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프린지페스티벌 첫 시도 ‘공감파티’...200여명 문화예술인 자유로운 교류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정착민이 한 데 모여 즐겁게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고받는 술잔 속에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자유롭게 교류한 이날은, 개성만점 각계 예술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2015제주프린지페스티벌(제프)의 ‘공감파티’다.

제프 6일째를 맞는 7일 오후, 옛 제주대학교 병원 후문 주차장에는 신나는 음악과 푸짐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주에서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격식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공감파티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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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2015제주프린지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공감파티가 진행됐다. 공감파티는 올해 제프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제주의소리
공감파티는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제프조직위원회의 구상으로, 올해 제프에서 처음 시도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자는 취지에 걸맞게 이 날은 음악, 미술, 문학, 사진, 무용, 공연기획 등 흡사 무지개색처럼 다채로운 참가자 구성을 보였다. 20대 여성 공연기획자부터 나이 40을 넘긴 사진작가까지, 나이성별 제한 없이 문화예술이란 공통분모 하나로 모였다.

구면이라면 반갑게 근황을 나누며 술잔을 부딪혔고, 처음 만난 사이는 명함과 번호를 주고받은 뒤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준비한 음식과 주류를 함께 먹고 마시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눴다. 허름한 주차장은 커다란 나무와 사람들이 만나면서 운치 있는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주최 측은 강제로 참석자 테이블을 옮기게 하며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자유 공연, 경매, 살거스와 민예총 회원의 합동 퍼포먼스도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행사 진행은 문화공간 오이 오상운 대표가 맡아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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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진행된 공감포럼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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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 사회를 맡은 오상운 문화공간 오이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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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파티는 옛 제주대학교 병원 후문에 자리잡은 나무를 배경으로 삼았다. ⓒ제주의소리
분야 별 문화예술 모임은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분야 구분 없이 200명 규모로 모이는 자리는 사실상 제주지역에서 공감파티가 처음이다. 

특히 제프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도내 경제·예술인의 협찬만으로 준비하면서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오후 6시부터 시작한 공감파티는 10시가 지나면서 마무리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파티 참가자들은 제주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복합’ 문화예술 파티에 큰 호감을 보였다. 다양한 장르 간의 만남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래퍼 박하재홍(38)씨는 “큰 기대 없이 참여한 자리였는데 예상과 달리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연극하는 분들, 서울에서 온 음악인들, 저도 모르게 제주에서 음악 하는 분들과 몇 시간 동안 풍부하게 대화하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박 씨는 “공감파티는 다양한 장르가 모였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런 자리가 꾸준히 자리를 잡고 이어진다면 전반적인 제주 문화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온 포크 싱어송라이터 이희수(28) 씨는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제주프린지페스티벌을 알게 됐고, 예술 유망주를 지원하는 ‘창작지원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파티에도 참석했다.

이 씨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나 다른 문화예술 축제에사도 이렇게 다양한 분야 종사자가 모이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멋진 사람들을 많이 알게 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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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감파티는 원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면서 흥겨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승환의 '물어본다'를 열창하는 참가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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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제프 공감파티에서 진행된 미술품 경매. rudⓒ제주의소리
제프를 총괄 기획한 양동규 제주민예총 사무처장은 “참석자 구성, 분위기, 호응도 모두 나쁘지 않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자평하면서 “굳이 제프가 아니더라도 이런 자리는 제주 문화예술계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예술인,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 위치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내려온 문화정착민과 외국인까지.

이 모두를 ‘편안하게’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그동안 없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제주사회 흐름에 비춰볼 때 이제는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고 제프에서 과감히 시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은 다른 분야보다 융합할수록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하는 만큼, 소통과 네트워크 필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 사무처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아니다. 큰 욕심도 없다. 그저 제주 원도심, 나아가 제주문화 가치를 지역 예술인들과 정착민들이 어떻게 ‘네트워크’할지 일말의 소통 구조를 터보자는 목적 뿐”이라고 밝혔다.

양 사무처장은 “공감파티는 행정 지원이 아닌 관심 있는 예술인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졌기에 준비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대상들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만들어가는 모델은 지속적으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많은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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