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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6명이 나란히 앉아 평화대행진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세월호 유가족 6명 "강정도 세월호도 잊히지 않기 위해 투쟁"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만히 있으라”란 말에 분노했고, “잊지 않겠습니다”란 말에 동참했다.  믿고 기다리다 숨진 295명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16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긴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로 아들⋅딸을 가슴에 묻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 등 유가족 6명이 제주를 찾았다.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안산 단원고 창현이 아빠는 두 딸을 데리고, 지난 28일부터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서진(西進) 그룹에 합류했다. 또다른 유가족 4명은 30일, 유민이 아빠는 마지막으로 31일 제주에 왔다.

이날 오후 8시. 서진 참가자들의 숙소인 중문고 운동장에서 작은 간담회가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의자 7개 놓였다. 이중 6자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리였다. 

의자에 앉아있던 유가족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리고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에 사람있다. 진실을 인양하라”
“평화롭게 함께살자. 해군기지 철회하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이유는 ‘연대’ 때문이다.

“강정, 용산, 밀양, 세월호 등 우리나라에 많은 사건⋅사고가 있고, 이 사건⋅사고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많다. 우리는 연대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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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 30일 제주에 온 이들 4명은 4.3평화공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30일 제주에 온 유가족 4명은 4.3평화공원부터 참배했다. 제주를 알기 위해서다.

이들은 4.3과 세월호가 똑같다고 했다.

“제주를 이해하기 위해 제일 처음 4.3평화공원에 갔다. 제주 곳곳에 남은 상처를 느낄 수 있었다. 참배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 곳곳에 아픔이 가득한데, 왜 계속 아픔은 반복될까’였다”

이어 “제주 사람들은 오랜 기간 노력을 통해 (4.3당시 국가폭력에 대한)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냈다. 강정도 3000일 동안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장기간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잊히지 않기 위해서다. 오는 8월28일 세월호 유가족 투쟁 500일이 된다. 세월호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지나자 사람들 기억 속에서 세월호가 조금씩 잊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점점 세월호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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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버선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유민이 아빠 김씨는 '버선발 이야기'를 꺼냈다.

버선발이라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버선발은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버선발이 거지가 많고, 탐관오리가 많은 고을을 방문했다. 거지들은 버선발을 보자 기뻐했다. “버선발이 탐관오리를 몰아내고 우리를 도와줄거야”. 그 모습을 본 버선발은 속세를 떠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 자신의 주권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남이 싸워주기만 바라는구나”라는 슬픔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2015년 지금의 나는 버선발 얘기에 나오는 거지와 같지 않을까.
스스로 앞장서 싸우기를 두려워한 것은 아닐까.
누군가 대신 싸워주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주권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유가족들은 버선발 얘기에 나오는 거지가 되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당부했다.

 “우린 자식(아들, 딸)이 없다. 우리가 왜 싸우고 있겠나. 내가 편해서? 아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만큼 살고 싶은 대로 살다 떠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으로 남게 할 수 없다. 지금 여기에 있는 아이들이 커서 우리 아이들(단원고 학생)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

곳곳에서 탄식과 한숨이 배어나왔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아이들을 가슴에 담았다. 하지만, 아직 9명의 아이들이 세월호에 갇혀있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 이유다”며 “9명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뼈조각이라도 만져보고 싶어한다.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다짐도 곁들였다.

“강정 사람들이 3000일 동안 긴 싸움을 했다. 정말 길고 힘든 싸움이다. 세월호 싸움도 장기간 이어지면서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강정 주민들처럼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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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세월호에 사람있다. 진실을 인양하라. 평화롭게 함께살자. 해군기지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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