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위 결정 연기요청·정치논리 배제(?) 주장…26일 최종 결정

4.15총선에 앞서 APEC 정상회의 개최지를 결정해 달라며 노무현 정부에 대해 정치적 압박을 가했던 부산시가 이번에는 거꾸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며 개최지 결정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늘(20일) 결정 예정이었던 APEC정상회의 개최지는 내달 1일로 연기됐다.

이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APEC 개최지를 부산에 줘라"며 부산 표심에 목말라 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던 부산이 4.15총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압승으로 끝나고, 반대로 제주에서는 열린우리당이 3석 전부를 차지하자 이번에는 말을 바꿔 '정치 개입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이홍구 APEC개최도시선정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오전 10시 외교통상부 17층 회의실에서 제4차 회의를 열기에 앞서 "APEC 유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 시설, 안전 등 각종 평가 기준을 재검토한 후 신중히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날 회의에서 개최지를 결정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늦어도 내달 1일까지 단수 추천안을 만들어 APEC 개최 준비위원회에 넘길 예정으로 앞으로 한 두 차례 회의를 추가로 더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정위원회는 오는 26일 5차를 열어 단수 추천안을 확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후 5월1일 최종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당초 '객관적 기준'에 의해 APEC 개최지를 결정해 줄 것을 요구했던 제주도와는 달리 부산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가 하면, 부산시장과 부산출신 당선자들이 잇따라 선정위를 방문하면서 또 다른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19일 오후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이홍구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개최도시 결정을 이달 말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초 총선이전에 APEC 개최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자신들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셈이다.

또 김무성 정의화 권철현 김병호 안경률 엄호성 이재웅 등 한나라당 소속 부산출신 당선자 9명은 개최지선정위 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20일 오전 정부종합청사내 APEC 개최지 선정위 사무실을 방문해 "APEC 정상회담 및 각료회의는 부산에 유치돼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는 등 시종 일관 정치적 결정만을 시도하고 있다.

객관적인 조건에 따를 경우 제주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부산시와 부산유치위,그리고 부산 정치권은 총선 이전 결정을 강력히 촉구했으나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로 끝나자 이번에는 자신들이 "개최도시 결정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우려가 있다"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시 스스로가 제주도에 비해 비교열위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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