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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실시한 조직진단 용역에서 도립미술관의 학예 전담부서 신설이 배제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도 조직진단 용역, 도립미술관 학예부서 미반영...“도정목표 무색”

민선6기 도정 들어 추진된 제주도 조직진단 연구용역에서 제주도립미술관 '학예 전담부서' 신설이 배제됐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 가운데 제주만이 전국에서 유일하다시피 학예부서가 없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문화 가치'에 주목한 원희룡 도정마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제주도는 27일 ‘제주도 조직진단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업비 4억원을 들여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겨 진행한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도 본청, 도 산하기관, 행정시의 기능을 조정하면서 일부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도 본청,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행정시로 각각 나눠진 문화재 업무를 정책 기능(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유지보수 및 관리기능(행정시)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현재 해양산업과 소속 담당(계)로 편제된 해녀박물관은 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산하에 두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쉬운 점은 도립미술관의 학예부서 신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운영팀과 제주현대미술관 두 개의 부서로 구성돼 있다. 운영팀에는 팀장(5급)을 중심으로 행정업무, 시설관리, 학예연구 등으로 짜여졌다. 

도립미술관처럼 학예 업무를 별도의 조직으로 구분하지 않은 미술관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실·과·팀 단위로 학예 인력을 한데 모아 기획-연구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문제는 도립미술관이 개관할 때부터 불거졌다. 독립된 학예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이번 조직개편에서도 제외됐다.

김영보 제주도의회 의원도 27일 조직진단 업무보고에서 “전국적으로 제주도만 (미술관)학예실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한 고민이 조직진단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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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제주도립미술관 조직 체계. 학예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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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미술관의 조직도. 학예연구실이 별도로 조직돼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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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미술관의 조직도. 학예 분야가 두 개과로 나눠져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관계자는 28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도립미술관의 경우 관장이 개방직으로 전문성을 가진 분이 오기 때문에 (학예 문제를) 커버할 수 있다. 앞으로 전시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조직이 구분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대해 지역 문화예술계는 물론 조직 내부에서조차 문화마인드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꾸준히 제기돼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그때그때 넘어가려고 할 경우 제주도립미술관은 ‘동네미술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예사 A씨는 “굳이 학예 직종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이라도 전담부서를 만들어주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학예사 B씨는 “일각에서는 학예부서를 책임질 인력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학예실을 만들어 키울 시도조차 안하지 않았냐”고 되묻고는 “필요하다면 개방형이라도 모집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도내 문화계 인사들 역시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환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은 “미술관이 문을 열 때부터 나왔던 문제를 지금까지 해결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라며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부서가 별도로 갖춰지지 않으면 미술관 조직의 역할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학예부서를 책임지는 사람이 기획을 책임지고 정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관장이 기획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는 도립미술관이 동네미술관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수범 탐라미술협회장도 “학예부서가 분리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체 왜 제주만 구분해 놓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예사들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결국 도민들에게 문화적인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미술관의 수준은 온전히 학예사들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사실상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도립미술관에 학예실조차 없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희룡 지사 당선 이후 도정 준비 단계에서도 학예부서 독립은 제기된 문제다. 개방형으로 관장을 모집해 데려다 놨으면 그 사람이 일을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선 도정 들어 처음으로 도정목표에 ‘문화’라는 단어를 명시해 진일보한 문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 원희룡 도정이 고질적인 학예부서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갈지 문화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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