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그만인데...건축열풍에 재배면적 감소, 노령화, 당국 무관심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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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 전신길씨가 아라동 한복판에 위치한 자신의 딸기밭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전씨는 "알 수 없는 병으로 딸기밭의 상당부분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매해 5월이면 제주시 아라동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아라동이 주산지인 노지딸기가 이 때 수확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열리는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축제’는 분위기를 더욱 들뜨게 만든다. 올해는 아라초등학교에서 5월 14일~15일 이틀 간 열린다. 축제 당일 수확한 신선한 딸기가 직거래 판매된다.

제주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제주시 지역 딸기 생산량 562.3톤 중 325.5톤이 아라동에서 나온다. 특히 하우스딸기가 아닌 노지딸기의 경우 26ha에서 192.6톤을 생산하는 아라동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라주는 딸기’는 아라동에서 생산된 노지딸기에 붙는 브랜드다. ‘알아준다’는 의미와 함께 ‘아라동’을 대표한다는 이중의 뜻이 담겼다. 11년의 역사를 지닌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축제’가 이 브랜드를 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축제 이틀동안 4kg 짜리 3000~4000박스가 순식간에 팔린다. 오후 2시가 넘어가면 사실상 매진된다. 지역주민은 물론 도민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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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주는딸기. ⓒ 제주의소리DB
제주에서 딸기 하면 ‘아라동 딸기’를 누구나 떠올릴 만큼 아라동은 오래전부터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재배를 고집했다. 전국적으로도 드문 노지 딸기 생산지로 차츰 이름을 알렸다. 겨울과일도, 그렇다고 여름과일도 아닌 절묘한(?) 시기에 생산되는 노지딸기의 특성은 인기를 끄는 또하나의 비결이다. 

특히 관이 주도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이뤄낸 성과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작년 제주도 읍면동 지역 주민참여예산사업 256개 가운데 제주시 아라동은 이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장터를 통해 우수사업 4곳 중 하나로 뽑혔다.

그러나 ‘아라주는 딸기’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줄어드는 재배면적이 고민거리다. 부동산 광풍, 건축붐 탓이 크다. 

실제로 아라동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어진 제주아라KCC스위첸, 아라아이파크와 같은 대형 아파트 단지는 원래 딸기밭이 있던 자리였다. 그 이후에도 아라동에는 밭이면 밭마다 빌라와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당연히 딸기밭은 점점 줄어들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주택 개발로 인해 딸기밭 면적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아라동 노지딸기 재배농가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이라는 점. 아라주는딸기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 70여명 중 대부분이 이 연령대다. 이들이 하나 둘 농삿일에서 손을 놓게 되면 ‘아라주는 딸기’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농가들은 ‘아라주는 딸기’가 히트상품이 됐는데도 당국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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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딸기밭을 둘러보고 있는 농민 전신길씨. ⓒ 제주의소리

2000여㎡ 가량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아라동 토박이 전신길(77)씨는 올해 딸기밭 600여㎡가 피해를 입었다. 딸기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것. 관계기관조차 원인 규명이나 종자 개량 등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작물과 달리 딸기의 면적이 많지 않아서인지 당국의 관심이나 제대로 된 교육, 전문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며 “품종개량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철삼 아라동연합청년회장은 “(딸기농사는)다른 작물에 비해 유독 노동집약적인 요소가 강해 인력 부담이 많은데도, 다른 작물과 달리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 당국의 세심한 배려만 있어도 ‘아라주는딸기’가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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