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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39) 혼자서 / 강방영


생각들 포개어 놓다가
와르르 무너뜨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

가느다란 실로 풀어 펼쳐지다가
또 얽히고 뭉쳐
드디어 나는 묶인다
옴쭉 못하고 숨이 막히도록,

자유로운 정신아
산들바람처럼 찾아와
이 생각의 창을 깨뜨려라

신선함으로 날아 들어와
엉키는 생각의 실낱들
단숨에 걷어 날려버리고

힘찬 날개에 나를 태워
창공을 박차고 나아가
푸른 자유를 들이마시도록
새로움으로 숨 쉬어라


강방영 :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집으로 가는 길』, 『은빛 목소리』등이 있음. 제주문학상 수상.  

생각들을 포개어 돌탑을 쌓아 올립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돌탑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고개를 흔들자 간밤에 쌓았던 돌탑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다시 차곡차곡 생각의 돌탑을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는 다시 무너뜨립니다. 희부옇게 새벽이 오고 있습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다가 그만 내가 묶이고 맙니다. 옴짝달싹 못합니다.
숨이 막히고 가위에 눌리고 맙니다.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생각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 있다면
생각에 갇힘이 없이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다면
하여, 저만치 두고 온 생각을 생각할 수 있다면……. / 김수열

김수열: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강방영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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