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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설 예정인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 그리고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의료영리화저지본부, 영리병원 홍보책자 제작 규탄

제주도가 지난해 말 외국영리병원의 도입 당위성을 홍보하는 책자를 제작하면서 전혀 관련이 없는 ‘응급의료수준 향상’ 예산을 사용,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제주도가 영리병원 관련 안내 책자를 제작하기 위해 ‘응급의료수준 향상’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안내 책자라고 하지만, 사실상 홍보 책자에 가깝다.

제주도가 제작한 '외국의료기관 오해와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소책자는 지난해 하반기 외국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유치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게 일자 유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다. 4000부를 제작해 각 읍면동에 배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자에는 "외국의료기관 설립으로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장기체류하는 의료관광객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보건의료인력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 설립 예정인 녹지국제병원은 47병상 규모로 의료관광객 유치나 고용창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예산 항목이다. 영리병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응급의료 수준 향상' 카테고리로 예산서에 반영됐다. 실무 부서에서 예산부서로 예산을 신청하려면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한다.

제주도는 예산 신청 절차에 따라 '응급의료 수준 향상' 카테고리(사무관리비)로 영리병원 안내책자 예산 175만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예산을 신청할 때 거치는 과정이다. 영리병원 안내 책자 예산은 보건복지여성국 소관 예산인데, 사무관리비로 제작해야 한다. 신청할 때 카테고리가 보건의료정책 수립, 응급의료 향상 카테고리 2개 밖에 없어 응급의료 향상 카테고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숨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카테고리가 없어 응급의료 향상 항목을 선택한 것 뿐”이라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강하게 우려했다

하지만 영리병원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을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보건위생과-34579 외국의료기관 홍보자료 제작 구입’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제주도는 응급의료수준 향상 예산으로 영리병원 홍보책자 비용 175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제주도가 집행한 영리병원 홍보비를 ‘예산낭비신고센터’에 고발해 부당지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제주도는 영리병원 홍보책자구입비 뿐만 아니라 홍보영상, 카드뉴스 등 홍보비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전문 등에 도민의 혈세를 부당 집행하거나 편법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박근혜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도 조례로 의료법인의 병원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가 전면 허용돼 보건의료법이 완전 무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 공공성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보건의료단체들이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누구나 돈 걱정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와 원희룡 도정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서는 도민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됐다.

지난해 6월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응답은 15.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4.7%는 반대했다.

또 지난해 12월 KBS 제주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찬성 21.4%-반대 61.6%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중국 종합부동산 업체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에 추진하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녹지그룹은 778억원을 투자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녹지국제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규모다.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건물과 인력, 장비 등 모든 것을 갖춘 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최종 허가권자는 원희룡 지사다.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우려에도 국내 제1호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제주에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원희룡 도정은 여전히 법규에 따라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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