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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춘 칼럼] 제주를 도박섬으로 방치해선 안 돼 

드디어 제주도에 엄청난 도박장이 들어선다. 올해 9월 착공이란다. 과거 66층 규모에서 63층으로, 다시 56층으로 낮추더니 크게 양보하여 38층으로 지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안심한 모양이다. 38층 정도야 양보해도 되는 것이라고? 그런데 218미터가 169미터로 낮춰진 것뿐 그 괴물 같은 크기는 여전하다. 한라산을 위압하고 제주시를 억누르는 외형에는 변함없다. 그 ‘드림타워’가 제주도의 랜드 마크가 된다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제주도에 169미터 크기의 엄청난 ‘도박장’이 제주의 상징이 된다고 하는데 잠이 오는가?

위험하고 복잡해질 것이다. 40층 이상은 늘 안전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교통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착한 풍경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던 제주도 경관을 깨트리고 도심 과밀화가 이루어지고 이제 제주는 더 이상 아름다운 관광지의 명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서울 변두리 풍경으로 전락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반환경적 건물이 들어서고 공항과 가까운 거리에 공룡 같은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위태로운 도시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호텔 숙소를 표방하지만 도박장임에 틀림없고 제주도는 도박의 섬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어린 시절 늘 듣던 이야기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다 해보아도 되지만 단 두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고. 그것이 도박과 도둑질이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두 손을 도끼로 잘랐더니 두 발로 노름을 하더라는 말을 덧보태, 그 중독성이 심각함을 경계했다. 말이 좋아 ‘카지노’라 하지 실상은 도박장일 뿐이다. 

도박장 주변에는 고리대금업과 전당포가 판치고, 환락가가 들어서고 깡패와 갱단이 판치는 것이 예삿일이 된다. 이제 제주는 도박의 섬이 되면서 폭력과 사기가 판치는 세상이 되는 수순만 남았다. 제주신화역사공원 쪽에도 1만 평방미터 크기의 도박장이 함께 들어서니 제주도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범죄자의 소굴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라스베이거스 주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유혈이 낭자하여 공포에 떠는 그 장면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그 풍경을 제주도민이 직접 목도하게 될 것이다. 너무 흥분되지 않는가.

너무 충격적이다. 너무 급작스럽다. 너무 빨리 발전하고 너무 빨리 부자가 되려는 지나친 욕망이 부른 불행의 전조이다. 왜 제주가 도박으로 돈을 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부 개발론자의 조급증이 만든 화근일 것이다.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자원을 현재 세대가 마구 써버려 일어난 위기가 작금의 환경파괴인 것처럼, 먼 미래에 우리 젊은 세대가 누려야 할 수입을 미리 끌어다 쓰는 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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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춘 교수. 제주대 국문학과 ⓒ제주의소리
빚을 장부상 먼 미래로 돌려놓는 꼼수 때문에 국가 부도사태를 겪은 그리스가 떠오른다. 조금 천천히 가야 한다. 조금 낮추어야 한다. 건물의 높이도 우리의 눈높이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욕망도 낮추어야 한다. 그래서 드림타워는 안 된다. 제주를 도박섬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민의 각성을 촉구한다. 그 동안 제주도에 위험한 카지노가 있었는데 도민들은 뭐 하고 있었냐고 질타하는 도지사의 목소리는 옳다. 그 ‘위험한 카지노’의 건축 허가권을 신중히 반려하거나 거부해 줄 도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허남춘(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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