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2006년 창립한 이후 매년 <아시아협력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 여름엔 ‘대초원의 나라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22일부터 30일까지 몽골 중하라 지역에서다. 이번 구성된 제9기 봉사단은 도민 공모를 거쳐 25명이 선발됐고 대학생 6명을 포함해 자연치유팀, 환경개선팀, 문화교류팀, 실무팀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초 확정된 단원들은 6회에 걸쳐 사전교육과 팀별 주 1회 이상 준비와 연습 시간을 가졌다. 제9기 제주평화봉사단이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펼친 봉사와 칭키스칸의 땅 몽골 이야기를 총 10회에 걸쳐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월요일 밤인데 나는 요일을 깜빡 잊어버리고 그냥 ‘별요일’로 부르기로 했다. 밤 12시 밤하늘은 그냥 별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별자리들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걸 처음 보았다. 고개를 들어 큰곰 자리인 북두칠성을 찾으니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이어 작은곰 자리의 북극성, 거문고 자리, 용 자리, 기린자리, 사냥개자리, 백조자리, 카시오페아 자리, 안드로메다자리, 헤르클레스 자리.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려 보았다. 다음날 아침에 지부장은 한두 시 경에는 은하수가 머리 위에서 흘러간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8월 25일.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날이었다. 

치유캠프와 베이스캠프 사이를 오가는 길은 김영도 지부장과 바스카가 주로 도와주었다. 지부장의 차는 SUV차량이었는데, 바스카는 언니의 일본산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빌려 도와주었다. 치유캠프는 베이스캠프에서 남쪽이었는데 몽골에서 가장 큰 교도소 남쪽 가까이에 있었고, 교도소 북쪽으로는 철로가 있었다. 교도소를 우회해서 다녀야 하는데 차량으로 10분 안팎이 걸렸다. 

치유캠프는 입구에서 김성용 팀장이 진료카드를 작성해 주었고, 가장 안쪽으로 ‘쑥뜸’(황지원), 그 오른쪽으로 ‘부황’(고지연), ‘맛사지’(고수완), ‘스포츠테이핑’(이성미) 순으로 배치되었다. 허윤석, 문영보 단원도 교육과 기구 제작은 물론 바쁜 쪽을 거들었다. 

오전 내내 진료에 매달렸다. 내가 맡은 일은 쑥뜸을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한꺼번에 12명이 할 수 있게 설치했다. 다른 분야보다 쑥뜸은 연기를 모아 배출하는 펌프와 연결되어 있어 설치가 좀 복잡했다. 

쑥뜸 시간은 1회에 30분이 필요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고 손님이 많았다. 황지원 단원이 주가 되고 내가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또 현지인 잉크마와 바이라가 아주 눈치껏 잘 도와주었는데, 5년 전에도 교육을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나는 쑥을 쑥뜸기에 넣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쑥향을 즐겼다. 

내방객들을 남겨두고 점심 먹으러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없어서 점심도 배달해 주어서 먹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 진료는 10시부터 1시, 오후는 1시40분부터 5시, 그리고 5시부터 6시 반까지 스텝진 교육이 이어졌다. 하루 내방객은 오전 38명 오후 50명. 모두 뜸, 부황, 맛사지, 테이핑을 다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좁은 공간이 많이 혼잡했다. 

꼬마 손님들도 있었다. 속이 안 좋다며 부모가 권하는 바람에 6살 조르가, 9살 유스가 뜸을 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와 대비되기도 했다. 또 꼬마들 중에는 부모를 따라와서 부모 옆을 지키는 보호자(?)도 있어서 치유 캠프는 대기 중인 사람과 아이들로 혼잡을 이루었다. 

다음날인 8월 26일. 진료 시작이 10시부터인데 9시경에 도착해 보니 대기 중인 사람들이 많아 서둘렀다. 뜸 침대를 제작하면서 밤을 새다시피 했던 허윤석, 문영보 단원도 함께 하였으며, 강상철 단장을 비롯한 실무진과 황인원 대외협력위원장, 양홍기 교육문화 팀장도 잠시 들러 살펴주었다. 

뜸을 도와주다가 남자분의 발을 약간 건드렸는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몹시 당황했다. 죄송하다는 듯이 허리 굽혀 인사해도 반쯤 일어나 쳐다보는 긴장된 얼굴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사모님이 옆에 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손을 잡게 하고 사과의 몸짓 언어를 하고 나서야 풀렸는지 제자리에 누웠다. 

그들은 발은 건드리기만 해도 몹시 화를 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발을 실수로 건드렸더라도 반드시 손을 잡고 사과하지 않으면 화를 풀지 않는다고 한다. 강한 추위에 발을 밟히거나 채이면 고통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위를 비유하는 말에 “소뿔이 얼어 부러졌다”, “말꼬리가 얼어 부서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섭씨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추위는 견디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방객 중에는 겨울 바지를 입고 온 사람, 긴 장화를 신고 온 사람도 있었다. 긴 장화를 신고 온 사람 중에는 양말 위에 발싸개까지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들은 좁은 실내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바람에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쑥뜸 하다가 타다 남은 쑥 연기가 실내를 메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연기를 빼낼 방법이 막연했다. 선풍기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쑥뜸기에서 나가는 연기는 따로 모터 펌프를 연결시켰기 때문에 잘 빠져나가는데, 실내에 흐르는 작은 연기는 쉬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아니면 바람이 아주 귀한 곳이었다. 그냥 더운 기운, 따뜻한, 서늘한, 쌀쌀한, 추운, 그런 ‘기운’만 있는 것 같았다. 

단장과 실무팀들이 만달시청에서 시장을 만나 국립의료원 내의 <자연치유센터> 건립을 협의했으나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 같았다. 문화의 차이와 개념 간의 갭이 조정되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었지만, 막상 부딪히는 실무진들은 단원들을 설득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 몽골은 7~8개월은 겨울이고 하루는 10시가 넘어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상이 그리 급하거나 바쁠 필요성을 느낄 일이 없는 것 같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단원 끼리 모이는 ‘단원의 시간’은 역시 즐거웠다. 저녁 하늘의 구름은 아주 엷고 높았다. 

몽골 중하라의 

월요일 밤이 깊어가면서

달은 잠시 산 너머로 건너 가버리고 

별들만이 머리 위 하늘 가득하다 

북두칠성 

북극성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거문고자리를 찾았다 

카시오페아자리와 더불어

높고 낮은 음자리표들이

별자리 틈새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잠깐 눈을 감았다 

아깃적 엄마가 들려주던 노래가

별빛 폭포 속을 헤치고

내게 다가왔다

가락을 따라 

은하강물이 짙게 엷게 흘렀다

별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