 취지에 맞게 상호 협의를 통해 갈등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공감 인사’로 평가받는다. 감사위원회 인사 역시 감사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독립성 강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여성 공직자의 발탁과 전진배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 업무성과와 능력을 갖춘 여성 공직자를 주요보직에 전진 배치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4~5급 승진인사에 여성 공직자를 배려한 점이나, 그동안 ‘禁女의 자리’로 여겨지던 총무과 총무담당(강순자), 환경정책과 환경정책담당(김명옥), 제주농업기술센터 소장(박덕자) 등 3개 직위에 여성 공직자가 전진 배치된 게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일 중심, 능력 중심’을 내건 원희룡표 혁신인사는 T/F를 정규 조직으로 신설하거나, 해당 부서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도 수시로 조직진단을 실시, T/F조직을 정비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의 최측근인 이기재 서울본부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 구멍이 생긴 것은 ‘옥의 티’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둬 예산절충 등 서울본부장 역할이 빛을 발할 시기여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3급 자리로 격상시킨 서울본부장에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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