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13) 제주의 더 나은 미래,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있다

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도살장에서 탈출한 에밀리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젖소 에밀리는 미국 동물 권리의 상징. 1995년 도축장 울타리를 넘어 도망쳤다-편집자 주). 이 젖소 낙농장에서 2년간 우유를 생산하는 기계처럼 살다 어느 날 도살장 앞에 도착한 그녀. 다른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져 간 회전문 앞 드디어 차례가 왔다.

절망이 그녀의 목을 조여 오고 있었다. 때마침 인부들은 점심을 먹으러 갔고 운명처럼 에밀리의 생명은 몇 시간 늘어나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에 보이는 건 1.5m의 문.

몸무게 725kg, 거대한 도약을 했다. 기적처럼 문을 뛰어 넘었다. 사실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그 문만이 아니다. 그 너머의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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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불편해서 버려졌을까?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된 차돌 군. 단단하고 깨끗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차돌. 보기와 다르게 이름처럼 거침없다. 보고 있으면 자꾸 배우 마동석이 겹쳐 보인다. 영혼만큼은 상남자 차돌 군! ⓒ 김란영

매서운 추위와 굶주림 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40일간 그녀를 추격했던 경찰도, 도살장 인부들도 아니다. 뺑글뺑글 돌아가던 그 회전문이다. 매 순간마다 회전문이라는 절망을 생각하기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육중한 몸을 들어 올려 도약을 했던 1.5m의 문을 생각했을 것이다.

에밀리에게 1.5m의 문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살고 싶었다. 숨을 쉬는 모든 존재는 타고난 수명대로 생을 마감하고자 한다. 견디기 힘든 과거의 삶, 불안해 보이는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 순간을 살고 싶다. 살아있는 모든 동물은 에밀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 삶에 가까이 혹은 보이지 않는 야생의 동물들은 그들만의 1.5m의 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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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용이, 청아. 장난 끼로 똘똘 뭉친 녀석들이 오늘은 왠지 진지한 눈을 반짝거리며 말한다. “고마워요, 제주동물친구들” ⓒ 김란영

결국 그녀의 강한 의지에 화답하듯 진정한 가족을 만나게 된다. 겁에 질린 에밀리를 따뜻하게 감싸 준 사람들이다.

모든 이야기가 에밀리처럼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간은 수많은 동물에 대해 늘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으로 경시되고 오용되고 있다. 세상의 귀퉁이로 밀려난 동물은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그럴수록 인간은 더욱 고독하고 황폐해지고 있다.

에밀리 이야기가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그 용기와 인내를 이해하고 격려해준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희망은 우리가 그 곳에 있어주는 것이다. 격하게 반기지 않아도, 과하게 물질 공세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견 없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해주면 된다. 이것이 공존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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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돌 군만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앞으로 돌려놔도 소용없다. 난감하다. 동물이, 개들이 이렇게 성격이 다를 줄 꿈에도 몰랐다. 뒤태를 자랑하며 어디론가 우렁차게 소리친다. ⓒ 김란영

이제는 굳게 닫힌 그 문을 열어줄 차례다. 여기 기꺼이 문지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있다. 동물에 대한 연민과 동물권리의 바램이 모여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 줄 단체가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오롯이 동물권리에 헌신한 제주지역 모든 동물의 큰어멍 윤경미 선생님과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뭉쳤다.

앞으로 제주의 동물권리 운동은 산을 굴러가는 점점 커지는 눈덩이와 같을 것이다. 매일 매일 커지고 속도가 붙을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지치거나 낙담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러지 않기 바란다. 이미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다.

동물은 그 자체만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며 그들의 세계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의 길고도 짧은 삶의 여정에 곁을 내어 그들의 손을 잡아 친구라 불리길 희망하는 사람들. ‘제주동물친구들’ 참 감사하다. / 김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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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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