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여행'을 뜻하는 크루즈는 제주에서 더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올해 제주에 기항 예정인 크루즈선은 482회. 유라시아 대륙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제주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기항기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크루즈를 통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제주 관광은 크루즈 여행객들이 제주에서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만족감을 줘야 하고, 출입국 수속 등에서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제주의소리>는 이 점에 주목해 직접 한·중·일 크루즈선을 타고 3박4일의 여정을 체험했다. 두 차례에 걸쳐 체험기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한·중·일 크루즈선 직접 타보니] ① 입출국수속 차이 확연...'발상의 전환' 절실 

◆ 내부로 들어가니 눈이 번쩍...카드 하나로 '만사 오케이' 

11만4500톤 규모의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제주를 기항지로 삼고 운항하고 있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최대 승객 378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직원만 1100여명에 달한다.

크루즈 여행은 약 15년 전부터 유럽에서 유행했다. 코스타 세레나호도 지난 2007년 건조됐을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모항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돌았다.

하지만, 중국 크루즈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현재는 중국 상해를 모항으로 제주와 일본을 오가고 있다. 제주가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기항지, 크루즈 허브가 되면서 제주 기항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의소리> 취재팀은 크루즈 여행을 현장 취재하기 위해 직접 코스타 세레나호에 승선했다.

이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전날 중국 상해를 출발해 제주에 도착한 상태였다. 이후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하고, 다시 상해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모항인 상해에서 탑승했다면 총 4박5일 일정이었지만, 취재팀은 제주에서 탑승했기 때문에 일정이 3박 4일로 짧아졌다. 
▲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항에 정박한 코스타 세레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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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 9층 로비. 가운데 수영장이 있고, 바로 앞에서 크루즈선 직원들이 칵테일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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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 3층 식당. 금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취향에 맞춰 식당 내부 전체가 화려한 금색으로 반짝였다.
코스타 세레나호에 승선하자마자 그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루즈 내부에는 11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놓여있었다. 또 11층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하면 최대 13층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각 층마다 객실이 있었고, 높은 층으로 갈수록 객실 가격대가 올라갔다. 또 스위트룸도 갖춰져 있다. 크루즈선 안에는 크고 작은 수영장이 5개가 있었고, 3층과 9층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대형 식당이 자리했다.

여기서 제공되는 식사는 모두 크루즈 여행비에 포함됐기 때문에 무료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몇몇 식당이 더 있었지만, 그곳은 별도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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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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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 면세점.
또 5층에는 카지노가 있었다. 대부분 일본의 도박 게임 파친코였다.

5층에는 면세점, 4층은 코스타 세레나호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면세점 품목은 다양한 편이 아니었다. 가격도 한국 면세점에 비해 비쌌다.

코스타 세레나호를 타면 선사에서 주는 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탑승할 때 신용카드를 소지하면 선사 측에서 자체 제공하는 카드와 연동시켜준다. 해당 카드는 크루즈선 이용객들의 방 열쇠이자, 비용 결제수단으로 사용됐다.

또 카드에는 바코드가 있어 크루즈선을 타고 내릴 때 승객 신원을 확인하는 신분증 역할까지 대신했다.

일반 호텔처럼 각 객실마다 직원이 배정돼 매일 아침, 점심에 방 청소가 이뤄졌다. 대형 호텔이 바다 위를 떠다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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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제공한 카드. 객실 열쇠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신용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상해를 모항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일정의 승객은 약 2500명. 기자를 포함한 한국인 20여명을 제외하고, 다른 외국인 관광객은 보기 힘들었다.

직원들도 상당수가 중국인이었다. 코스타 세레나호 직원 1000여명의 국적은 70개국에 달했다.

중국인 직원들은 면세점과 식당 곳곳에서 일했고, 크루즈선 운항 등을 맡는 이탈리아인, 또 각 식당에서 서빙하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었다. 한국인 직원도 1명 있었다.

한국인 직원은 취재팀과 마주하자 “20일 만에 한국인을 처음 본다. 다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제주를 오가는 크루즈 관광객들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음식도 세계 각국 음식들로 구성됐지만, 대부분 중국사람 입맛에 맞췄다. 모든 음식에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있어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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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 출국 모습. 여권 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항밖으로 나가는데 고작 15분...출국땐 보안검색 생략 추세, 제주는?

19일 오후 10시 제주항을 출발한 코스타 세레나호는 이튿날 오전 10시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항에 도착했다. 

하카타항은 12만톤 규모의 크루즈선 3대가 동시 접안이 가능하며, 2017년까지 22만톤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토록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배에서 내릴 때는 선사 측에서 제공한 카드로 신원만 확인되면 됐다.

이후 하카타항 내부로 들어가니 여권 복사본 뒤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크루즈 이용객임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어진 입국심사. 입국심사대에 설치된 기계에 손가락을 올렸다. 지문을 통해 직원은 얼굴을 확인했고, 별 다른 이상이 없으면 곧바로 통과시켰다. 이어 나갈 때 세관 신고서를 제출했다.

배에서 내리고 하카타항 밖으로 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약 15분. 대부분 항내 이동시간과 입국심사 대기 시간이었다.

이날 코스타 세레나호는 오후 8시 출발 예정이었다. 크루즈선 이용객들은 오후 6시쯤까지 크루즈선으로 복귀하면 됐다.

즉, 기항지에 머무르는 시간은 8시간. 식사시간을 포함해 관광지와 쇼핑센터 등 3곳 정도를 돌 수 있었다.

