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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정신지 인터뷰 작가. ⓒ제주의소리
[JDC 대학생아카데미] 인터뷰 작가 정신지 


사람은 나고 자란 지역 특성에 따라 큰 개성을 보인다. 제주 사람들은 거센 바람에 맞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간직해왔다. 작은 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욕망도 늘 존재했다. 여기에 제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빼어난 환경을 가진 장소이며,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배우는 ‘제주다움’은 세계인과 당당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하는 여인이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5학년도 2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6일 오후 4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는 인터뷰 작가 정신지 씨. 

스스로를 소개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고 밝힌 정 작가의 삶은 마치 드라마 내용처럼 파란만장하다. 다큐멘터리스트, 자화상전문사진가, 풍각쟁이, 문화기획자, 방송 고정출연 등 하나로 표현하지 못한 그녀의 직업은 ‘멀티 스킬 스토리텔러’(multi skilled storyteller)다.

여섯 살 때 제주로 이주해 지금껏 살아온 그녀는, 어릴적 부터 삶과 주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수능시험을 과감히 포기하고 20살이 되자 일본 대학에서 ‘지역연구학’이란 낯선 학문을 공부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나 발리에 있는 ‘비치보이’(Beachboy)들을 연구했고, 29살이 되자 이탈리아 영화학교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지만 불같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나 약혼까지 한 상대가 어느날 갑자기 이메일로 이별을 통보하면서 큰 절망에 빠졌고, 1년 반 동안 그야말로 ‘허우적’대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자신을 위로한 것은 다름 아닌, 제주의 할머니들. 4.3을 비롯해 수없는 고난을 헤치며 살아남은 그녀들에 비교하면 자신의 슬픔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렇게 해서 정 작가는 지금껏 할머니들과 매일매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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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지 인터뷰 작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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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현장. ⓒ제주의소리
정 작가는 “20대 때는 멀리가고 많이 보는 여행을 원한다. 또 그런 여행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 한 달, 두 달 지내다보면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다시 등장한다. 단순히 여행을 멀리, 낯선 곳으로 간다고 해서 세계관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그저 고민을 배낭에 넣고 떠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 작가는 “오히려 나는 제주라는 장소에 머물고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에게 듣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배낭여행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결국 공간과 시간을 균형 있게 여행할 때 내 자신에게 당당해진다. 여러분이 찾으려는 영감, 목표는 가까이에 있다. 책만 읽지 말고 바깥으로만 돌지 마라. 근처에 있는 사람, 가까운 풍경, 익숙해진 일상에서 찾으라”고 말했다.

또 “관심(觀心)이란 단어에서 심(心)을 빼면 그저 지켜보는 관찰에 불과해진다. 타인을 만날 때는 마음을 담아서 관찰하는 자세를 기르자”라고 조언했다.

정 작가는 “제주에 있는 많은 젊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제주는 우리가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 한 멋진 곳”이라며 제주를 ‘큰 구멍’으로 비유했다.

그 구멍을 통해 나오는 개개인의 소리가 결국 세계 어디든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제주사람들이 가진 기질은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실연, 실직 등 어떤 이유로든 고향 제주에 돌아온다면 제주는 당신을 너그럽게 위로해줄 것이다. 10년 넘게 세계를 떠돌며 다시 돌아온 내 경우를 생각해 봐라”라며 “섬을 닮아 자유로운 우리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자. 몸에 흐르는 ‘제주스러움’을 당당히 여기자”라고 제주 대학생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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