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갤러리 비오톱, 도남초 학생 초청 신동철 화백과 체험행사


화폭을 휘젓는 붓질 하나 하나에 곰솔의 형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숨죽이듯 지켜보던 어린 학생들은 소나무 모습에 ‘와아’하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화가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생전 처음 지켜본 학생들은 이내 갤러리 바닥에 자유롭게 누워 자신만의 소나무를 그린다. 미술이 세대에서 세대로 즐겁게 전달되는 순간, 바로 제주 갤러리 비오톱(대표 김해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제주시 도남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갤러리비오톱은 10월 6일 특별한 손님을 초청했다. 도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초청해 현송 신동철 작가와 함께하는 체험행사를 연 것이다..

이번 행사는 갤러리 비오톱이 9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초대전 ‘제주 곰솔 웃고 울고 춤추다-현송 신동철 展’의 일환이다.

신동철 화백의 작품을 관람한 학생들은 직접 소나무 그림을 그려본다. 서툴지만 가지각색인 그림들은 한 데 모아 ‘전시 후기 아카이브전’이란 명칭으로 13일부터 20일까지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특히 신 화백은 학생들 앞에서 손수 곰솔을 그리면서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6일 오전 11시부터는 4학년 1반 학생 27명이 참가했다. 도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 133명이 5일부터 7일까지 순차적으로 갤러리를 방문해 아카이브전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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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비오톱은 6일 도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초청해 소나무 그리기 체험행사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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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소나무를 설명하는 신동철 화백(왼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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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솔을 그리는 신동철 화백 붓놀림에 놀라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등장하자 다소 긴장한 듯 보인 학생들은, 아저씨의 손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만들어지는 소나무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뿌리부터 시작해, 줄기, 가지, 잎까지...여기에 적송 느낌을 살리기 위한 불그스름한 색과 솔잎 색까지 더해지자 학생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나무는 바위 사이에 있는 소나무가 진짜에요. 소나무 뿌리는 자라면서 바위를 움직인답니다.”

신 화백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며 바위와 송이도 척척 그려내자 갤러리 안 모든 시선이 바닥에 놓인 그림에 쏠렸다.

곰솔 그림의 완성 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은 준비된 종이와 색연필을 하나씩 들고 자신만의 소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누워서 앉아서 자유롭게 집중하는 학생들에게 갤러리는 낯선 공간이 아닌 하나의 놀이터였다.

‘시민에게 보다 가까운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해곤 대표의 갤러리 비오톱 설립 취지에 걸맞게, 도남초와 함께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온전히 학생들의 눈에 맞춰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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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사 놀이터 같은 편안한 갤러리 분위기 속에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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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를 그리는 도남초등학교 학생들. ⓒ제주의소리
교사들도 매우 만족하는 분위기다. 강수연 교사(4학년 1반 담임)는 “마침 초등 교과 과정에 수묵화를 배우는 부분이 있는데 화가에게 직접 배워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됐다. 학생들과 함께 전시 공간을 찾는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가까운 위치에 좋은 갤러리가 생겨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소나무 줄기를 꼼꼼하게 그린 김현지 양도 “(화가) 아저씨가 직접 그리는 모습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손자뻘 되는 아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신 화백은 “개인적으로 저 나이 때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때 각인된 기억과 인상이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준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미술과 예술을 만나게 된 아이들 가운데 훌륭한 예술가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어린 팬들이 생기게 돼서 정말 기분 좋다”고 미소 지었다.

김해곤 대표는 “현송 신동철 전은 기획 단계부터 전시 위주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을 염두 했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사라지는 제주곰솔의 현실을 함께 공유하자는 메시지가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였다”며 “앞으로도 갤러리비오톱은 ‘시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 화백의 멋진 곰솔 작품들은 12일까지 전시되며, 13일부터 20일까지는 초등학생들의 개성 넘치는 소나무 그림이 전시된다. 20일에는 소나무재선충병 전문가 한태환 씨 초청 토론회와 퍼포먼스로 한 달 넘는 전시를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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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남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갤러리 비오톱.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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