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2006년 창립한 이후 매년 <아시아협력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 여름엔 ‘대초원의 나라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22일부터 30일까지 몽골 중하라 지역에서다. 이번 구성된 제9기 봉사단은 도민 공모를 거쳐 25명이 선발됐고 대학생 6명을 포함해 자연치유팀, 환경개선팀, 문화교류팀, 실무팀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초 확정된 단원들은 6회에 걸쳐 사전교육과 팀별 주 1회 이상 준비와 연습 시간을 가졌다. 제9기 제주평화봉사단이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펼친 봉사와 칭키스칸의 땅 몽골 이야기를 총 10회에 걸쳐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양영길 시인이 본 몽골](9) 공연장 등 유난히 많은 집회장소는 겨울나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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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중하라의 어린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제주도와 몽골의 첫 교류는 1990년대 초 태권도로 시작된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환경개선팀과 함께 있다가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은 걸어서 갔다. 치유캠프에서는 주로 차량을 이용했는데, 환경팀은 주로 걸어서 다닌 것 같았다. 걸어서 20분 거리였는데, 걸어가면서 마을 풍경을 보았는데, 집들이 제각각이었다. 주로 목조로 만들어진 단층집이었고, 울타리는 목재로 높게 쳐 놓았다. 

오후에는 지역주민들과 배구, 농구 대회가 있었으며, 문화 공연도 준비되어 있었다. 문화공연에서는 태권도 시범도 준비되어 있어 기대가 컸다. 1990년 한국과 몽골이 외교 관계 수립이후 제주와 몽골의 교류는 태권도 보급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단원들이 실내체육관에 모여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몸 풀기를 하고 농구 배구 연습을 하면서 주민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주민들이 모여들지 않았다. 코리안 타임일까, 농번기라 많이 바쁜 걸까, 아니면 우리들을 반기지 않는 걸까? 좀 생각이 복잡했다. 그렇다고 일찍부터 찾아온 사람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즉흥적으로 체육관 밖 잔디밭에서 페이스페인팅을 즐기고, 밀가루 속 사탕먹기 게임을 즐겼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면서 체육관을 가득 매웠다. 실내체육관이 좁을 정도였다.
 
지역주민들은 체형에 비해 날렵해서 우리 봉사단팀들을 놀라게 했다. 공을 가지고 받고 때리고, 또는 던지고 넣고 하면서 몸을 부대끼기도 하는 동안, 소리 지르고 웃고 박수치는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일까. 체육관을 나설 때는 서로가 웃고 떠들고 한껏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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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중하라의 주민들과 문화교류 시간도 가졌다. 이날 밀가루 속 사탕먹기 게임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얼굴 모습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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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하라의 어린이들이 몽골 전통공연을 선보여 봉사단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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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만달시장(오른쪽)과 강상철 봉사단장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체육대회에 이어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문화교류의 시간이 이어졌다. 문화교류의 시간은 태권도 사범인 양홍기 팀장이 사회를 보고 김영도 지부장의 통역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은 중하라 주민과 봉사단이 서로 번갈아 가며 선을 보였다. 몽골 사람들은 거의 전통 복장을 하고 출연했는데 모자도 갖추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깜찍한 공연에서부터 할머니의 몽골 전통 노래까지 이어졌다. 

중하라 어린이들 중에는 문화교류팀에서 배운 컵 쌓기(스피드 스태킹)와 태권도 시범을 보였는데,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태권도는 육체적 순발력만 필요한 게 아니어서 컵 쌓기 같은 두뇌게임을 통해 두뇌운동을 많이 시킨다고 한다. 사실 1990년 한국과 몽골이 외교 관계 이후 제주도에서는 태권도를 발판으로 교류를 시작하였다. 

이어 우리 대학생들의 태권도 시범과 말춤, 자연치유팀의 ‘단지기공’ 등을 선보였다. 공연을 열심히 보고, 내 차례가 지나 객석으로 돌아와 보니 공연장에는 만달시장을 비롯하여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체육대회 결과에 따른 시상식,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에서 준비한 응급세트 전달식이 있었다. 그리고 자연치유팀에서 연수받은 연수생들에게 ‘연수 이수증’ 수여를 끝으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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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만달시의 어느 마을 모습이 유난히 평화롭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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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중하라 어린이들이 마을 길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이 아름답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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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중하라 주민들과 문화교류 시간에 대학생봉사단들이 재미있는 공연을 선사했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만달시에는 공연장이 5군데나 된다고 한다. 우리가 있었던 철도청체육관과 공연장은 소규모이고 중규모 대규모 공연장이 있는데, 겨울철에 공연과 집회가 많다고 한다. 공연장이나 체육관 같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규모에 맞은 옷장이 있는데, 방한 외투를 걸어 놓게 만들어져 있었다. 옷장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수용 인원만큼의 옷걸이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집회 장소는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한 이들의 문화였다. 겨울은 낮의 시간이 6시간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작은 공간의 집 안에만 있을 수 없어 공연장이나 체육관에 자주 모여 움직이는 것이 이들의 삶이고 문화였다. 

공연장을 나서려고 하는데 유난히 나의 시선을 끄는 그림이 벽에 걸려 있어 보고 또 보았다. 전통 그림 양식 같은데, 몽골의 신화와 관련된 그림 같았다. 하나는 나무와 구름, 지팡이를 들고 앉은 흰 수염 할아버지, 그 옆에 꿇어앉은 동자가 몽골리안 게임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 우리나라의 신선도 같은 그림이었다. 또 하나는 세 줄 현악기를 켜는 젊은 여자 그림이었다. 두 그림 모두 원색에 가까운 컬러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탱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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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을 나서다가 만난 몽골 전통그림. 우리의 신선도와 흡사한 느낌이었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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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단원들이 몽골의 어린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자 어린 꼬마들이 신기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 / 사진=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이제 며칠 동안 정들었던 중하라를 떠나야만 했다. 베이스캠프에 모여 짐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쉬 잠이 오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잠깐 눈을 붙였는데, ‘기상!’ 소리가 나왔다. 새벽 3시였다. 울란바토르로 가는 열차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열차는 새벽 5시가 돼서야 출발했다. 침대칸이어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새벽 6시 반쯤 깨어보니, 습지대를 지나고 있었는데 물안개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 7시 반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 해가 걸려 있었다. 승무원이 커피와 차를 가지고 와서 선택하도록 했다. 조금 있다가 뜨거운 물을 가득 가지고 왔다. 나는 수테차를 마시려고 했는데 물이 너무 많아 저으면서 두 번이나 흘렸다. 모든 걸 가득 채워주는 것이 이들의 예의였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은 테를지 국립공원의 ‘게르호텔’이었다. 


테를지 고원의 꽃들은
              양영길

내가 사는 제주에서는
달개비꽃이나 산수국이 더위에 지쳐
파랗게 질리는 줄로만 알았다

테를지 고원에서는
온갖 꽃들이 엎드린 듯 작은 키로
땅과 더 가까이 하고
더위를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파랗게 파랗게 변신한다

테를지 고원의 하얀 꽃 에델바이스는 
고운 솜털로 한밤중 찬 서리를 받아
목마름을 채우며 
고원의 아침을 맞는다

테를지 고원의 꽃들은 
낮은 자세로 엎드려 살지만 
아침 안개가 내려오는 때를 기다려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하늘을 맞이하는 법으로
고원의 높이를 감당해낸다

내가 사는 제주의 여름꽃들은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을 때도 있지만
테를지 고원의 꽃들은 
더위를 누리기 위해 
낮은 자세로 낮은 자세로
더 높은 뜻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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