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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가 2015년 10월8일자 1,2면 보도를 통해 제주일보 상표권 분쟁 사실을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렸다.
[초점] 부도에서 사주 구속, 상표권 갈등까지...‘창간 70년’ 명성 보다 상처 불가피 

제주지역 일간지 <제주일보>가 상표권(제호)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다. 앞으로 <제주일보> 제호의 신문이 동시에 발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역 언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일보>를 발행하는 (주)제주일보(대표 오영수)는 8일자 1·2면을 통해 <제주일보> 제호로 신문 발행을 준비중인 (주)제주일보방송(대표 김대형)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지방지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제주일보>는 1945년 <제주신보>로 창간했다. 1962년 주간지인 옛 제민일보를 통합해 <제주신문>이 됐고, 1996년부터 <제주일보> 제호를 사용중이다.

지역 최고 전통의 대표 일간지로 자리를 지켜왔으나, 1997년 구제금융(IMF) 사태를 겪으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1992년 348만달러에 최신 윤전기를 들이면서 채무가 급격히 늘었다.

경영진의 비위행위까지 더해지면서 자금마련을 위해 2011년 제주시 노형동 사옥(현 제주롯데시티호텔)을 롯데에 매각했다.

330억원을 확보한 제주일보는 애월읍 광령리에 신사옥을 짓고 경영 정상화에 나섰지만 이듬해인 2012년 12월6일 만기가 도래한 80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끝내 부도를 맞았다.

 <제주일보>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그해 12월9일에는 경영 업무와 상표권, 지적재산권 사용에 대한 권한을 넘겨받는 위임장을 김대성 회장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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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완공된 제주시 연동의 옛 제주일보 사옥. 제주일보는 경영난이 심화되자 2010년 이 부지를 롯데에 매각하고 2011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신사옥을 건립했다.
이듬해 2월 김대성 (주)제주일보사 회장은 10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돼 현재도 수감중이다.

그사이 광령리 신사옥과 윤전기 마저 공매로 넘어갔다. 경쟁 일간지 <제민일보>의 대주주인 (주)천마(대표 김택남)는 공매에 뛰어들어 <제주일보>의 부동산을 44억원에 사들였다.

신사옥에서 나온 <제주일보> 임직원들은 2013년 9월27일 (주)제주일보사에서 모두 퇴사하고  새로운 경영진인 오영수 원남기업 대표가 설립한 ㈜제주신문(현 ㈜제주일보)에 재취업했다.

이 과정에서 주간지 <제주프레스>가 제호를 <제주신문>으로 바꿔 일간지를 발행했다. 이에 <제주일보>는 제주신문 제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제주일보 임직원들은 결국 복역중인 김대성 (주)제주일보사 회장과 만나 <제주일보> 제호를 2013년 9월27일부터 2017년 10월22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사용권을 얻었다.

제주일보 임직원들은 이와 별도로 2013년 6월7일 (주)제주일보사를 상대로 상표권 압류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그해 6월18일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임직원들은 채권집행 권한을 확보했다.

2013년 7월3일에는 (주)제주일보사를 상대로 법원에 상표권 매각명령 신청을 내고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서 2014년 12월23일 사상 초유의 신문사 제호 공개 경매가 제주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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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가 제주시 노형동 사옥을 매각하고 2011년 신축한 애월읍 광령리 신사옥. 2012년 부도후 건물이 통째로 공매로 넘어갔고 경쟁사인 제주일보의 대주주 (주)천마(김택남 회장)가 이 부동산을 사들였다. 현재는 제민일보 사옥으로 사용중이다.
경매는 최저 입찰가 5억원에 시작됐다. 30여 차례 호가 경쟁 끝에 김대형씨가 9억원에 상표권을 낙찰 받았다. (주)제주일보(대표 오영수)도 경매에 참여했지만 중간에 입찰을 포기했다.

김대형씨는 복역중인 김대성 회장의 친동생이다. 김대형씨는 제주일보 임직원들과 김대성 회장 사이에 발생한 <제주일보> 상표권 전용사용 허가권을 말소시키고 (주)제주일보방송을 설립했다. 

2015년 8월17일에는 김대형 (주)제주일보방송 회장이 친형인 김대성 (주)제주일보사 회장에게서 채무를 제외한 신문지령과 광고영업, 인터넷뉴스, 도메인 등을 넘겨받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제호 낙찰과 계약 등을 근거로 김대형 회장은 <제주일보> 제호를 이용해 신문 발행을 준비중이다. 이미 제주시 삼도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존 제주일보 출신의 기자와 직원도 채용했다.

현재 <제주일보>를 발행중인 (주)제주일보측은 이에 맞서 상표권 무효 소송을 진행중이다. 최악의 경우 <제주일보>를 제호로 한 신문 2개가 한날한시에 발행될 가능성도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제주일보> 제호를 둘러싼 소유권 다툼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상표권 논란은 법정에서 일단락 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조직 내부의 아픔은 제주일보 창간 70년이라는 명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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