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풍력발전 개발대행회사로 전락한 공사, 감사위 감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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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4월30일)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이 취임 한지 1년 6개월이 됐다. 3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으므로, 임명 당시 원희룡 지사가 한 약속을 지킬 것인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제주도의회는 이성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공사 설립 취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장으로서의 전문수행 능력에 다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는 “공공기관장의 업무수행을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중간평가하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때마침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제주에너지공사 종합감사가 진행됐다. 지난 3월 감사위원회는 2016년도 자치감사 계획에 따라 4월18일부터 8일 간 ‘제주에너지공사 종합감사’를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2012년 7월 출범한 에너지공사는 2013년 2월, 출범 초기 지도 위주의 종합감사를 처음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결과를 보면, 관련 규정을 위배해 편성한 본부장 직제와 직원 채용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이 파견되었던 본부장 직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라졌다.

이번에 두 번째로 진행된 종합감사는 출범 이후 4년차에 접어드는 에너지공사의 업무추진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도지사와 도의회의 의견 중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도민 사회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 

이성구 사장 취임 이후 에너지공사는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며 도민사회의 근심과 우려를 불러온 바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문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김녕풍력발전기 화재사고다. 풍력 자체도 도민의 공유자원일 뿐 아니라, 지방공기업인 에너지공사의 발전기도 도민의 공유자산이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화재가 발생했다면 상당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그 이후 수습 과정을 보면 과연 에너지공사가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감당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2010년 10월 제주도가 직영을 하던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제주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 개월간의 기간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에너지공사의 대처는 화재 발생 일주일 후, 단순히 2시간 정도에 걸친 전문가 몇 명의 육안 관찰로 모든 조사를 끝내 버렸다. 

화재가 난 발전기는 국비 수십억원을 지원받아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하였기에 수 백 쪽 짜리 보고서가 발간돼 있는 상태였지만, 에너지공사는 그 보고서 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특히 화재 발생 전부터 사고 장면을 생생히 촬영한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찾아보기나 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은폐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고 직후부터 언론과 환경단체가 원인조사 요구를 수 차례 하였지만, 그 때마다 이성구 사장은 “조사는 보험사에서 할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도민들은 지방에너지공기업 사장으로서 책임감과 신뢰성있는 모습을 원했던 것인데, 에너지공사는 약 14억 원의 보험금만 수령 한 후, 보다 더 큰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리파워링’(repowering) 계획을 추진했다. 

왜 불이 났는지도 모른 채, 또 다시 새로운 발전기를 번듯하게 세우겠다는 것은 과거는 알려고도 하지 말고 덮어두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혹시라도 화재원인으로 작용했을 지도 모를 기계적 결함이 있는 기종을 선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고조사는 매우 중요한 대응조치였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난해 10월30일 열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김녕풍력발전기 화재에 대한 철저한 원인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위성곤 의원은 감사위원회 조사청구까지 언급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날은 이성구 사장의 취임 1주년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제주에너지공사가 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자료 중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를 보면, 기존 7월15일 수행했던 육안 검사의 내용만 반복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추가적인 원인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완결'이라고 돼 있다. 화재원인에 대한 과학적 재조사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또는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우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와 관련해 지구 지정에 대한 도의회 동의 부대조건도 이행하지 않았다. 2014년 3월31일 열린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에서는 ‘동복 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 심의를 하면서 “도민참여 방안 등 개발이익 공유화 대책을 마련해 의회에 보고하고 도민들에게 홍보할 것”이라는 부대조건을 명시했다.
 
그런데도 제주에너지공사는 개발이익공유화계획은 제출했지만 다른 민간사업자와는 달리 ‘당기순이익의 17.5% 기부’라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이마저도 아직까지 의회 보고라든지 도민 홍보를 실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성구 사장은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 준공식 날 <KBS제주> 뉴스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업자 만큼의 이익공유 기준도 필요없다는 인식을 언론을 통해 내비췄다. 이미 지난 번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부대조건 미이행을 지적하였지만, 그 후로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에너지공사의 개발이익 공유화계획은 그 흔한 신문광고에서 조차 찾아보지 못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하수를 취수하면서 사용량에 따른 ‘원수대금’을 납부할 뿐 아니라, 수익금 중 일부는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제주도에 배당하고 있다. 그런데 똑같이 주식을 100% 제주도가 소유한 에너지공사는 개발공사처럼 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그 이름과 관련 규정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너지공사는 관련 조례에 따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석유․가스․석탄 등의 생산, 수송, 분배, 판매,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에너지공사는 육․해상 풍력발전사업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풍력발전공사’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마저도 제대로 한다면 다행이지만, 현재 추진 내용은 에너지공사의 존재 이유를 퇴색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주도가 수립해 추진 중인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에 따라 제주에너지공사를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받았지만, 실제로 발전사업허가와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을 사업자는 민간자본이기 때문에 에너지공사는 일종의 ‘디벨로퍼’(프로젝트 개발자)역할로 그친다. 

이런 역할은 이미 민간업자들이 하고 있는 일이고, 에너지공사 설립 전에도 진행되었기 때문에, 굳이 에너지공사가 담당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런 과정에서 에너지공사는 육․해상 풍력발전지구 후보지 공모과정에서 스스로 공고한 기준을 초과해 후보지를 선정하기까지 했다. 해상풍력발전지구 후보지를 2개소 선정한다고 공고했지만, 결과는 3개소를 발표했고, 해당 지역들은 이미 민간대기업들이 추진했던 지역이라 특혜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임 우근민 도정에서처럼 민간자본에게 또 다시 사업허가를 내줄 것이라면, ‘풍력발전공사’라는 비아냥도 아쉬운 처지가 될 것이다. 발전사업도 추진하는 못하는 에너지공사는 사실상 존재이유가 없다. 물론 최근에 태양광 발전사업과 바이오매스 열병합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것만 한다면 ‘재생가능에너지공사’ 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제주도 에너지공급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LNG 도입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면, LNG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배열을 이용한 집단에너지공급사업, 압축천연가스를 활용한 공영버스 및 청소차량 등 충전사업 통한 대기질 개선 및 공사 수익개선, LNG발전소 건설 이후 기존 삼양 및 한림 화력발전소내 유류탱크 활용 석유류 비축 및 공급사업 등 을 충분히 계획할 수 있음에도, 전혀 고민이 없다. 며칠 전 제주도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 10대 전략 중 하나로 (가칭) ‘제주가스공사’ 설립이 포함된 것을 보면, 사실상 제주에너지공사는 제주도로 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녕 풍력발전기 화재 조사 미이행,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 지구 지정 도의회 동의 부대조건 미이행, 민간자본을 위한 육․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추진 등 문제가 되는 제주에너지공사의 업무는 상당히 심각하다. 

따라서 감사위원회가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문제를 엄격하고 꼼꼼하게 점검했는지 몇 달 뒤 공개될 감사결과가 궁금하다. 원희룡 지사가 약속한 중간평가가 어떤 방식을 통해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이번 감사위원회 종합감사가 그 중에 하나가 된다면, 누구와는 다르게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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