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교육청.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교육감, 10일 김화남 이사장과 만남 예정…공립화 여부 판가름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는 제주여자중학교의 신제주권 이설과 공립 전환 문제가 교육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석문 교육감과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이 10일 오후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만남은 제주시 서부지역(신제주권) 여학생 교육수요 해결이 주요 ‘화두’로, 그동안 진통을 겪어온 제주여중의 신제주권 이설 및 공립 전환 여부가 이 교육감과 김 이사장 간 ‘최종 담판’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이 교육감은 일본에서 잠시 귀국한 김 이사장과 10일 오후 제주시내 모처에서 회동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회동 주제가 ‘무거운’ 만큼 만남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도교육청은 이날 만남에서 제주여중 공립화와 신제주권 이설 문제에 ‘긍정적인’ 대화가 오갈 경우, 오는 12일 열리는 제주여중 졸업식에 이 교육감의 참석도 추진하고 있다.

일선 학교 졸업식에 교육감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제주교육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제주시 서부권 교육수요 해결에 대한 이 교육감의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도교육청은 신제주권 여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때문에 ‘중학교 학교군(구) 조정 및 제주시 서부지역 중학교 설립 검토 연구’ 용역을 통해 제주시 동(洞)지역 학교군을 조정했다.

하지만, 서부지역 중학교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지난해 6월30일 기준 제주시 인구는 46만4898명. 서귀포시는 16만5934명이다.

이 가운데 옛 제주시 서부권 인구는 △노형동 5만4342명 △연동 4만4152명 △외도동 1만8483명 △이호동 4068명 △도두동 2880명 등 총 12만4125명이다.

이는 한림, 애월, 구좌, 조천, 한경, 추자, 우도 등 전 읍면을 포함한 제주시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인구 비율 상 교육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년 신제주권에 거주하는 초·중학교 졸업생 중 여학생이 약 25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시 아라·영평·삼도·용담동 등 비교적 통학거리가 먼 중·고교로 진학한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신제주권 여중·여고생 약 1500명이 매일 원도심과 아라동으로 통학하고 있다는 얘기다. 차량 흐름에 따라 왕복 통학 시간이 2시간이 족히 걸리기도 한다.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 제주시 동(洞)지역 중학교 분포 지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러나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이전을 결정할 수 있는 중·고교는 공립학교 뿐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해당 학교와 재단 측의 동의와 협조가 절대적이다.

현재 제주시내 여자 공립학교는 중앙여중과 동여중, 중앙여고 등이 있다. 하지만, 중앙여중과 동여중의 경우 각각 삼도2동과 이도2동 등 제주시 한복판에 위치해 학교가 이전할 경우 도심 슬럼화 등의 악영향이 예상돼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강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제주여중 공립화를 통한 신제주권 이전 방안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판단, 재단 측과 지난해부터 약 5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 도교육청 고위 관계자들이 수차례 김 이사장이 살고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면담을 갖는 등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께 제주여중 공립화와 신제주권 이설에 대한 교육청과 학교 재단측의 의견이 거의 접근되나 싶더니, 최종 협상 과정에서 재단 측 내부사정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교육감은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주시 노형, 연동, 외도지역을 아우르는 서부지역 중학교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제주여중 공립화·이설이 무산된 것으로 판단해 신제주권 교육 수요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학교 신설 카드를 꺼낸 것.

그러나 이것 역시 간단치 않다. 학교를 신설할 경우 교육부 방침에 따라 남녀공학으로 지어진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까지 생각하면 동지역 학교 증가로 인해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의 폐교 등의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도교육청은 무산된 제주여중 공립화를 통한 신제구권 이설을 재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 제주여중 재단 측과 다시 상생 방안을 재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동사용하고 있는 제주여중과 제주여고의 학교부지가 비좁아 학생들이 많은 불편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제주여중이 옮겨가고 제주여고가 현 부지를 단독 사용하게 될 경우 재단과 학교 측에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제주여자학원 재단 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오는 11일 최종 답변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육감과 김 이사장이 만남을 갖게된 배경이다.

도교육청은 제주여중 이설이 현실화될 경우, 제주시 외도동이나 노형동 월산마을, 제주고등학교 부지 등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주중앙여고도 신제주권으로 이전해 서부지역 여자학교 교육수요 불균형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947년 개교한 제주여중은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현 동초등학교 인근에서 개교한 후 제주 칼호텔 부지로 한차례 이전한 뒤, 지난 1972년 지금의 부지로 신축 이전해 40년 넘게 제주여중과 제주여고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늘 이 교육감과 김 이사장 간 회동에서 제주여중 공립화와 신제주권 이설에 대해 긍정적인 접근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 경우에 이 교육감이 오는 12일 예정된 제주여중 졸업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교육감의 졸업식 참석 여부가 제주여중 공립화 가능 여부의 메시지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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