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 무성하자 직접 행적 설명...제주도 "도청서 컨트롤타워 역할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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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찾은 관광객 8만여명이 2박3일간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발이 묶이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자 관광객 수천명이 제주공항에서 박스를 깔고, 노숙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32년만의 폭설(제주시)로 제주공항이 폐쇄되자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중앙언론들은 24일부터 25일까지 앞다퉈 톱뉴스를 쏟아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했지만, 원희룡 제주지사의 얼굴은 단 한번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제주공항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원 지사의 모습을 기대했던 도민으로선 의아해 할 수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원 지사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뒷말을 의식한 듯 원 지사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25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실을 방문, 2박3일의 행적을 자세히 설명했다.

원 지사는 당초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 재일본제주도민협회 신년인사회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원 지사는 제주지역에 대설경보가 발령되자 23일 오전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다시 내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했다. 이곳에서 원 지사는 폭설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고 공무원들에게 폭설과 한파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23일 오후부터 25일 오전까지 원 지사가 머문 곳은 도청이었다. 집 말고는 사흘 내내 '재청'인 셈이었다. 

그동안 바깥에선 폭설에 한라산 등반객 수백명이 고립되고, 강풍에 전신주가 넘어져 2000가구 이상이 정전에 고통을 받았다.

제주공항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수천명이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공항에는 김방훈 정무부지사, 이중환 문화관광스포츠국장, 이재홍 제주관광공사 본부장 등의 모습을 보였으나, 원 지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열 제주경찰청장도 24일 오전 제주공항을 방문했다.

언론노출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 지사의 스타일상 수차례 언론에 나왔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지만, 원 지사가 끝내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는 원 지사가 제주에 없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에대해 원 지사는 "(공항 방문 시점과 관련해)실기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공항 24시간 개방 문제, 관광객들에게 빵과 음료를 제공하는 문제 등을 협의하느라 (공항 방문이)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원 지사는 "제주공항은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의 관할이어서 제주도가 직접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항폐쇄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항공사는 물론 공항공사와도 협약을 체결해야겠다"고 복안을 드러냈다. 

도청 관계자도 "지사님은 23~25일 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도청 내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며 "제주공항은 정무부지사와 문화관광스포츠국장, 관광공사 본부장이 맡았고, 한라산 등반객 고립과 관련해서는 환경보전국장이 현장 실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직접 공항에 한번이라도 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수천명의 관광객이 노숙하느라 힘든 상황에서 지사님이 간다고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국토부와 국민안전처, 한국공항공사와 협의를 하고, 조용하게 지휘했다"고 역할이 적지않았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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