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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성 교수.

[제주군사기지와 동북아평화] 이삼성 교수 "해군기지가 자극...'동아시아 칼날' 우려"

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일동맹과 중국간 대결 및 패권경쟁 구도가 지속되는 한 제주해군기지는 끝내 군사기지로 굳어지고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사회가 지금이라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이삼성 교수는 20일 오후 열린 토론회 '제주 군사기지와 동북아 평화를 말한다'에서 '동아시아 대분단선의 긴장 심화와 깊어가는 제주도 군사화의 함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동아태 지역에서 미일동맹이 주축이 된 해양연합과 중국 사이의 해상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긴장 상황을 분석한 이 교수는 중국이 2013년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지역을 선언한 배경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이 1995~2001년 사이에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운 것에 항의했지만, 직접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중국해에서 난사군도를 둘러싼 지역내 국가들 사이의 영유권 분쟁과,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개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동중국해 공해상의 통상로 보호와 함께 이어도 영유권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본격화한게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의 관점에서는 이어도는 동중국해의 한 가운데 위치해있고, 특히 그것이 제주해군기지로 뒷받침된다면 그것은 군사적 의미도 띠게 된다며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 주장이 제주해군기지와 결부됨에 따라 중국에게 이어도는 중국의 경제·안보 영역에 대한 매우 심각한 정치적, 상징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혹은 오키나와해역에서 미일동맹과 중국 사이에 모종의 분쟁이
발전할 경우 동중국해는 중국의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이동하고 활동하는 민감한 영역이 된
다"며 "그 한 가운데에 이어도, 그리고 그 뒤에 제주해군기지가 있다. 그리고 이 해군기지는 한국의 기지일 뿐 아니라, 군사동맹과 전시작전권에 의해 미국의 기지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기지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라 대만, 오키나와, 남중국해 어디로든 활동하는 미군의 전진기지가 된다"고 규정했다.

이어 "그럴수록 중국으로서는, 특히 제주해군기지로 말미암아 이어도가 군사적 상징성까지도 띠게 될 때, 이어도 문제를 고도의 군사적 함의를 가진 이슈로 부각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1970년 '미국안보협정 및 대외공약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당시 주한 미국대사 윌리엄 포터가 증언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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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 교수 발표문에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윌리엄 포터 전 주한 미국대사 대화내용

포터: 당신은 미국이 오키나와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을 대체할 수 있도록 남한에 새로운 해군과 공군 기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하는 것인가?
박정희: 이 점에 관한 한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오키나와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제주도를 기꺼이 새로운 미군기지로 제공할 것이다.
포터: 만일 미국이 오키나와에서 핵무기를 옮겨다 놓으면 남한은 미국의 핵무기 전진기지가 될 텐데요.
박정희: 만일 제주도가 미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되면 핵무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포터: 한국 국민이 이를 환영할 것인가?
박정희: 환영하지는 않겠지만, 허용은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제주도를 미국의 군사기지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당시 미중관계 정상화가 암중모색되는 때였고, 그 바람에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박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범죄적 제안을 거절했지만, 오늘에와서는 더 심각한 미국의 군사기지화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미 육군전쟁대학(U.S. Army War College)의 전략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미 해군 데이비드 서치타 중령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가 이어도를 포함한 제주 남방해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군기지로 인해 제주에 배치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가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져다줄 전략적 이점을 적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전략적 이점'과 관련한 언급이란 다음과 같다.

"제주에 배치된 군사력은 남한의 지역적 탄도미사일방어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해상 배치 탄도미사일방어는 북한 미사일로부터는 해안지역과 남한의 남쪽 3분의 1만을 방어할 수 있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들(KDX-III)에서 발사하는 요격체제는 중국 미사일들에 대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 배치된 전함들은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들로부터 류큐열도와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들을 포함한 일본 남부를 방어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이 유사시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한다면 제주는 미국 입장에서 오키나와에 비해 중국을 견제하는데 더욱 공격적인 위치”라며 “미국은 한국과 군사동맹조약국이며, 한국 군대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다.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미 건설된 제주 강정항에 관한 한국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선택은 이 항구를 관광미항과 해양경찰대의 기지로 그 임무를 재정의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 항구와 그것을 품고 있는 제주도가 언제라도 미일동맹의 군사적 전초기지로 동원되어 유사시 대륙과 해양 세력 사이의 갈등 가운데서 '대분단체제의 제물'이 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동아시아 대분단선의 평화지대화를 이끄는 희망의 중심으로 제주도가 다시 설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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