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의원발의 조례안 뒤늦게 재의요구…도의회 “타 시도에선 이미 60% 넘게 수당 지원” 황당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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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보훈가족들에게 매월 3만원의 보훈예우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정한 데 대해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 10월 임시회를 앞둬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지사가 갖고 있는 예산편성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지만, 원희룡 도정 들어서도 이와 유사한 조례안이 제·개정된 사례가 있어, 재의를 요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제주도로부터 ‘제주도 보훈예우수당 지원 조례안 재의 요구안’이 접수됐다. 재의요구안이 제출되면 도의회는 본회의 기준 1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이 조례안은 박규헌 의원(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지난 9월 임시회 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 발의에는 의회운영위원장인 이선화 의원(새누리당)을 비롯해 강익자, 고태순, 안창남 의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조례안은 보훈가족에게 매달 3만원의 보훈예우수당을 지급하고, 사망 시에는 사망위로금 15만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지급대상은 195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수당은 전액 도비로 지원된다.

도의회는 수당 지급 대상에 사망자 추이를 감안할 경우 연간 9억7500만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박규헌 의원은 조례안 발의에 앞서 약 6개월간 지원금액 및 지급대상과 관련해 보훈청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보훈단체와의 간담회,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쳤다.

이미 타 시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들 중에서 60%가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상 타 시도에 비해 제주도가 시기적으로 뒤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제주도(보훈청)가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는 ‘재의요구안’에서 “조례안은 지급대상자에게 ‘~에 지원을 한다’라고 해 보훈예우수당 및 사망위로금의 지급을 강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훈명예수당 3만원, 사망위로금 15만원으로 규정해 예산 지원금액을 확정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예산을 강제로 편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도지사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도 위배된다”는 이유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제주도의 입장은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면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인 지난해 9월에는 참전유공자에 대한 명예수당을 월 4만원에서 8만원(만 80세 이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조례안이 통과됐지만 당시에는 재의를 요구하지 않았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법무담당부서 관계자는 이날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민선 6기 도정 출범 이후에도 비슷한 조례가 2건이 통과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예산편성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차제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의를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 과거에 제·개정된 조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과거의 것들도 어느 시점이 되면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의 요구 자체가 소송까지 감안한 행정행위”라며 “(의회에서의 처리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소송 문제는 담당부서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회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문제로 극도로 예민한 시기에 명분도 약한 ‘재의요구안’을 제출한 것은 먼저 싸움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의회와의 관계를 자꾸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저의를 모르겠다”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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