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성화고 새로운 희망] ①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아이들이 선택하는 학교"

제주지역은 전국에서 평준화 일반계고 탈락자가 가장 많습니다. 고교 입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합니다. 흔히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제주 특성화고에서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직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가 살아움직이는 제주 특성화고를 6차례에 걸쳐 조명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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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상 본관 전경. ⓒ제주의소리
개교 50년을 앞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가 취업에 '날개'를 달았다. 

'신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제주도개발공사는 물론 삼성증권, 농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 신협 등 금융권 등에도 대거 취업에 성공했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들어가기 힘든 직장에 제주여상 학생들이 턱하니 합격하고 있는 것이다.

1966년 제주여자실업고등학교로 출발한 제주여상은 1969년 현재의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고, 1972년 제주시 건입동 시대를 열었다. 2009년 특성화고교로 학과가 개편돼 회계금융과, 글로벌유통과, 디지털콘텐츠과가 있다. 제주 유일의 상업계 특성화고로, 졸업생만 1만7355명을 배출했다. 

제주여상은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삼성SDS, LG디스플레이스, LG이노텍 등 대기업 생산직에 입사하는 인력이 1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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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상 학교 곳곳에는 취업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상업정보계열 특성화고에 맞지 않다는 자체 전략에 따라 금융권과 공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1학년부터 '금융영재반', '유통영재반' '회계영재반' 등 학생들 스스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하고, 학내에서부터 특성화 동아리 경진대회를 개최하며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자기관리 프로그램, 진로탐색 페스티벌 등 '취업캠프'를 운영하고, 모의면접과 면접전략을 세우는 '면접캠프'까지 운영한다.

또한 넥슨과 공무원연금공단, KDB산업은행, 대한상의,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발전연구원, 새마을금고 중앙회, 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 나인브릿지 등 18개 업체와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취업률도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5년만인 2014년에는 26%대로 취업률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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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화고 무역캠프에 참가한 제주여상 학생들. ⓒ제주의소리
특성화고 임에도 제주여상 학생 70%는 취업보다는 '진학'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총동문회에서는 제주여상을 특성화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제주여상 교사와 학생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들어가기 힘든 곳에 취업하고 있는데 무슨 '일반계고' 전환이냐는 것이다. 

요즘은 일반계고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는데도 일부러 제주여상에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학년에 재학중인 정유원 학생이 대표적이다. 정유원 학생은 내신 20% 이내에 들지만 특성화고인 제주여상을 선택했다.

정양은 "성적은 나쁘지 않았고, 열심히 하면 인문계고에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졸 취업을 생각하고 제주여상을 선택했다"며 "부모님이 처음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저 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자격증만 15개 소지한 실력자다. 제주여상에는 이런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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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상 정유원-한수연 학생. ⓒ제주의소리
농협중앙회에 취직한 3학년 한수연 학생도 "인문계고에 들어가서 중하위권에서 원하지 않는 대학 갈 바에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며 "1학년 때부터 금융영재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본격적인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꿈이 부사관이었는데 금융권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유원, 한수연 학생 모두 총동문회가 주장하는 '일반계고 전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제주여상은 특성화고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학교이고, 학생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동문회에서 왜 일반계고 전환을 추진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잇따라 좋은 일자리를 찾으면서 후배들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도 진학 보다 '취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제주여상 류상언 특성화교육부장은 "전공을 살린 취업 시키는데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 외 각종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서울에 가서 정보 입수해서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기업체 지원에서 면접을 보게 되면 기업체 맞춤형 면접캠프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여상은 2020년까지 취업률을 5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취업률 50%의 전제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가능하다. 현재 제주여상은 학급당 35명이다. 최소 10명 이상 줄여 학급당 20~25명 정도 돼야 교사가 실무교육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취업매칭도 가능해진다. 

또한 제주여상이 특성화고 명문이 되려면 취업전문가를 '초빙교사'로 모셔와야 한다는 건의도 했다.

류 부장은 "제주여상의 경우 공립이어서 2~3년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교사들이 이동하게 되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다"며 "제가 작년부터 특성화부장을 맡고 있는데 이제야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만약 제가 내년에 다른 학교로 가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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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지정 금융교실에 참여한 제주여상 학생들. ⓒ제주의소리
그는 "현재 특성화고가 잘되는 학교 대부분이 사립인데, 제주여상은 취업전문가를 초빙교사로 모셔와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제주여상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교육부로부터 '대한민국 행복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동문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교육청이 제주여상을 일반계고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특성화고 체제를 유지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경애 교장은 "제주여상은 제주 유일 여자 특성화고로 많은 기관과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 취업시킴으로써 '선 취업 후 진학'을 실천하고 있다"며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제주여상"이라고 자랑했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 역량을 기르는 제주여상. 제2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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