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탄 김광추: 탄향유구 ’전 기념 심포지엄...“미술사적 연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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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청탄 김광추: 탄향유구 ’전 기념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표자들. 왼쪽부터 미술평론가 김연주, 언론인 김종민, 시인 김순이, 사진작가 서재철. ⓒ제주의소리

제주 문화예술계의 큰 어른인 故 청탄 김광추 선생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빼어난 성취를 보여준 그의 예술세계 뿐 아니라, 그가 지녔던 삶의 태도 자체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제대로 진행된 적 없는 그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귀포시 소암기념관은 28일 오후 3시 ‘청탄 김광추: 탄향유구 ’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시의 마무리를 하루 앞두고 ‘청탄의 삶과 예술에서 내일을 읽다’를 주제로 청탄 선생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장이다.

문화공간 양의 기획자인 미술평론가 김연주는 청탄 선생의 서예 작품을 두고 “글자와 글자 사이 크기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강한 대비를 통해 화면 전체에 율동감을 주지만 동시에 균형을 잘 잡아 안정감을 준다”며 “이 묘한 긴장감과 엇갈림이 청탄 선생 작품의 예술성을 부각시킨다”고 평했다.

전각 작품을 두고서도 “날카로운 칼의 느낌이 살아있고, 미세한 여백의 조정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다”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청탄에 대한 자료나 연구가 부족한 점에 안타까워 하며 “미학적 의미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의 시대사별로 분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김광추 선생의 작품의 가치를 찾아서 알려줄 비평가와 미술사학자들의 학문적 연구가 절실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주가 훌륭한 예술가 한 명을 놓쳐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빼어난 예술가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강조됐다.

‘대표 예술 없는 종합 예술인’이자 ‘풍류 없는 일급 풍류객’으로 청탄 선생의 방대한 예술세계를 묘사한 언론인 김종민은 청탄 선생을 두고 “겸손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는 ‘예술가는 이래야 한다’는 엄숙주의를 걷어낸 인물”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한 번도 예술가임을 과시한 적이 없으면서 누군가 서예작품을 달라면 기꺼이 써주는 그의 태도는 ‘예술가연하지 않았다’는 것.

이 날 언급된 시인 고은의 증언도 이 같은 논의에 힘을 보탰다. 고 시인은 청탄 선생을 두고 “큰 사람인데 자기가 크다는 걸 과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배타적이지 않고 울타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주 맑은 사람이어서 만날 때 마다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청탄 선생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비단 빼어난 예술적 면모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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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청탄 김광추: 탄향유구 ’전 기념 심포지엄. ⓒ제주의소리

그는 “청탄의 성품에 대해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어질다’라는 형용사”라며 “청탄 선생은 ‘어진이었다’며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살았고 작고한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청탄의 삶이야말로 위로가 필요한 이 결핍의 시대에 우리가 읽고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청탄 선생의 깊은 내면은 생전 그와 교류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더욱 부각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초대된 김순이 시인은 “청탄 선생은 남편과 아버지가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라며 “수많은 사람들 많이 봐왔지만 태생적 고귀함이라고 할까, 처음 본 순간 ‘내가 도저히 저 사람은 뛰어넘을 수 없겠구나’ 할 정도의 고결함 가진 사람”이라고 청탄 선생을 회상했다.

사진작가 서재철도 “청탄 선생에게 ‘서예가’라고 하면 ‘나는 서예가가 아니라 서생이 좋다’고 답했다”며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무언의 무언가’를 주는 듯한 느낌을 주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서는 “산남에 소암이 있다면 산북엔 청탄이 있다. 청탄 기념관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제의가 나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1905년 제주시 화북마을에서 태어나 1983년 작고한 청탄 선생은 서예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전각·회화 뿐만 아니라 사진·분재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뛰어넘는 문화 예술의 씨앗을 뿌린 선구자로 제주 문화예술을 질적·양적으로 크게 도약시키는데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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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청탄 김광추 선생. ⓒ제주의소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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