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2006년 창립한 이후 매년 <아시아협력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 여름엔 ‘대초원의 나라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22일부터 30일까지 몽골 중하라 지역에서다. 이번 구성된 제9기 봉사단은 도민 공모를 거쳐 25명이 선발됐고 대학생 6명을 포함해 자연치유팀, 환경개선팀, 문화교류팀, 실무팀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초 확정된 단원들은 6회에 걸쳐 사전교육과 팀별 주 1회 이상 준비와 연습 시간을 가졌다. 제9기 제주평화봉사단이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펼친 봉사와 칭키스칸의 땅 몽골 이야기를 총 10회에 걸쳐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양영길 시인이 본 몽골](3) ‘바야를라’, ‘암트테’를 연발하다 

▲ 사자바위 어워. '어워'는 여행하는 길에 안전을 기원하면서 돌을 올려놓는 장소를 말한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제주평화봉사단에서는 몽골을 네 번째 온다고 했다. 2007년 중하라와 울란바토르, 2009년 종모드, 2010년 종모드와 중하라, 그리고 올해. 몽골을 다시 찾은 것은 지속 가능한 상호 협력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지의 문제이기도 했다. 

사실 이번 봉사단은 네팔을 가고, 몽골은 후반기에 지원할 계획이었다. 4월부터 준비해서 5월 초 도민 공모를 거쳐 7월초 네팔에 가기로 결정하고 진행 중이었다. 도민공모 직전인 4월 25일 네팔 대지진 발생으로 모든 일정은 중단되고 회의를 거듭했다. 

지진 피해 상황을 계속 모니터하고 각종 채널을 통해 방법을 모색했으나, 피해복구를 위한 중장비와 그것을 다룰 기술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네팔은 대지진으로 주택 50만 채가 파괴되고, 76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단원들로서는 현지 봉사가 거꾸로 민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네팔은 하반기에 지원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고 봉사활동은 ‘몽골’로 결정하였다. 이 때문에 7월 초 몽골에 가려던 일정이 8월 하순에 이르러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 만달시 상징인 사자바위 위로 둥근 달이 걸려 있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중하라 가까이 왔을 때 멀리 기차가 보였다. 지평선 바로 아래 멀리서부터 움직이는 기차를 보고 고영중 단원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창밖 지평선으로 꽂혔다. 돌아갈 때 타고 갈 기차라는 강상철 단장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 강상철 단장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이어 만달시의 상징인 사자바위가 눈앞에 있었다. 우리가 들어설 때 보이는 부분은 커다란 수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멀리 ‘어워’를 보고 있는데, 나중에 한 번 올라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사자형상은 보이지 않고 흰 돌멩이로 만든 것 같은 몽골 상징과 그 아래 글자를 새겨놓은 것이 보였다. 그 위로 둥근달이 걸려 있었다.

“6월에는 새벽 3~4시에 해가 뜬다고 했다”

시차는 없었다. 지금은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시기라서 그렇고 9월 15일부터는 1시간이 늦은 시간을 적용한다고 한다. 일출시간은 6월의 경우는 새벽 3~4시 일몰시간은 10~11시라고 한다. 우리가 머물 8월 하순은 일출 6~7시, 일몰 8~9시. 동경 106.3도의 울란바토르의 시간을, 동경 126.2도인 제주 사람으로서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하루 일과 시작이 최소 10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겪은 저녁 6~7시는 느낌상으로는 오후 4~5시경으로 느껴졌다. 일과가 해 돋는 시간 중심이 아니라 해 지는 시간을 중심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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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도 지부장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물품을 정리하고 6시에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단원의 시간’을 통해 단원간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하늘빛이 참 고왔다. 7시 좀 지나 나는 문화교류팀 이창준 단원과 함께 짝이 되어 홈스테이로 향하게 되었는데, 김영도 지부장님의 차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탔다. 도착한 곳은 교회 옆집. 다른 사람들은 ‘게르’에 간다고 했는데, 아무카네 집은 벽돌집이었다. 

부인인 바스카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우리들은 ‘샌 배노’(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우리 두 사람이 머무르게 될 거실은 한쪽에 싱크대가 있고 냉장고, 작은 식탁이 있으며, 한 쪽으로는 거실처럼 소파와 TV, 벽에는 작은 난로가 있었고 남쪽 창가 벽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들어가는 현관은 헛부엌처럼 되어 있으며 신발을 신고 거실 입구까지 간 다음, 거실 내에서 신는 실내화를 준비해 주었지만, 우리들은 습관적으로 실내화를 신지 않았다. 

가족 소개가 있었는데, 남편 아무카, 부인 바스카, 부인 남동생 슈헤(17), 바스카 언니 아들 튜우슈(17) 아기 이베헤(6) 두세 살 아기 등 여섯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슈헤와 튜우슈가 거쳐하고 가족 모두 모여 지내는 거실을 우리 두 사람에게 내주고, 여섯 식구 모두 작은 방에서 잠을 잤다. 

▲ 몽골 현지의 아무카네 가족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우리는 기념품으로 간이 응급의료함과 몇 가지 물품을 준비해 갔다. 그런데 철도역에 근무한다는 아무카의 오른쪽 무릎 아래가 5Cm가량 크게 찢어져 있었으나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어, 이창준 단원이 과산화수소로 소독을 하고 상처에 바르는 약을 면봉으로 바르고 거즈를 얹어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몽골에서는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한다는 수박과 각종 과일을 대접 받았다. ‘암트테’(맛있다)를 연발했다. 우리는 ‘쭈게르 쭈게르’(괜찮습니다)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바야를라’를 입에 달고 다녔다. 
 
두세 살쯤 돼 보이는 아기는 울음소리가 짧고 굵었다. 두세 번 소리 지르면, 아무카가 데리고 나가 유모차에 태우고 마당을 돌면서 재웠다. 아기는 하늘의 별빛 잔치를 바라보면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이창준 단원과 나도 잠깐 밖을 나와 하늘을 보며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별자리를 찾아보다가 날씨가 너무 쌀쌀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할 일들을 챙기면서 별빛 꿈을 꾸었다.

▲ 주민과 단원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몽골 아이들의 눈빛이 유난히 맑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단원의 시간 한몽 문화교류 시간에 공연할 프로그램을 연습하고 있다.jpg
▲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단원들이 한몽문화교류 시간에 선보일 프로그램을 연습하고 있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초원의 나라에서는 1  
         양영길 시인

좀 산다고 자랑질이나 하고 
비교 우월감에 사로잡힌 물질 중독자들이
초원의 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읽으려 든다면 
그거야말로 오만방자함이다

그 자랑질로는 
그런 우월감으로는
7개월의 기나긴 동토의 겨울과
숨쉬기조차 버거운 황사의 계절을 이겨내기는
저 드넓은 초원의 마른 풀이파리만도 
힘이 되지 못한다 

힘들다 고생한다는 말은
눈도 뜰 수 없고 숨이 컥컥 막히는 
중하라 황사의 계절을 지나고 나면
그 말이 얼마나 호사스런 말인지
입과 귀를 씻고 또 씻어야 할 것이었다

코피가 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안압이 높을 때 
앉아서는 쉬는 게 아니었다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다음부터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듯 
높은 하늘처럼 맑아지며 
비워지는 나의 욕심 

초원의 나라 사람이 된다는 것은
폐 깊숙이 황사 몇 숟가락 쌓아 두고
여름이면 윗도리를 다 벗은 맨살로 
더위를 누리고 누리는 것이다 

여름은 평온했다
바람은 참으로 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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