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2006년 창립한 이후 매년 <아시아협력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 여름엔 ‘대초원의 나라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22일부터 30일까지 몽골 중하라 지역에서다. 이번 구성된 제9기 봉사단은 도민 공모를 거쳐 25명이 선발됐고 대학생 6명을 포함해 자연치유팀, 환경개선팀, 문화교류팀, 실무팀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초 확정된 단원들은 6회에 걸쳐 사전교육과 팀별 주 1회 이상 준비와 연습 시간을 가졌다. 제9기 제주평화봉사단이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펼친 봉사와 칭키스칸의 땅 몽골 이야기를 총 10회에 걸쳐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양영길 시인이 본 몽골](7) 몽골 만달시 국립의료원에 ‘자연치유센터’ 개원
8월 27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만달시 국립의료원에 ‘자연치유센터’를 개원하고 현지 봉사 인력에 대한 재교육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양홍기 팀장이 제주에서 사흘 동안 직접 서각한 현판을 걸고, 문영보 단원이 손수 제작한 뜸 침대와 뜸 설비를 배치하고 이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날이었다. 의자와 탁자, 각종 재료도 제주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 도착하자마자 실무팀과 문영보 허윤석 단원이 손품 발품을 팔아 정리해 놓았다.
국립의료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오고, 지역 주민과 우리 단원들이 모인 가운데 현판식과 개원식이 열렸다. ‘자연치유센터’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문영보 단원은 실내 배치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사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열심히 교육했다. 60~70평방미터 내외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실무팀의 갖은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도 함께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문화교류 시간에 수여할 교육 이수증을 쓰느라 단장과 바스카가 명단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었다.
강상철 단장과 황인원 교류협력 위원장, 그리고 문영보, 이성미 단원은 감회가 남다른 듯이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현지 교육생들은 신이 나서 자신들의 노력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아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고혈압과 신장 질환, 그리고 소화 불량이 많다고 한다. 주로 육류와 유제품 위주의 식사를 하는데, 짜고 달게 먹는 식습관으로 신장이 안 좋고 혈압이 높다는 것이었다.
어제까지 3일 동안 치유 캠프에 들른 내방객들은 무릎, 어깨,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과 소화기 계통이 안 좋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촌지역이라 일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를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 또 물이 귀한데다가 석회질이 많아 담석을 앓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오른쪽’은 ‘바른쭈그’, ‘아프다’는 ‘어프더흐’, ‘다리미’는 ‘인두’
몽골의 신체어에는 특이한 점들이 있었다. ‘발’과 ‘다리’가 구분 없이 ‘헐’이었다. 대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헐~’하고는 서로의 발을 보면서 웃었다. 그 후로 우리 단원들이 발이나 다리를 흔드는 걸 보면 ‘헐~’하면서 웃는 버릇이 생겼다. ‘손’과 ‘팔’도 구분 없이 ‘가라’였다. 그런데 ‘어깨’는 ‘무르’, ‘무릎’은 ‘업더크’, ‘엉덩이’는 ‘어크더크’였다. ‘무릎’과 ‘엉덩이’가 다른 신체어에 비해서 강조되는 느낌을 받았다. ‘무르’가 ‘무릎’이 아닌 ‘어깨’로 올라가 있었고, ‘엎드리다’와 ‘업더크’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또 일반어 가운데 ‘왼쪽’은 ‘쭌쭈그’였는데, ‘오른쪽’은 ‘바른쭈그’여서 우리말과 비슷했다. 우리말과 비슷한 말로 ‘머리’는 ‘털거이’, ‘아버지’는 ‘아브’, ‘함께’는 ‘함트’, ‘아프다’는 ‘어프더흐’였다. ‘운다흐’도 있었는데 ‘울다’의 뜻이 아니고 ‘(잠을) 자다’ 뜻이었다. ‘높다’는 ‘언더르’, ‘다리미’는 ‘인두’, ‘방향’은 ‘쭈그’, ‘자연’은 ‘바이갈’이었다. 또 ‘언제’는 ‘헤제’였는데, ‘내일’의 순수 우리말 ‘하제’와 비슷했다.
그리고 숫자는 제주어에서 말이나 소의 연령을 셀 때와 비슷한 걸로 알려져 있었는데, ‘하나부터 열’은 ‘넥, 호요르, 고롭, 두릅, 탑, 조르가, 덜러, 나임, 유쓰, 아롭’이었다. ‘아롭’은 11에서 ‘아롱’으로 바뀌어 ‘아롱 넥’이 되었다. 어렸을 때, ‘나릅 송아지’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하나’라는 ‘넥’에서 온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바상구’ 교수에게 몽골 비치그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대어 교육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지금은 러시아어에 두 개를 더 보태서 36개 문자의 키릴문자가 보편화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비치그 문자는 한 개인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1204년 경에 몽골이 나이만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위구르어 필경사인 타타르 통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칭기스 칸의 명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가 머무는 중하라, 또는 주엉크하라는 몽골어로 3YYHxapaa, 로마자로는 Zuunkharaa 였다. 로마자 a는 A(아), 로마자의 u는 Y(우) 또는 (오)y, 로마자 r은 p(에르), 로마자 h는 x(헤), 로마자 Z는 3(제) ……. 러시아 문자에 문외한인 우리들은 문자를 보고는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었다.
다른 팀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발품을 팔까 망설이다가 현지인에게 부탁하여 차로 움직였다.
중하라에 비가 내리면
양영길
연평균 강수량 200밀리의 초원 중하라 8월에
비가 내리면
모두 모두 일어선다
누워 쉬던 소도 낙타도 양도 말도 야크도
가뭄에 지친 온갖 풀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빠 엄마도 아이들도 이제 막 걸음마를 걷는 아기도
길거리를 서성이던 개들은 더 힘차게 내달리고
울타리에 앉아 쉬던 참새들의 소리도 더 커진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더 맑아진다
몽골 중하라에 비가 내리면
모두 밖으로 나온다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옷을 흠뻑 적셔야
비로소 그 짧은 여름을 누리는 것
그런데 그런데
멀리 천둥 번개하면서도 잠시 잠깐
눈썹이나 팔뚝 털에 이슬 맺을 정도
그래도 그래도
멀리라도 비가 많이 왔겠거니
중하라에 비가 내리면
잠시 잠깐 작은 비에도
모두 모두 일어선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음악이 실리고
온갖 풀들은 향기를 품는다
중하라에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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