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유영만 한양대 교수 "다양한 체험으로 창의성을 길러주자"

막걸리를 생각하면 ‘파전’이 떠오를까. 아니면 ‘비오는 날’이 떠오를까. 누구나 연상되는 단어가 한 가지씩은 존재한다.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수는 막걸리를 보면 ‘스테이크’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는 사람들의 사고가 고정돼 창의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주최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 교실’이 20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2층 동홍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 ‘지식생태학자’ 유 교수는 초·중등 교사들의 멘토로 불린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한 이후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경영혁신과 지식경영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 교수가 들고 나온 주제는 '당신은 교육하는 부모인가? 사육하는 학부모인가?'.

즐거운 학습이 돼야 건강한 지식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교육 모토다.

유 교수는 어린 아이일수록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창조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녀를 위한 것인 양 여러 개의 학원에 보내는 것은 ‘사육’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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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유영만 교수.

◆ 동물학교의 참새, 토끼, 오리

동물학교가 있다. 그곳에 참새와 토끼, 오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입학했다.

이중 참새와 토끼, 오리는 서로가 친했다. 물론 부모들끼리도 친했다.

입학 첫날 학교 수업은 음악시간이었다.

음악시간 때 가장 신이 난 학생은 참새. 참새는 다른 학생들보다 노래를 잘했고, 스스로 재밌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토끼와 오리는 괴이한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이튿날 학교 수업은 수영.

수영은 오리가 제일 잘했다. 그리고 오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참새와 토끼는 물에 빠져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셋째 날 수업은 등산. 등산은 토끼가 단연 1등이었다. 토끼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등산하는 것이 너무나 재밌었다. 반대로 참새와 오리는 너무 힘들어 등산을 포기하고만 싶었다.

그런데 넷째 날부터 참새와 토끼, 오리는 즐겁게 수업을 받지 못하고, 시키는 것만 했다.

부모들 등살에 못 이겨 참새는 달리기와 수영, 토끼는 노래와 수영, 오리는 노래와 달리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로서로가 모두 ‘엄친아’ 같은 존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자녀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라주는 부모. 잘못한 점만 보고, 사교육 시장에 밀어 넣는 상황.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학(虐)부모의 모습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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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유영만 교수.
◆ 어린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 어른들은 절대 못 따라 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청동조상을 꼽으라고 하면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까.

유 교수는 대뜸 부모아카데미 참가자들에게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자세를 취해보라고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다리 위에 팔꿈치를 올려놨다.

그 모습을 본 유 교수는 “틀렸다”고 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왼쪽 다리 위에 팔꿈치를 올려놔야 합니다. 참 단순한데, 제 주변에 맞춘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누구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유 교수 말에 웃음이 가득했던 강연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참가자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과일 개수로 설명하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한 초등학생에게 사과 10개에서 3개를 먹으면 몇 개가 남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은 당연히 7개라고 대답하겠지만, 이 아이는 3개라고 대답했습니다. 너무 놀라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유는 기상천외 했습니다. 바로 ‘엄마가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했어요. 3개 먹었으니까 3개 남은 거예요’였습니다”

초등학생의 유쾌한 답변. 그만큼 아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아이를 정상적인 아이로 보고 있을까. 비정상적인 아이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사회에서 어떤 아이를 비정상적인 아이라고 판단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됐을까요? 올림픽에 높이뛰기 종목이 있습니다. 1968년 이전까지 선수들은 개구리처럼 앞으로 뛰었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인간은 신체 구조상 2m 이상의 장애물을 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딕 포스베리가 지금의 배면뛰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의 기록은 2.24m. 당시 딕 포스베리는 비정상이었지만, 그는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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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유영만 교수.
◆ 결국엔 ‘체험’을 통한 직접적 경험

유 교수는 개인적으로 현대그룹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정 회장이 맥가이버형 인재라고 설명했다. 즉, 책상에서 공부만 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인재라는 뜻이다.

정 회장은 가방끈이 그리 길지 않았다. 유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정 회장이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과 관련된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중요한 행사 때문에 누렇게 물든 잔디밭을 푸른 잔디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 회장은 잔디밭을 푸르게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곤 잔디밭을 갈아엎고, 보리를 깔았죠. 행사는 잘 마무리 됐습니다”

유 교수는 어떤 이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너무나 창의적인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길러주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다양한 체험을 선물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숲에서 곤충을 직접 잡고, 물에서 고기를 잡는 등 방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유 교수는 달걀을 예로 들었다.

최근 달걀은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작은 우리 안에 갇힌 닭들이 모이를 먹으며, 기계처럼 달걀을 생산한다.

그런데 유기농 달걀이라고 해서 비싸게 팔리는 달걀이 있다. 이 달걀은 산에서 뛰어놀며 지렁이를 잡아먹는 등 방목된 닭들이 낳은 달걀들이다.

우리 안의 닭과 방목된 닭이 낳은 달걀. 어느 달걀이 더 건강할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자녀를 우리 안의 닭처럼 사육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방목한 닭처럼 키우시겠습니까. 부모는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자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르치는 존재입니다”

부모아카데미는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소위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모든 강연은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다. 시간이 맞지 않은 부모들은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다음 강연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리며, 강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벤처마루 지하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날 강연자는 신성욱 과학저널리스트로, 강연 주제는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신 저널리스트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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