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어겨 중징계→경징계...감사위, 도지사·제주시장에 엄중경고 처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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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비위를 저지른 중징계 대상 공무원들을 무더기 경징계로 완화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무실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을 감봉처분하고, 단란주점에서 소란을 피운 공무원에게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제주시도 마찬가지였다. 보조금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업무상 배임으로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에 감봉 1월,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한 공무원 4명에게 감봉과 견책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9일 인사위원회의 제식구 감싸기 식 처분과 관련, 원희룡 지사와 김병립 제주시장에게 경고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공무원 범죄·비위 등의 조사를 벌여 총 83건에 대해 징계처분을 요구한 결과 이 중 18명이 감경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18명 중 8명은 징계양정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감경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 및 제주도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주도지사 이상 훈격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경우나,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 한해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징계의결 요구권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이 가볍다고 인정되면 그 처분을 하기 전에 심사 또는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시는 징계처분 대상자 8명(제주도 2명, 제주시 6명)이 징계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제주도인사위원회로부터 감경 의결 결과를 통보받고 나서 재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감경 처분했다.

제주도 소속 공무원 A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총 604회에 걸쳐 2억5641만8000원 상당의 스포츠토토 등 도박을 벌였다. A씨는 2014년 6월 법원으로부터 상습도박죄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감사위는 A씨에 대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을 요구했지만, 인사위는 "대출을 받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고, 타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지른 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며 감봉 1월로 의결했다. 인사위가 제주도지방공무원 징계양정 규칙을 어긴 것이다.

제주시청 B 공무원은 오랫동안 제기돼 온 민원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실제로 구입하지도 않은 것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사업비 1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40여명에게 균등 배분했다. 

결국 제주도에 1억5000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힌 B씨는 2014년 11월13일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죄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사위는 "장기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보조사업비를 대체적 보상방안으로 교부했고, 개인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보조금 회수를 위해 노력한 결과 7100만원이 환수됐고, 지금도 회수하고 있다는 점을 정상 참작했다"며 감봉 1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마찬가지로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공무원 4명에 대해서도 감봉 1월의 경징계에 그쳤다.

옛 동료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한 공무원 C씨는 감사위가 경징계를 요구했지만, 인사위는 "강제추행보다 옛 여자친구와 단순한 애정싸움이 발단이 된 사항이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어 불문경고로 의결함이 타당하다"며 불문경고에 그쳤다.

감사위는 "제주도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공직 비위에 대해 엄정한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원희룡 지사와 김병립 제주시장에게 징계처분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관련 부서에 대해 엄중경고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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