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 제주 강연서 “강정, 전쟁 청정지역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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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정의당 대중강연회에 선 김종대 국방개혁단장. ⓒ제주의소리

“우리의 국방예산으로, 우리 해군 함정을 위해 건설되는 것이므로 미중 간 갈등과 분쟁의 불씨가 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제주해군기지가 ‘미 해군기지’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 미중 간 해양 패권 경쟁에 불씨를 당기는 꼴이 아니냐는 비판에 국방부가 3년 전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나 최근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가 미-중 간 분쟁 사이에서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다른 역할’이란 말 그대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군사기지화를 의미한다.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한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의 말이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27일 오후 7시 ‘제주군사기지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김 단장 초청 대중강연회를 열었다. 제주해군기지 완공을 앞두고 제주가 군사기지의 섬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제주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자세히 이해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제주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 짚어보는 자리다.

김 단장은 말라카 해협에서 서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일대 해상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이냐를 두고 최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단장은 “사드 배치 논란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보는 중국 국방부에서는 시진핑 주석에서 국방비를 앞으로 3년 동안 120% 증액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제출한 바 있다”며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는 전부 한반도에 있다. 중국이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중국의 심장부에 비수를 겨누고 있는 한반도는 중국에 의해 압박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형국에서 해군기지가 곧 완공된다는 건 제주에 결코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게 김 단장의 설명.

그는 “일각에서는 해군기지가 중국 견제용이냐, 연안방어용이냐 말들이 많다”며 “군사기지란 건 한 번 지어놓으면 언제 어느 때 그 기능과 속성이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국제정세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연안방어용으로 쓴다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얘기다.

또 “일본의 오키나와 요코스카 기지가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데 일본 내 기지사용이 어려울 경우 제 3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는 국제정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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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정의당 대중강연회에 선 김종대 국방개혁단장. ⓒ제주의소리

이어 김 단장은 “21세기 미-중간 군사적 대치는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완성을 앞두고 있다”며 “이는 군사 신무기 개발과 군사기지 확보를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강정은 전쟁 청정지역이 될 수 없다”며 “지정학적 의미에서 중국 최근거리에서 미군이 활동할 수 있는 천혜의 군사조건으로 좋은 조건을 가지는 게 강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 명분은 ‘해군에 대형함정이 많은데 항구가 부족하니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라지만 만약 미-중간 군사 대치가 격화될 때 한국 내 기지는 의미가 전혀 바뀐다”고 방점을 찍었다.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가 미-중간 패권 경쟁이 심각해질 경우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단장은 “제주도는 50년간 평화를 누려왔지만, 전쟁의 에너지는 한 장소에 고정돼 있지 않고 강대국에 의해 옮겨진다. 강대국은 그걸 결정할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건넸다.

그러면서 “전쟁은 하나의 작은 분쟁이 큰 전쟁으로 연결되는 논리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는 동아시아에서의 강대국의 양상이 말해주는 것인데 평소엔 그걸 못 느낀다. 그게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은 기지(제주해군기지) 하나가 어떤 지정학적 변화에 의해서 다른 역할로 순식간에 바뀐다”며 “제주 강정 제주해군기지는 일본의 요코스카, 필리핀 수빅만의 주요 미군 해군기지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일본과의 공동작전체제로 편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강의를 마치면서 뼈 있는 한 마디를 건넸다. 국방 분야가 어렵다고 해도 관심을 놓지 말라는 얘기였다.

김 단장은 “독재자는 시민이 ‘국방이 어렵다’, ‘특수한 분아야’하고 할 때 제일 좋아한다”며 “특히 ‘원래 진보는 국방 안보하고 거리가 멀다’고 하는 건 독재자들이 제일 듣고 싶어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안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되돌려놔야 한다. 그 중심은 시민 중심의 국방통제”라며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민주주의 전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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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정의당 대중강연회에 선 김종대 국방개혁단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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