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항파두성 밖 항몽유적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은 여·몽연합군이 항파두성을 함락하던 원종 14년(1273) 보다 2년 6개월 여 앞서 시작됐다. 그런 만큼,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 관련 유적은 항파두성 밖에도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제주의 항몽유적은 제주의 북반부 동·서 양측으로 약 43㎞ 거리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것이다._#35

이들 항파두성 밖의 항몽 관련 유적은 물 관련 식·생활용수, 망대와 진지, 포구, 기타 등의 4가지로 대별해 나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물 관련 유적으로는 ‘장수물’, ‘유수암천’, ‘짐수못’ 등이 확인된다. 여기에서 ‘장수물’·‘유수암천’은 용천수, ‘짐수못’은 봉천수에 해당한다. 망대와 진지 유적은 ‘극락봉 진지’, ‘바굼지오름’, ‘붉은오름’, ‘진군마를’, ‘망이리 동산’, ‘살맞은돌’, ‘산세미오름’, ‘동제원 진지’를 거론할 수 있다. 포구 유적은 ‘군항포’, ‘조천포’, ‘함덕포’, ‘조공포’, ‘애월포’, ‘명월포’ 등이다. 기타 유적은 ‘기와가마터’, ‘김수장군추정묘’, ‘고려충신김수장군유적비’, ‘송담천 전적지’, ‘환해장성’, ‘종신당 터’, ‘태산사 절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항몽유적의 경우도 상당수가 제주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음용수와 생활용수로 이용해왔었던 용천수 및 봉천수와 관련을 맺거나, 혹은 제주 지역이 화산섬임을 드러내는 오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포구 경우도 제주의 생태적 특색을 여실히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포구는 제주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마을이 들어섰던 곳이었던 만큼, 마을 형성의 입지적 조건이 가장 뛰어났다. 곧, 제주는 마을이 선사시대부터 고려 충렬왕 26년(1300)까지만 하더라도 해안지대의 포구를 끼고서 이뤄졌던 것이다. 이는 반농반어(半農半漁)를 통해서만 먹거리 마련이 가능했던 여건 때문이었거니와,_#36 그 이면에는 제주의 토질이 화산활동을 통해 퇴적된 화산회토라 농업생산력이 낮았던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요컨대, 항파두성 밖 제주 항몽유적의 경우도 상당수가 제주의 경관 및 생태의 정체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의 특성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3) 제주 항몽유적 관련 문화콘텐츠화의 방향과 내용

제주 항몽유적 관련 문화콘텐츠화는 이들 유적이 지닌 의미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더욱이 역사유적 경우는 그 역사성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선행돼야 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용성이 큰 활용 방향을 전망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런 만큼, 제주 항몽유적이 지닌 역사성을 제주의 정체성과도 관련해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제주 항몽유적은 제주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아 큰 격변을 겪어 왔었던 예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존재이다. 제주는 한반도와 중국 대륙 및 일본 열도 지역 등을 잇는 중간적 지점이고, 멀리 동남아 지역으로도 열려 있는 해상에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제주는 한반도와 중국 및 일본 지역과 잦은 교류를 가졌던 한편, 이들 지역을 잇는 바닷길의 요충지로 주목돼 왔었다. 또한 외침에 노출되는 경우도 잦았다. 이 때문에 제주 대몽항전 관련 유적도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제주 항몽유적은 제주의 고유한 경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용천수와 봉천수 및 오름의 존재와 함께, 포구 지역에 마을이 우선적으로 들어섰던 역사적 사실, 그리고 환해장성이 현무암의 자연석으로 쌓아졌다는 점 등은 제주의 지질과 지형이 화산활동을 통해 이뤄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제주의 항몽 관련 유적은 제주가 우리나라 역사, 더 나아가 세계사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음을 말해주는 존재이다. 또한 제주 경관과 생태의 특이성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항파두성과 그 밖의 항몽유적은 고려의 대몽항전을 우리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시각에서도 조명함과 아울러, 제주역사와 경관 및 생태의 독특함을 찾아볼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춘 문화콘텐츠화 방향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 예로서는 다음의 사실을 들 수 있다.

