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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곳곳에 퍼진 제주 조릿대.

'조릿대 제거' 설명회..."벌채-말 방목" "연구 먼저" "도민공감대 우선" 의견 분분 

한라산을 점령(?)한 제주 조릿대 제거에 앞서 도민 사회의 여론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당수 도민이 아직은 조릿대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8시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 탐방안내소에서 ‘한라산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대책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권영수 행정부지사, 김방훈 정무부지사,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장를 비롯해 시민사회 단체와 청정자문단 등이 참석했다.  

조릿대는 대나무과 식물이다. 종자 번식 2년째 튼튼한 뿌리가 형성되고,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4년 정도 자란 조릿대는 중심축(뿌리)을 갖게 되는데, 중심축에서 떨어져 나간 조릿대는 새로운 개체로 자라난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한라산 화산지대와 산지 등에 군락을 형성한 상태다. 조릿대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라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상나무림이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벌채와 말 방목을 통해 조릿대의 일정부분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조 소장은 “오는 2025년까지 국비 100억원을 투입해 구상나무와 산철쭉, 시로미 등 식생 복원사업을 위해 조릿대를 제거해야 한다”며 “환경부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산림과학원 등과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현철 박사는 “중심뿌리 반경이 55cm 정도인 조릿대를 벌채했을 때 1년 뒤 31cm, 2년 뒤 16cm, 3년 뒤 9cm까지 줄었다”며 “말들은 신초를 좋아한다. 신초가 없을 때 조릿대를 먹는데, 조릿대에는 단백질이 많아 말 사료로도 좋다. 다만, 말들이 나무 껍질을 씹는 버릇이 있어 보호 나무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조릿대를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조릿대는 더 퍼져나갈 것”이라며 “제거한 조릿대는 화장품이나 차, 건강식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릿대 제거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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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조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소장이 조릿대 제거와 구상나무 복원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이 과연 조릿대 때문인지 파악해야 한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만약 연관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조릿대를) 제거해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벌채와 말 방목 말고 다른 방법도 많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따라 왕성하게 번식하는 식생이 있다. 바로 대나무다. 과거에는 대나무를 어떻게 잘 키울까 연구했지만, 지금은 개체수 조절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대나무 개체수 유지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조릿대 ‘제거’라는 표현보다는 ‘관리’라고 해야 한다. 조릿대를 완전히 제거할 순 없다. 조릿대에 장점도 더러 있다. 또 말 방목의 경우 한라산 탐방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세부적인 접근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배 (사)제주자연학교 교장은 “해외에도 조릿대로 고민인 곳이 많다. 하지만, 제거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분명 속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또 조릿대를 제거하면 종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하는데, 새로운 외래종이나 개체들이 조릿대가 차지했던 부분을 뺏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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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한라산 현장설명회.
청정자문단은 한 목소리로 도민 공감대 형성을 주문했다.

자문단들은 “제주도민들이 생각하는 한라산의 위상은 엄청나다. 또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에 순응하자는 도민도 있고, 조릿대를 제거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조릿대 제거가 새로운 도민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정 50주년을 기념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릿대 제거 원년의 해’를 선포했지만, 그동안 공식적인 논의가 부족했다. 제주도정도 이번을 계기로 한라산 관리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들이 ‘조릿대를 제거하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자세한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학계에 조릿대 관련 연구 실적을 요청했지만, 거의 없었다. 조릿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라산은 국립공원 개념보다 세계공원이다. 단순히 한라산 조릿대 제거와 구상나무 복원이 아니라 한라산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행정 차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설명회는 지난해 12월24일 제114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부가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한라산 조릿대 제거와 구상나무 복원 방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주문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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