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주 경제브리프 '부동산시장 점검'...“투기수요 억제할 강도높은 대책 시급”

가격 상승 곡선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제주 부동산 시장의 배경에는 투기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수요에 버금가는 투기수요로 인해 도민들의 주거 여건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무주택서민과 같은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10일 발표한 올해 제주경제브리프 4호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점검’에서 “최근 제주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실수요 외에도 투기적 수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한은 제주본부는 그러면서 투기 수요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신규 주택 수요는 1만6445호로 조사됐다. 이중 실수요는 1만5호(60.8%), 투기 수요(가수요)는 6440호(39.2%)로, 투기 수요가 실수요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도내 주택 총 공급량이 1만229호인 점과 비교하면, 투기 수요가 실수요 분을 상당부분 잠식한 셈이다.

특히 투기 수요의 상당수는 거주 목적이 아닌 수익을 노린 도외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기 수요 6440호 가운데 5224호가 도외민, 1216호는 도민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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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한국은행 제주본부. ⓒ제주의소리

지난해 도외 거주자의 주택 매입 건수는 전년 대비 54.2% 증가했다. 또 2011년 이후 매년 20% 이상 늘어나는 등 '이상 신호'(?)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이와 맞물려 투기 목적의 토지 거래도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외 거주자의 제주지역 토지 매입은 2012년 14㎢에서 2014년 26.5㎢, 지난해 32.9㎢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를 상회하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담보력 증가, 가격 추가 상승 기대 등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다시 주택매매로 이어져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8조2000억원으로 2014년말에 비해 1조9000억원, 31.3% 증가했다. 이는 전국 증가율 8.9%를 훌쩍 뛰어넘고,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실수요를 잠식하는 투기수요와 이로 인해 증가하는 가계대출은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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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한국은행 제주본부. ⓒ제주의소리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 등으로 주거 환경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제주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인구 순유입과 기업이전의 모멘텀(Momentum)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1월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 감소하고, 130까지 치솟은 주택가격전망 CSI도 120대로 내려오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목전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유입인구 증가세를 감안해 실수요자, 특히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에 필요한 주택을 적기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2025년까지 총 10만호 건설 계획이 담긴 제주도의 '제주형 주거복지 종합계획'도 이러한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투기 수요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토지 거래 등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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