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 대학생아카데미] 이민호 “영어 명언 외우며 자존감 ↑...도전은 좋은 경험”


나이 불문 영어에 목매는 사회 분위기에 ‘영어 공화국’이라는 씁쓸한 내부 비판까지 나오는 한국에서, 돈 대신 의미를 찾는 영어강사가 있다. 제주 대학생들과 만난 그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을 키우자.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자”고 힘을 북돋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6학년도 1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7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렸다.

이날은 이민호 제이라이프 스쿨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이 대표는 ‘연봉 1억원’을 뿌리친 인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롤모델을 뽑겠다며 2010년 열린 케이블TV 오디션 <1억원의 러브콜 E.T(English Teacher)>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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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제주 대학생들과 만난 이민호 제이라이프 스쿨 대표. ⓒ제주의소리

우승자에게는 연봉 1억원의 토익강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 대표는 제안을 거부했다. 그 위치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영어교육을 할 수 없다는 당찬 이유에서다. 그가 운영하는 어학원 제이라이프 스쿨(J LIFE SCHOOL)은 점수 향상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아닌 즐거움과 소통을 우선하는 학습 분위기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의를 시작한 이 대표는 간단하지만 깊숙이 각인되는 영어 사용법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치사 'with'을 딱풀과 비교하며 "with은 무언가가 몸에 딱 붙어있을 때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쓰고, 끼고, 입고, 메고, 가지는 영어 표현에 모두 With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살짝 떨어져 있을 때는 by를 쓰고, 색깔 있는 옷을 표현할 때는 in이 쓰면 된다고 말했다. 쉬운 단어와 전치사만으로 간단히 영어 문장을 완성하는 이 대표의 강의에 학생들은 주목했다. 재치 넘치는 말솜씨마다 밝은 웃음도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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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동작으로 영어 전치사 'With'의 사용법을 배워보는 이 대표와 학생들. ⓒ제주의소리

이 대표는 자신이 영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던 계기를 20대 시절 어머니와의 통화라고 꼽았다. 

당시 서울에서 밴드활동을 하며 자유롭게 지내고 있었다는 그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나이가 들어 돈이 없으니 왜 이리 서럽냐’는 말을 하셨다. 그때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평소 명사들의 강의를 좋아한 취미와 영어를 접목시켜 영문 강의를 찾아보고 외우는데 몰두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며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 각인시켰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문구와 사연을 소개했다.

‘your mind is like a tire with a slow leak.
so, you have to keep pumping it up.’

우리의 마음은 풍선과 같은데 천천히 바람이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존감을 키우자는 뜻과 연결된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는 것만으로 자존감이 키워질까 의아하지만, 이 대표는 의미심장한 사연을 곧 이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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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 명언을 소개하는 이 대표. ⓒ제주의소리

소설가 김영하 강연의 일화다. 강연 중이던 김영하는 “자기 삶에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그것을 글로 써라. 글과 말에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납득할 수 없다. 말만 하면 다 된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영하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한번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봐라. 다 함께 해보자. 여러분도 말과 글에 아무런 에너지가 없다고 믿는다면 지금 적은 그 이름 옆에 ‘내일 교통사고로 죽는다’고 적어라.”

그러자 반박했던 사람은 차마 글을 쓰지 못하며, 글과 말에 힘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야기를 소개한 이 대표는 “우리는 믿지 않는 말은 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스스럼없이 하지만 긍정적인 말은 쉽지 못한다. 결국 구멍난 타이어처럼 자존감이 서서히 빠지게 된다”면서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 괜찮다고 말해주고 격려해야 한다. 그런 시도가 5년 뒤에 다른 삶을 살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행동, 행운, 행복 세 가지를 얻었다고 꼽았다.

그는 영어뿐만 아니라 좋고 나쁜 모든 경험을 행동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영어를 잘하지 않았지만 입에 달라붙을 만큼 반복하면서, 명언들을 확실하게 외우자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좋은 경험, 나쁜 경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것은 소중히 나쁜 것은 배움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속에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쌓여갔다고 회고했다.

행운은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이 아닌, 준비가 이뤄졌을 때 얻게 되는 값진 열매라고 표현했다.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오히려 불행이라며 준비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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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끝난 뒤 학생의 재치 넘치는 소감에 이 대표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

끝으로 행복은 ‘의미’를 찾아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 직업은 영어강사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과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자’는 말을 던지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며 영어 이상의 가치를 중요시했다.

이 대표는 “취업하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지 않냐. 여러분이 만약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그저 공무원이 되고 싶은 바람을 넘어, 고향 제주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부여해보자”라면서 “그래서 내가 스스로를 영어강사로 소개하지 않고 ‘꿈을 돕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우리 모두 자신에게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해보자”고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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