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사상 첫 개막식 초청..."신선하다" vs "전통무대 비중 줄어 아쉽다" 교차  


54년 역사를 자랑하는 탐라문화제의 개막행사에 사상 처음으로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까지...논란을 빚은 탐라문화제 아이돌 그룹 초청에 대해 현장을 지켜본 도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박정희 군사정권의 5.16쿠데타에 발맞춰 1962년 ‘제주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탐라문화제는 그동안 제주의 대표 전통문화축제를 표방해왔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전통문화축제’라는 방향은 탐라문화제가 고수해온 기본 정신이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유례 없는 개막행사 아이돌 그룹 축하공연은 탐라문화제 개막 전부터 지역 문화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전통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에 대중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돌 공연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추진위원회는 탐라문화제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7일 탑동광장에서 열린 제54회 탐라문화제 개막행사는 1000명을 훌쩍 넘는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 특히 2부 축하공연에 나선 아이돌 걸그룹 ‘여자친구’가 등장하자 10대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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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열린 제54회 탐라문화제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친 걸그룹 '여자친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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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여자친구'의 안무와 노래를 즐겁게 따라하는 청소년 팬들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성인 관객들의 표정이 대비된다. ⓒ제주의소리
여자친구는 올해 1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으로, 멤버들은 1995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대부분 10대로 구성돼 있다. 

맨 앞좌석으로 몰려든 청소년 팬들은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등 여자친구의 히트곡 가사는 물론 안무까지 적극적으로 따라하며 무대를 즐겼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어린 팬들의 열정적인 호응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낯선 아이돌 그룹의 등장은 도민들에게 어떤 인상을 줬을까? 아이돌 초청으로 전통 공연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아쉬움과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는 반응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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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여자친구'의 어린 팬들을 바라보는 원희룡 지사(뒤쪽 가운데·빨간 넥타이)와 이석문 교육감(뒤쪽 왼편)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제주의소리
여자친구의 무대를 보며 “어린 아이들이 잘하네”라고 감탄한 김영애(61, 삼도2동)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공연은 없었는데 주최 측이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아이돌 그룹 무대를) 좋아하고 우리 (세대)들도 새로운 것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 지른 김주영(18, 제주중앙여고) 양은 “여자친구 멤버들을 직접 보니 너무 예쁘다. 정말 좋다”며 “매년 (아이돌 그룹이) 왔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매년 빠지지 않고 탐라문화제를 찾는다는 박신완(68, 이도1동) 씨는 “개막식마다 멋진 전통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소 비중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만난 한림화 탐라문화제 추진위원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아이돌 그룹 축하공연에 많은 분들이 우려한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것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청소년 세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번 기회로 한 번이라도 더 탐라문화제를 찾아오지 않겠냐는 판단에 시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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