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오가는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되면서 설연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공항 대합실 바닥에서는 공항대란 16일만에 종이상자가 다시 등장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1일 오후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잇따라 발효되면서 오후 6시30분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 7C146편이 결항되는 등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고 있다.

오후 9시 기준 제주 기점 항공기 53편이 결항되고 17편은 제주로 향하다 회항했다. 지연 운항중인 항공기도 131편에 이른다.

설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항공기 결항 소식에 줄줄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12일 오전 일찍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공항노숙을 준비하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승객은 수속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결항이 확정돼 짐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지난 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제주 관광에 나선 조희제(70.여.경기도 양주)씨는 “여행을 마치고 오후 9시20분 비행기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 오자 결항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27명과 단체관광에 나선 백학길(68.대전시)씨는 “대한항공에서 결항에 따른 안내를 약속받아 숙소에서 하루 더 보내기로 했다”며 “체류비가 많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종이박스를 깔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합실 바닥에 종이상자가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폭설사태로 제주공항이 정상화 된 1월27일 이후 16일 만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관광객들의 집단 체류에 대비해 이중환 문화관광교통국장을 필두로 제주공항 현장에 상황팀을 꾸리고 체류객 지원 시스템을 가동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제주공항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원 지사는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없도록 숙소 이동을 적극 지원하고 항공사의 협조도 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김포공항 운영시간 종료에 대비해 임시편을 투입해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으로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로 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이 끊길 것에 대비해 전세버스를 준비하고 제주관광공사는 혹시 모를 공항 체류객에 대비해 지원할 생수와 이불, 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순간 최대 15m/s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주말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돼 12일 항공기 정상화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 이용객은 공항 이동전 항공기 운항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