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록적인 한파로 제주공항은 장장 42시간동안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하는 사상초유의 비상상황을 맞았다. 사흘간 관광객 7만여명의 발이 묶이고 수천여명이 공항에서 노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는 대응 매뉴얼 부재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저비용항공사의 미숙한 대처로 승객들 항의도 잇따랐다. <제주의소리>는 설 연휴를 맞아 공항대란의 교훈과 향후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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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공항대란 막자] ① 기록적 폭설에 기관마다 우왕좌왕...체계적 매뉴얼 절실

연간 항공기 16만여대가 오르내리고 26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제주공항이 폭설과 강풍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빙판으로 변한 활주로는 42시간 폐쇄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섬을 오가는 모든 교통수단이 통제되면서 제주는 고립됐다. 관광객 8만여명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관광객 6000여명은 나흘간 공항에서 졸지에 노숙생활을 해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강풍경보와 윈드시어, 폭설특보가 내려진 제주공항에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다고 판단해 1월23일 오후 5시50분을 기해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시켰다.

당시만 해도 나흘간의 비상사태를 예견하기 어려웠다. 날이 저물자 관광객 1000여명이 공항을 떠나지 않고 대합실을 지켰다. 이중 상당수는 숙소가 아닌 공항 노숙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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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공항 노숙 사태에 제주도는 밤 11시가 돼서야 종합관리상황실을 제주공항에 마련했다.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지만 물품 지원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2014년 8월 태풍 내습에 따른 공항 체류사태를 계기로 그해 11월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 유관기관과 ‘공항 체류관광객 불편 해소 대책’을 만들었다.

현행 ‘공항 체류관광객 대응체계 구축 계획’에는 공항 체류객을 지원하기 위한 교통과 식음료 제공 등이 있지만 최대 인원이 500명에 맞춰져 초기 대응이 더디었다.

한국공항공사도 모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수량이 부족해 지급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제주도는 뒤늦게 모포 550여개를 구해 어린이를 중심으로 지원했다. 생수와 빵도 공수했다.

매트리스가 지원되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체류객은 종이상자와 관광안내 지도를 바닥에 깔고 잠을 청했다. 모포마저 구하지 못한 승객은 옷을 덮거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체류객들의 숙박시설 지원에 나섰지만 업소 명단만 배포할 뿐 직접적인 안내는 없었다. 때문에 체류객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숙박여부를 확인하는 불편이 따랐다.

공항폐쇄 결정에 따른 공항 체류가 충분히 예상됐지만 노인정과 복지회관을 숙소로 제공하는 등 발 빠른 지원과 결단은 없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선제적 대응 미흡도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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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자연재난에 대비해 마련한 ‘2015년 자연재난 표준행동 매뉴얼’에는 공무원들의 공항 비상근무체제가 명시돼 있지만 교통지원에 한정될 뿐 구체적 대응방식에 관한 내용은 없다.

공항폐쇄 이후 제주도가 전세버스 30대를 대기시키고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연장하는 등 교통지원에 먼저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도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무료숙박 제공에 나선 도민들이 줄을 이었다. 온라인에서는 수백여명이 무료숙식 제공을 자원했다.

60대로 추정되는 노부부는 공항을 찾아 삶은 달걀과 고구마, 귤을 관광객에게 제공했다. 양은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은 두유와 삼다수, 빵 1만2000개씩 무료로 나눠줬다.

신라스테이 제주는 공항체류객 130여명에게 무료로 객실을 제공했다. GS리테일 제주본부는 캔 커피와 초코과자 각각 1만2000개씩을 공항 체류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공항대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원희룡 지사는 재난 매뉴얼 보완과 한국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원 지사는 지난 1일 오전에 열린 정례직원조회에서 “수많은 공항 이용객과 도민들이 큰 불편과 피해를 입었다. 매뉴얼 보완과 구호물자 상향조정 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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