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상봉 의원(노형동 을)

요즘 제주 미래비전 용역이 제주사회의 화두(話頭)이다. 도와 용역진은 앞으로의 제주 핵심가치는 ‘청정’과 ‘공존’이며 이를 모든 정책에 녹여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의회에서는 미래비전 용역 현안보고 자리를 갖고, 다양한 지적들을 쏟아낸 바 있다.

‘청정’과 ‘공존’의 상충 가능성, 추진방안의 구체성 미흡, 제주미래의 최상위 지침으로서 마땅히 포괄해야할 1차 산업, 복지, 교육 등 핵심 분야의 누락, 용역진의 전문성 등 꽤 다양한 지적과 개선주문을 했다.

이렇듯 미래비전 용역은 보완해야 할, 여러 가지 흠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용역이 그동안의 정책적 성찰을 바탕으로 제주의 미래를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겠다는 정책적 취지에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미래비전 용역의 내용적 타당성을 따지기 보다는 제주도민과 의회가 공감하고 있는 ‘청정’과 ‘공존’이 갖는 의미와 정책적 맥락을 살펴보고 어떻게 제도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청정과 공존은 이전 특별법에 담겼다 빠지고, 정책추진은 지지부진

청정과 공존은 오래된 미래이다.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중요한 가치였다. 다만, 제대로 지키고 실행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 크다.

용역진에서 청정과 공존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진 않고 있지만 내용을 분석해보면 청정은 제주의 자연환경 보존 등 “제주의 정체성” 확보가 핵심이다. 공존은 “도민 중심”이 되어 대내적으로는 투자자본과 공존하고 대외적으로 동북아시아의 다양성과 공존하자는 의미이다.

제주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청정’과 도민중심이 골자인 ‘공존’의 정신과 정책은 이미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등 제주만의 법체계에 담겨 있었고,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을 비롯한 각종 법정계획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제주특별법에는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담은 법조항이 없어져 버렸고, 각종 법정계획에 담긴 청정과 공존 정책추진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지면의 한계로 필자는 제주 법체계에 담겼다 빠져버린 ‘청정’과 ‘공존’에 한해 논의하고자 한다.

정책의 철학과 가치 등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후대에도 그 정신을 이어받게 하는 가장 최상의 방법은 법에 그 정신을 담는 것이다. 법률 체계를 보면 보통 제1조(목적)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1991년 12월 만들어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1조에는 도민중심인 ‘공존’이 담겼다.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 “제주도민의 복지향상에 이바지” 문구가 담겨 있다.

반면 관광개발에 방점이 찍혀있는 특별법이란 점에서 자연보존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향토문화 계승발전”, “1차 산업 보호·육성” 문구가 명시돼 제주의 정체성이 골자인 ‘공존’의 정신이 담겼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새롭게 제정되고, 국제자유도시를 제주의 비전으로 설정했지만, 제1조에는 ‘청정’과 ‘공존’의 정신이 완벽히 반영되어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제주와 이질적인 비전이 되지 않도록 했다.

‘공존’의 정신인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 “제주도민의 복지향상에 이바지”문구가 그대로 유지됐다.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는 ‘청정’의 정신은 자연 및 자원 보존을 포함해 “향토문화와 자연 및 자원을 보존하고 지역산업을 육성” 문구로 담기게 된다. 아울러 국제자유도시를 “국가적 지원의 특례가 실시되는 지역적 단위”로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한다는 보너스까지 담겨 있다.

현행 특별법, 이전에 담긴 청정과 공존 철학 모두 빠져

하지만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현재의 법률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청정’과 ‘공존’의 가치가 퇴색되고 없어져버렸다.

대신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린다”는 내용만 자리할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도민의 복리증진”을 건너뛰어 바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렇듯 청정과 공존의 가치와 철학이 후퇴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주특별법 제1조>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청정과 공존의 가치와 철학, 제주특별법 제1조에 되살려 반영시켜야 

미래는 오래된 과거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미래비전 용역에서 제주 미래의 가치와 철학으로 밝힌 ‘청정’과 ‘공존’은 이미 오래된 과거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미래비전 용역결과를 제도화하고 정책에 반영해야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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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 의원. ⓒ제주의소리
필자는 “오래된 과거”이자 “오래된 미래”인 ‘청정’과 ‘공존’의 가치와 철학을 제주특별법 제1조에 반영할 것을 공직사회와 도민사회에 제안한다. 참고로 의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공무원 및 주민자치위원 패널조사에서도 86%가 넘게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드린다.

늦었지만 다행히 원희룡 지사가 ‘청정’과 ‘공존’에 용역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었다. 원희룡 도정의 철학이 도민사회의 염원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철학으로 후대에도 생명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법에 그 정신을 담는 것이 현실적이라 판단된다.

장시간 필자의 생각을 엿보느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도민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상봉 의원(제13선거구-노형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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