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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 지점에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돼 고사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매개충 솔수염하늘소 해발 650m까지 침투...최후의 보루 선단지 지키기 안간힘

소나무 재선충병이 제주의 허리인 중산간을 넘어 한라산 국립공원까지 사실상 침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주도가 국립공원 내 모든 소나무에 나무주사를 주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제주의소리>가 7일 관음사 주변을 시작으로 제주시 오등동과 오라동 중산간 일대를 돌아본 결과 최대 해발 650m 고지대에서 재선충병 감염이 의심되는 소나무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관음사에서 노루생이 삼거리로 이어지는 산록도로(1117번)를 기점으로 도로 양쪽에 잎이 누렇게 변한 소나무가 연이어 목격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록도로를 넘어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까지 감염된 소나무가 보였다. 제주도가 감염목 확산을 막기위해 예방주사를 한 나무에서도 잎마름 현상이 관찰됐다.

2013년 해발 600m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발견된 이후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계속 고지대로 이동하면서 급기야 한라산 국립공원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등동 산록도로 구간에서는 올해 초 감염된 소나무가 일부 제거됐지만 주변으로 다시 감염된 소나무가 확인됨으로써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 선단지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단지는 소나무 재선충병 초기 감염지역이나 향후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방제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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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아라동 관음사를 관통하는 산록도로 주변에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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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630m 이상 지역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제거된 모습도 확인됐다. 제주도는 올해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서만 390그루의 소나무를 제거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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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이 휴대전화 GPS 기능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해발 640m 이상의 소나무에서도 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됐다. 급하게 제거된 소나무에는 방제관련 정보도 표시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는 그동안 한라산 내 재선충병 감염을 막기위해 국립공원 경계에 선단지를 구축하고, 중산간에서 해안가 방향으로 밀어내며 고사목을 제거하는 압축식 방제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해발 650m 부근에서 1950m까지 이어지는 총면적 1만5333ha의 거대한 숲이다. 이중 9165ha는 1966년 10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제주도 전체 소나무림은 1만6884ha로 도내 전체 산림 8만8874ha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소나무는 약 1200만 그루다.

한라산 전체 9165ha 중 소나무림은 1789ha로 약 80만 그루가 자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주도 전체 소나무림의 11%에 해당한다.

제주도는 한라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2014년부터 1억6700만원을 들여 소나무림 71ha에 예방용 나무주사를 놓았다. 재선충병 감염이 의심되는 소나무 390그루도 잘라냈다.

소나무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길이가 4cm 안팎이지만 기후에 따라 식욕과 번식속도에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남부지역에 분포하며 고온건조 할 경우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

통상 국내에서는 매개충이 해발 600m 이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주의 경우 기후에 따라 서식지가 올라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해발 700m에서도 매개충이 확인된 바 있다.

솔수염하늘소는 자력으로 200여m를 이동할 수 있다. 바람에 의지해 최대 10km까지 이동한다는 보고도 있다. 고온건조한 날씨와 바람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확산 면적은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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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경계지인 해발 650m 고지의 일부 소나무도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소나무에서는 나무주사를 한 모습도 확인됐다. 2년간 제주도가 사용한 한라산 경계지 나무주사 비용은 1억6700만원에 달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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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연이어 발견돼 제주도가 대대적인 방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록도로를 경계로 해안가와 한라산 방향 소나무에서 재선충병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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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연이어 발견돼 제주도가 대대적인 방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지난 8월 현장을 둘러본 결과 오등동과 관음사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경계지역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도 이달 중 현장 확인을 준비하고 있다.

신창훈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산림환경연구과장은 “재선충병이 산록도로까지 확산됐고 그 이상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지 전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재선충 확산을 막기위해 2017년까지 3년간 사업비 44억7300만원을 투입해 천연보호구역 내 소나무 전량에 예방 나무주사를 놓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015년 500ha를 시작으로 2016년 700ha, 2017년 589ha의 소나무에 나무주사를  놓아 선단지 방어막을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올해 사업비 11억원을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사전허가 없이 방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건의했다.

현재 문화재보호법 제35조(허가사항)에는 천연기념물 지정구역이나 보호구역에서 현상을 변경하거나 동식물을 채취 또는 반출할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장은 “재선충병 방제 특성상 현장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허가에만 보름이 소요되는 만큼 '선 사업 후 보고'를 문화재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서둘러 국립공원 내 소나무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이중으로 방어막을 쳐 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것”이라며 “나무주사와 숲가꾸기를 병행해 소나무의 저항력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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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에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 주변 모습. ⓒ제주의소리 <김제남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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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연이어 발견돼 제주도가 대대적인 방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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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에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 주변 모습. ⓒ제주의소리 <김제남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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