첫째,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항파두성과 성내 유적에 대해 종합적 학술조사를 거친 후, 대몽항전이 전개되던 시기의 유적을 재현한다. 이를 바탕으로 도보순행하는 동선을 마련하고, 거기에 얽힌 역사 ․ 경관 · 생태적 사실을 생생하며 구체적으로 전해 줄 수 있는 자료집을 발행한다. 이로써 제주역사와 경관 및 생태 등을 아울러 이해할 수 있는 문화기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항파두성 밖 항몽유적으로 알려진 것 중에는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곳도 있으나, 상당수가 구전이나 지명 해석, 혹은 대몽항전의 전개 상황을 통한 유추 등을 근거로 삼아 항몽 관련 사실을 끌어내는 곳도 상당수에 이르는 편이다. 그런 만큼, 항파두성 밖 항몽 관련 유적이 실제적으로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과 관련을 맺고 있는 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 여부를 우선적으로 밝히는 조사 ․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주의 항몽유적 관련 문화콘텐츠 개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둘째, 항파두성내 발굴조사를 거친 후, 제주 삼별초가 대몽항전을 전개할 때 가장 중심이 됐던 건물 등을 보수·정비하고, 이를 항파두성내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되는 유물의 전시는 물론이고, 제주뿐만 아니라 고려의 대몽항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 또한 100여 년 몽골의 제주경영 관련 역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주와 몽골 교류의 전시관으로도 활용한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외세의 침략에 저항했던 역사를 생생하며, 전체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한편, 제주문화의 복합성을 깨닫는 산교육장의 중심 센터가 될 수 있다 하겠다.

셋째, 항파두성의 정비와 연계된 보존·활용의 방향성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 예로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항파두성은 물론이고, 성 밖 항몽 관련 유적도 포함·소개하는 자료집을 만든다. 자료집 내용은 각 유적과 제주에서 벌어진 대몽항전의 전개과정을 유기적이고, 순차적으로 연계해 서술함으로써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가능케 한다. 이로써 자료집은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을 이해하는 사회교육용 자료, 더 나아가 탐방객의 안내서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항파두성 밖 항몽 관련 유적의 경우, 그 유적지가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 전개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과 의미를 가졌는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한다. 또한 표지판은 기존에 항몽 관련 유적으로 알려졌으나, 조사·검토 결과 항몽 관련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유적지에도 설치하고, 거기에는 항몽 관련 사실의 여부를 검토한 조사과정과 내용을 서술한다. 이로써 항몽 관련 유적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항몽 관련 유적지를 찾아오는 한편, 항몽 관련 유적이 문화자원화의 길로 나아가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셋째로는 항파두성과 아울러, 기타 항몽 관련 유적에 얽힌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전설과 구전 등의 내용도 애니메이션, 혹은 영상물로 제작 · 제공한다. 이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항몽 관련 유적지를 찾아가 보려는 의욕을 갖게 하며, 어린 학생들에게도 보다 흥미롭고, 쉽게 제주 삼별초의 대몽항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이밖에, 항몽 관련 유적지를 ‘삼별초와 성(城) 유적’ , ‘삼별초와 오름 유적’ , ‘삼별초와 물 유적’ , ‘삼별초와 포구 유적’과 같은 테마의 답사코스를 마련하고, 이를 연계해 순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테마별 항몽 관련 유적지 답사코스는 탐방객으로 하여금 보다 넓은 제주 지역을 찾아다니며, 제주의 다양·독특한 경관도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제주 지역 대몽항전 관련 유적의 문화콘텐츠화는 우리나라의 외세항쟁사와 아울러, 제주역사와 경관 및 생태가 맞물려 이뤄진 문화관광코스의 창출과 함께, 산교육장의 공간적 범위를 보다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 적절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