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②] 제주특별법개정 촉구결의안 의결 불구 국회 올스톱, 연내 처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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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민의의 전당’임을 포기했다는 비판에도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조속처리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설령 통과된다 하더라도 특례로 이양 받게 될 유원지 시설의 결정, 설치 기준 등을 규정할 조례 제정을 놓고 도민사회가 또 한번 몸살을 겪을 게 뻔해 고행 길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4일 제33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고태민(새누리당)·현우범(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 발의한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조속통과 촉구 결의안‘을 표결로 의결했다.

결의안은 지난 3월 대법원 판결로 ‘올 스톱’ 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정상화시키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유원지에 설치할 수 있는 세부시설 기준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표결은 찬·반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전날 상임위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재적의원 41명 중 38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25명, 반대 9명, 기권 4명으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됐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얼어붙은 정국…국회 법안심사 올스톱, 연내 처리 불투명

물론 ‘민의의 전당’인 제주도의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결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힘이 실릴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민의 왜곡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도민사회는 반대가 훨씬 우세했다. 공직사회, 심지어 의원들 간에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의안’이 국회에 전달된다면 도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사실상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왜곡된 민의를 바탕으로 특별법 개정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특별법 개정안 조속처리 촉구 결의안이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긴 했지만 국회 통과까지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와 관련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법안심사는 ‘올 스톱’ 상태가 됐다.

특별법 개정안을 다루게 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당초 4일 열기로 했던 전체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연히 법안 심의도 중단됐다. 야당이 국회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관 상임위원회 회의가 언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제로 상태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민생법안도 아니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 법안인 탓에 더더욱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법안 발의에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이 문제로 들끓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 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막상 법안 심사에 돌입하더라도 상임위원회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는 총선 정국으로 흘러가는 만큼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에 있다. 제주도와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국회만 바라보는 이유다.

◇ 국회 통과되더라도 ‘유원지 시설 범위·설치기준’조례 제정은 ‘뜨거운 감자’

제주도와 JDC가 목매다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7월 함진규 의원(새누리당) 등 21명이 발의한 법안이다. 유원지 시설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 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사항을 도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JDC는 이를 근거로 유원지 시설의 결정 구조 등을 조례로 정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계획 등을 변경해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렇다면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다.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또 다른 시작이다. 특례를 이양 받은 제주도는 곧바로 조례 제정에 나설 것이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놓고 도민사회는 또 한 차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제주도는 국토교통부령을 기준 삼아 전문가 의견 수렴, 공론화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입법을 완료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유원지에 들어설 관광시설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는 숙박시설의 비율, 건축물 고도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는 그야말로 사생결단식의 격론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법원 판결은 곧 ‘유원지의 공공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토지주들과 시민사회의 파상공세에 제주도·JDC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2차 입법전쟁’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 제도개선과 토지문제는 별개? 무더기 환매소송, 사업정상화 ‘난망’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의 정상화는 ‘특별법 개정(유원지 특례 도입)→도 조례 제정’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일단 송사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강제수용 당해 이번 대법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원토지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협의매수를 했던 원토지주들도 사업부지 내 자기들 땅을 돌려달라는 ‘환매권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다른 토지주들도 무더기 환매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업자는 사업부지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제도개선 자체가 사업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제도개선 문제와 토지 문제는 별개라며 ‘투 트랙’으로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도개선은 제도개선대로 하면서 토지주들과는 (협의매수 등)진정성을 가지고, 다각도로 문제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법 승소판결을 이끌어 낸 토지주들을 “극소수 반대론자”로 폄훼한 원희룡 지사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사업자(버자야)가 그 틀에 맞춰 사업을 변경해 추진할 지도 의문이다. 설령 유원지에 관광시설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공공성 강화’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하면 숙박 등 관광시설 비중은 종전 계획에 비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처리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천신만고 끝에 법 개정이 되더라도 제도개선(조례 제정), 토지문제 해결, 여건 변화에 따른 사업 지속 여부 등 제주도·JDC 입장에서는 그야말로‘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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