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5) 노루 유해 야생동물 지정 3년 연장과 포획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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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를 포획할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 지정기간이 오는 6월 30일 만료됐지만 제주도는 최근 이 기간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1500마리씩 4500마리의 노루가 제주에서 포획될 전망이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제주의소리DB

북미 대평원의 버펄로는 숲의 나뭇잎 수를 헤아리는 것이 훨씬 쉬울 정도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1870년 이전까지 버펄로는 대략 6000만에서 6500만 마리로 추정한다. 그들은 수천 년간 북미 대평원의 주인이자, 인디언들의 이웃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버펄로는 인디언들의 삶의 버팀목이었다. 인디언들은 생존을 위해 의복, 주거, 음식 꼭 필요한 만큼만 버펄로를 사냥했다. 그들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쉽게 길들여지지 않아 사냥을 해야만 했다. 

1만5000년 동안 이어져 오던 그들만의 법칙은 말 그대로 단 한순간에 끝장나버린 일대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생태계 역사상 가장 잔인한 사건으로 남아있는 버펄로 대학살이다. 1868년부터 18개월간 무차별 학살로 4280만 마리의 버펄로가 대평원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백인들에게 대평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초지는 이미 버펄로와 인디언들의 땅. 그들은 인디언 말살을 위해 가장 쉽고, 즐거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버펄로 사냥이다. 

버펄로들은 종종 피 흘리며 쓰러진 동료 주위에 몰려들어 킁킁거리기도 하고, 기이한 소리로 울부짖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달아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냥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대학살에 인디언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그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제를 지내기 위해 제물로 사용했던 버펄로를 찾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제사는 2달 동안 지연되고 마침내 평원에 홀로 남은 버펄로를 제물로 사용했다. 다음 해 그들은 단 한 마리의 버펄로도 볼 수 없었다. 1870년 말 대평원의 버펄로는 거의 멸종되었다.(현재 순수 혈통은 찾기 어렵고, 잡종 형태로 수십만 마리의 버펄로가 사육되어 고기로 이용되고 있다.)

사기가 꺾이고, 쇠약해진 인디언들은 산발적인 저항 끝에 쉽사리 항복했다. 이것으로 백인의 인디언 말살정책인 버펄로 대학살은 완전히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인디언들은 보호구역으로 쫓겨나 백인들의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정부의 식량 배급에 매달려야 했다.

버펄로 대학살과 제주 노루가 묘하게 닮았다고? 버펄로 대학살은 어떤 군사전략보다 월등한, 가장 쉽고, 누군가에겐 즐거운 방법으로 여겨진 인디언 말살정책으로 결국 백인들은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주도의 노루 포획 정책 역시 가장 쉽고, 누군가에게는 유익하며, 노루가 떠난 자리에 외지인들이 그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지난 3년 동안 제주도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여 4597 마리를  포획했다. 생포틀로 잡아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옮긴 사례는 14마리로 지난해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리고 포획된 노루의 92.4%인 4246마리는 모두 식용 처리됐다. 피해 농가와 지역 주민가운데 68.3%인 2900마리를 자가 소비하였고, 대리 포획자들도 31.7%인 1346마리를 식용으로 사용했다. 파묻은 노루는 고작 337마리이다.

포획된 노루가 유해동물이라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노루의 살점, 뼈, 피 등을 식용한 것이다. 건강 전문가들은 노루가 관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낭설이라며 오히려 고기를 섭취할 경우 기생충에 위험도 있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건강원 40개 중 18개에서 30만 원에서 70만 원대까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노루는 7600마리. 애초에 노루 수를 잘못 파악했다는 의문은 꺼내지도 않겠다. 대상지역을 산림으로 한정하여 6100마리를 적정 노루 수로 보고 있다. 이는 노루의 서식처이자 먹이 공급원인 대규모 초지를 누락했으며 조사를 했던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를 포함하게 되면 적정한 노루 수는 1만마리 이상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또한 굳이 3년을 연장하여 잘못된 적정한 수를 유지하기 위해 1천여마리를 포획하지 않더라도 해마다 자연사, 로드킬, 밀렵 등으로 이미 1천여 마리의 노루가 감소되고 있다.

그렇다고 노루 포획정책의 발단인 농가 피해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혹자는 불편할 수 있으리라. ‘당신이 피해본 농가의 심정을 아느냐?’ 물을 수 있다. 물론 일 년 농사를 망친 농부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농부들이 맞다. 굉장히 안타깝기만 하다. 허나 그 분들 뿐만 아니다. 노루를 포획해야 하는 엽사들, 신고해야 하는 주민들, 지켜보는 사람들,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 이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들 누구하나 마음 편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는 “보통의 한국 사람들, 특히 제주도민들은 노루에 대해 제주의 명물로 여기며 친근하게 생각하는 만큼 무조건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노루와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농가에는 농업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노루 접근을 막는 ‘에코펜스’ 등 노루 침입 방지시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의사들이 제시하는 노루를 생포하여 수컷을 중성화하는 방법도 있으며, 일본의 사슴생태공원처럼 노루생태관찰원을 관광산업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노루 포획은 3년으로 오는 6월 30일에 만료된다. 또 다시 같은 방법으로 3년을 더 연장하는 것은 제주도가 노루관련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모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보다 그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루와 그에 따른 피해도 감소되어 더 확대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왜 가장 쉽고, 몇몇에게 유익하게 보이는 방법으로 노루와 우리의 터전을 개발의 땅으로 만들어 그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넘겨주고 있는가!

결국 버펄로 대학살에서 보여주듯 가장 큰 피해는 이 땅을 지켜왔던 원주민인 우리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되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날의 비극을 노래로 전하고 있다.

나 어릴적 버팔로와 함께
평원에서 뛰어 놀았네
그러나 지금은
온데간데 없네
아! 옛날이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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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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