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우후죽순 풍력발전기 난개발 우려와 마을간 형평성 문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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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최근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의 허가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된 고시를 일부 개정하는 행정예고를 하고, 오늘까지(2월 2일) 의견수렴을 받고 있다.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이란 풍력 조례 및 고시의 정의에 따라 3㎿이하 1기를 말한다. 

현재는 기존 풍력발전지구 인근 마을 중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로 지정된 구좌읍 행원리와 월정리에서 이러한 근거에 따라 각각 2㎿ 및 3㎿ 1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풍력발전지구 인근 마을이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규모의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의 허가를 해줘 그에 따른 수익으로 “마을의 재정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시 개정은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 도입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그간 제주도에서는 여러 곳에 풍력발전단지가 난립하면서 자연환경 및 경관훼손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높았다. 

그래서 마련한 제도적 해결방안이 풍력발전지구 지정제도로, 풍력자원은 좋으면서 환경훼손이 덜 한 곳을 ‘풍력발전지구로 지정’하여 그곳에서만 풍력사업을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설치를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2011년 5월 개정된 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되어 그해 10월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고, 12월 1일 관련 기준이 고시되었다.

물론 해당 지역의 경우 풍력발전지구 입지로 인해 받는 소음과 경관피해 등 불이익을 상쇄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로 지정하여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에 따른 수익을 얻도록 하였다. 

이미 10여기의 풍력발전기가 단지화 된 ‘풍력발전지구’이므로 추가로 1기를 설치해도 경관훼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 지정에 대한 내용은 2012년 8월 고시되었다.

하지만 이번 고시 개정으로 ‘신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이 아닌 마을에서도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을 허용하게 되면, 풍력발전기가 우후죽순 난개발되어 경관훼손은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은 제주특별법 및 관련 조례에 법적인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포함시키려는 새로운 허가 대상인 ‘마을의 재정적 안정을 위하여 마을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업’은 같은 수준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욱이 ‘풍력발전사업 허가 목표량 범위 내로 허가한다’는 규정에 따라 현재 육상 풍력의 잔여개발용량은 약 100㎿가 남아있으므로, 3㎿급 풍력발전기를 약 33개 설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정도의 마을만 혜택을 받을 뿐, 나머지 수 백 여개의 다른 마을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풍력자원이 빈약하거나 오름으로 인해 설치가 불가능한 마을은 원천적으로 수혜대상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기에 박탈감이 클 것이다.

이미 이런 이유로 지난해 9월 제주도가 제출한 풍력조례 개정안에 포함되었던 이 내용은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당시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작성한 조례안 심사보고서는 “대상 마을에 대한 기준 및 선정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행정이 임의적으로 대상 마을을 선정하고 지원할 가능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과는 배경과 맥락이 다른 내용을 본 조례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이렇게 고시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지난해 6월 10일 원희룡 지사의 생방송 대담에서 찾을 수 있다. 원 지사는 2015년 6월 10일 <KBS제주>의 특별기획 2부작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듣는다(2부)에 출연하여 육상풍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육상풍력은 수익이 검증되서 안정된 수단이다. 현재 마을마다 발전기금이나 자부담도 없어서 제대로 된 사업들도 못하고 있다. 기업들에 넘기기보다는 공공이 개발해서 주민들의 자체자본을 형성하도록 개발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내부적으로 마라톤 회의 중이다.”

원 지사는 4월부터 5차례에 걸쳐 비공개 전문가토론회를 가졌고 7월 24일 및 8월 4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도민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회의 결과를 종합하여 제주도는 2015년 9월 2일 공공주도의 풍력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민참여방식으로 개발을 촉진하여 마을의 재정자립과 국산 풍력발전기 공급시장을 창출하고, 인근 마을들이 공동으로 장소를 선정하여 추진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허가기준을 마련(조례 및 고시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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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주 박사 ⓒ제주의소리
이에 따라 풍력조례 개정안에 관련 조항을 포함시켰던 것이었는데, 의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이번 고시 개정안에서는 상위 법령에 관련 근거가 없다보니 풍력발전지구 지정을 예외하는 조항인 ‘조례 제20조 제4항’을 근거로 삼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풍력발전사업’ 등에 대해서는 “풍력발전사업의 부지는 제20조에 따른 풍력발전지구 일 것”(풍력 조례 제13조 2항 1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으로, 허가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근거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특히 여기서 ‘마을’은 이 조항이 개정된 2013년 7월 10일 기준으로 조례를 해석하면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이므로, 그 이외의 마을은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제주도는 도의회의 조례개정안 심의과정에서 삭제된 내용을 조례보다 하위 규정인 ‘고시’를 통해 부활시켜 집행하려는 것으로, 행정기관이 의회민주주의를 얕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권력자는 민주주의의 반댓말이 ‘독재’임을 항시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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