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여상 학생들의 원산지관리사 합격에 부쳐

최근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김주미, 양수경 학생이 국가공인자격인 ‘원산지관리사’ 시험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제주도에서 고교 재학생이 이 시험에 합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써 대단한 교육성과로 볼 수 있다. 원산지관리사는 원산지판정 및 증명 책임을 지닌 FTA시대의 핵심인력으로 우리나라가 맺은 국가별 FTA협정에 맞춰 체계적인 원산지관리를 하고 국가별 FTA특례를 전략적으로 활용토록 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문가다.

원산지관리사 시험은 관련 계통의 오래된 현업 종사자들도 번번이 실패하는 등 난이도가 높다. 특히 이번 회차 시험결과에서 놀라웠던 점은 고교생 합격자는 전국 중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배출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김주미 학생은 전국 최연소 합격자로도 이목을 끌었다. 육지와 떨어져있어 FTA관련 정보와 설명회 등 접촉의 기회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주도의 환경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번에 이루어낸 성과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도내 FTA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2년간 제주여상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온 제주상공회의소 FTA활용지원센터의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이 있었다. 제주상공회의소는 제주여상과 지난 2014년부터 도내 FTA협력⋅지원체계 구축을 통한 제주지역 실정에 맞는 FTA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지원을 해온 바 있다. 

흔히 이러한 업무협약은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보여주기식 교육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어왔다. 그러나 제주FTA활용지원센터에서는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원산지관리사 양성교육’⋅‘FTA 무역캠프’⋅‘특성화고 FTA 활용교육’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해당 사업을 전개해왔다.

특히 이번 시험을 앞두고 운영된 ‘원산지관리사 시험대비반’은 원산지관리사 배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해당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확실하게 고취시켜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에 최대한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방학기간임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석할 만큼 학생들의 열정 또한 대단했다. 지난 무더운 여름 공휴일까지 반납하고 학교에 나와 수업에 참여하며 공부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린다.

물론 원산지관리사 배출까지 난관도 있었다. 2014년에는 응시자 전원 낙방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도 포기 없이 계속해서 지원을 해온 것이 주효했고, 결국 이번 시험에서 2명의 합격생을 배출해내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제주상공회의소 FTA활용지원센터와 제주여상의 각별한 노력을 통해 이룩해 낸 성과는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도 앞으로 장차 제주지역의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FTA활용 전문 인력을 자체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출발점임을 알아야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합격한 두 학생의 사례는 제주도 학생들에게 좋은 롤 모델로서 자극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침체되어 있던 무역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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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FTA활용지원센터 최준 원산지관리사.
이미 세계무역의 흐름은 강대국 위주의 FTA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FTA 자체를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개념의 이분법적인 접근은 옳지 않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라면 소모적인 논쟁은 줄이고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이미 발효된 FTA와 추진 중인 FTA를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두 학생의 쾌거는 제주상공회의소는 물론 교육 및 행정기관, 기업 등 제주사회 모두에게 이러한 고민을 던져주는 FTA시대의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 제주FTA활용지원센터 최준 원산지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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