복귀 할 때 걸리는 시간과 절차는 더 간소했다. 스티커가 붙여진 여권 복사본을 제출하면 일사천리로 배에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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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있는 크루즈 관광객들. 2500여명의 인원이 빠져나가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00명이 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타고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모두 합쳐도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제주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들의 입출국 시간이 총 4시간 가까이 걸리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이 쏟아진 적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우리나라는 허가된 여행사와 운송업자를 통한 고객들에게 간소한 입출국을 허가하고 있다. 일본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입출국 때 반드시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

또 여권 사본만 제출하면 바로 출국할 수 있는 일본과 달리, 제주는 출국할 때도 여권 확인과 보안 검색 과정을 거친다.

보안 검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세계 각국의 많은 크루즈터미널은 입국 때만 보안 검색하고, 출국 때는 그 과정을 생략하는 추세다.

크루즈 선사 자체적으로 기항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관광객들에 대한 보안 검색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등 나라에서 관광을 마치고 크루즈로 복귀하면 선사 자체 보안 검색만 받으면 되지만, 제주를 비롯한 국내는 크루즈 터미널 관계자들의 보안검색과 선사 측 보안 검색을 중복으로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어 관광객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크루즈여객의 출국 수속 지연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제주항에 보안검색 엑스레이 장비를 기존 4대에서 6대(대형3, 소형3)로 늘리고, 보안검색 인력도 기존 18명에서 30명으로 증원했다.

이로인해 3000명 승객 기준으로 1시간 40분 가량 걸렸던 출국 수속 시간이 1시간 10분대로 크게 줄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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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도착한 크루즈 관광객들 손에는 모두 여권 복사본이 들려 있다.
일본 후쿠오카시 경제관광문화국 크루즈 담당 과장 요시타카 코야나기씨는 출입국 간소화를 위해 블랙리스트 시스템을 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요시타카씨는 “선박상륙허가제를 도입해 허가된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했다. 다만, 각국 범죄자 등 블랙리스트를 확보해 지문 검사로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입국했을 때 텅 비어있던 공간은 출국할 때 의자가 놓여 있었다.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요시타카씨는 “선사와 크루즈 여행사, 관계 직원 등과 다양한 논의를 거쳤고, 입출국장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낫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약 60억원을 들여 크루즈 터미널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하카타항 국제터미널은 대지가 1만2000㎡ 정도로, 무려 413억원을 쏟아부은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보다 훨씬 작았다.

제주항 터미널은 대지 6만727㎡에 2층 규모 연면적 9885㎡의 터미널 1동과 194대(승용차 156대, 대형버스 3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다.

결국 항이 크다고 입출국 시간이 빨라지는 것도, 관광객들의 불편이 대폭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요시타카씨는 “(하카타항은)일본 내에서 중국, 한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공항, 고속도로 등 입지가 좋다는 이점을 살려 아시아의 교두보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크루즈선들은 중국을 모항으로 삼고 있는데, 하카타항을 모항으로한 크루즈선을 유치해 중국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방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20일 오후 8시 하카타항에서 출발했다.

전일 항해 일정으로 중간 기항지 없이 곧바로 상해로 향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크루즈선에서 각 부대시설을 이용했다. 공연장에서는 라이브 공연과 마술, 댄스 공연이 펼쳐졌고, 식당가에서는 칵테일쇼 등이 진행됐다.

22일 오전 2시쯤(중국시간) 상해 우송코항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오전 8시가 넘어서 하선이 시작됐다.

상해에 도착해서도 입출국 수속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전에 중국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여권 확인을 통해 실제 얼굴을 대조하는 작업만 거치고, 수속을 마쳤다. 총 소요시간은 일본과 비슷한 약 15분.

실제 상해에 도착하는 퀀텀급 크루즈 관광객 4500명이 출입국하더라도 걸리는 시간은 각각 1시간 30분이 채 안 된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의 50%는 상해 우송코항을 모항으로 하고 있다. 또 우송코항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의 60%는 제주에 기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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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세레나호 12층에서 바라본 상해 우송코항.
2015년 우송코항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운항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이중 300회가 제주를 거친다는 얘기다.

상해는 7만톤급 이상 크루즈선이 아니면 모항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즉, 크루즈선 1대에 평균 2500명의 관광객이 승선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상해에서 제주로 오는 관광객만 70만명에 달한다.

왕 유농(WANG YOUNONG) 우송코 국제크루즈항 발전 유한공사 상무는 “오는 2018년까지 크루즈선 4척이 동시 접안이 가능하도록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도시 상해에 출입국 시스템 간소화를 위해 여권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입출국 시간을 더 줄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 상무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여행 전에 기항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각 기항지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또 모항과 기항지간 모범적인 협력 사례를 만들고 싶다. 우송코항에 빠른 시일내 제주 홍보관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여행은 대체로 야간 운항 뒤 이른 아침 기항지에 도착, 관광객들이 주변을 관광한 다음 오후에 배로 복귀해 다시 운항하는 시스템이다.

기항지마다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8시간 정도다. 8시간에는 입출국 수속 시간도 포함된다.

즉, 제주가 크루즈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 되려면 입출국 시스템의 간소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단순히 장비와 직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형태의 여행이든 초기에는 단체 관광객 위주로 진행되고, 관련 정보가 풍부해지면 개인 관광객들이 늘기 마련이다.

제주 크루즈 산업도 지금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위주이지만, 앞으로 세계 각국의 개별 크루즈 여행객을 유치하려면 출입국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출국하는 관광객들에게까지 보안검색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입출국 대기 시간이 길어 혼잡하기 때문에 시설 규모를 키운다는 제주도의 접근 방식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소중한 취재일정이었다. / 코스타 세레나호 취재 = 글 이동건 기자, 영상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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