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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희생자 영령들에게 분향하는 참가자들. 왼쪽부터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 조재홍 새마을운동협의회 회장, 현창하 경우회장, 정문현 4.3유족회장. ⓒ제주의소리

평화의 길 걷기 대동제...유족회, 경우회 등 100여명 '화해·상생·평화' 염원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힘써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도재향경우회도 함께했다. 이들은 경계를 허물고 하루종일 '같은 길'을 걸었다. 그리고 '화해와 상생'을 염원했다.  

 

8일 오후 3시 4.3평화공원에서 ‘평화의 길 걷기 대동제’ 가 열렸다. '길을 걸으며 평화의 약속을...'이라는 주제가 달렸다.

4.3평화재단이 창립 7주년 기념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4.3희생자유족회, 재향경우회를 비롯해 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 4.3연구소, 민예총, 새마을운동협의회, 농어촌진흥공사제주지사, 백조일손 유족회, 삼면유족회, 7.7만뱅듸유족회, 봉개동연합청년회, 4.3아카데미탐문회, ‘4.3과평화’ 편집위원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김정기, 박창욱 4.3중앙위원도 함께했다.

2013년 8월2일, 60여년간 원수처럼 지냈던 4.3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의 손을 맞잡은지 2년만에 '한 길을 걷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단체가 화해와 상생을 선언한 이후 보여준 행보는 갈등 해결의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대동제에는 재향경우회 회원들도 빠지지 않았다.

이미 2년여간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본 터라 현창하 경우회장은 4.3단체 관계자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걷기 행사에 앞서 이들은 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합동참배 현장은 엄숙하면서도 평화로웠다.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오는 16일이면 4.3평화재단 창립 7주년이다. 그동안 4.3을 위해 힘써온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오늘 처음 치러지는 행사지만,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뜻깊은 행사로 발전하길 기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문현 4.3유족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4.3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4.3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창하 경우회장은 “4.3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크다. 이미 경우회와 유족회는 서로 화해와 화합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4.3평화공원이 4.3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후세에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제주의소리

 

 

합동참배가 끝나자 4.3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정작 본인들이 4.3의 산증인임에도 해설사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해설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난 뒤 이들은 4.3평화공원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설사는 앞에서 4.3 관련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참가자들을 인솔했다. 일부 참가자는 고령의 나이에도 군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해설사를 뒤따랐다.  

둘레길 코스가 끝나고 이들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곧바로 거친오름 입구로 이동했다.

 

거친오름은 4.3 당시 도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피신처였다. 

당시 봉개리에 살던 주민들은 소위 '빨갱이'로 몰려 목숨이 위태롭자 거친오름 뒤에 있는 대나오름 인근 ‘모흘뿔’에 은신했다.

이날 이들의 동행은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4.3 갈등을 완전히 씻어내기 위해 같은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참가자들은 걷기 행사를 마친 후에도 제 갈길을 가지 않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인근 명도암참살이체험마을로 향했다. 

앞서 4.3유족회와 경우회는 지난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 4.3희생자유족회⋅제주도재향경우회 합동 순례’를 다녀왔다.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평택 제2함대, 거제 포로수용소, 거창사건 추모공원 등을 함께 찾았다. 

순례 첫날 유족회와 경우회원들은 다소 어색해 했지만,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될 때쯤 서로를 '형님'과 '아우'라 부르며 허물을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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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4.3평화공원 둘레길을 걷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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