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컷오프·경선 여론조사로? 사전신고 급증…'숫자권력', 민의 왜곡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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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가 4.13총선 공천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가 민심과 선거판을 좌우하는 왜곡 현상을 경계하기도 한다.

제주 정치권이 6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과 관련해 ‘숫자 권력’인 여론조사에 온통 신경을 쓰고있다. 여·야의 총선 후보 선출 및 공천 룰의 핵심도 여론조사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만능시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론조사가 컷오프, 경선, 결선투표 등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후보들이 여론조사에 목을 매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오는 16일까지 4.13총선 공천신청을 받은 뒤 각 선거구별 후보자 인지도 조사와 면접조사, 25일 결선후보 참여자 확정, 26일~3월2일 결선 실시라는 로드맵(안)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컷오프, 경선(예선) 및 결선 모두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상향식 공천 취지를 살리면서 보름밖에 남지 않은 경선 일정을 감안한다면 여론조사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론도 작용한다.

제주도당 관계자는 “경선 방식과 관련해서는 3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시간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현재로선 경선은 물론 결선을 100% 여론조사로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경선이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5~16일 이틀간 후보 공모절차를 거친 뒤 20일쯤 공천 심사를 위해 지역구 실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심번호를 도입할 경우 100% 국민경선을 한다고 당헌당규에 규정되어 있는 만큼 여론조사로 4.13본선에 진출할 최종 주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이처럼 당내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함에 따라 제주지역 예비후보들도 여론조사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유권자들에게 미리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제주시·서귀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3건에 그쳤던 여론조사 사전신고는 올해 2월12일 현재까지 43건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언론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신고한 경우를 제외해 순수 후보캠프에서 신고한 경우만 제주시 21건, 서귀포시 16건 등 37건이나 된다.

특히 여·야 예비후보 28명 중 16명으로 가장 많이 등록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의뢰한 여론조사가 80% 정도 된다.

제주시선관위 관계자는 “최근 각 당 경선을 앞둬 여론조사 사전신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경선을 앞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유력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여론조사 경선’ 대응전략에도 부심하고 있다.

일부 캠프에서는 경선을 포함한 각종 여론조사에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까지 준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부재중일 때에 대비해 자택전화를 휴대전화에 착신토록 하는 등 ‘접속실패’ 차단작전을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여론조사 경선’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여론조사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모씨(71, 제주시 이도2동)는 “외출할 일이 없어 주로 집에 있는데, 하루는 여론조사 전화를 2통을 받은 적도 있다”며 “처음에는 정성껏 응답했지만, 이제는 ‘여론조사’라는 말만 나와도 끊어버린다. 거의 공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전문가 김대호 박사(리서치플러스조사연구소 소장)는 “일부 후보들의 경우 여론조사를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활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 문항이 불합리할 경우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 여론조사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는 여론 파악의 참고자료이지, 절대적 판단자료는 아니”라며 “시간·비용 등을 감안해 손쉽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에 매달리는 것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여론정치로, 민의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제주도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일 60일 전인 13일부터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명의를 밝혀 선거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 이는 여론조사를 빌미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정당이나 후보자로부터 의뢰받은 여론조사기관이 의뢰자를 밝히지 않고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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