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2시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32차 제주문화관광포럼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입장료 신설과 인상에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세계자연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190곳 밖에 없는 보호지역이기에 제주도를 자연유산 보전 관련 차원에서 수요관리의 명목으로 입장료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한 경제학적으로 관광요금에 대한 탄력성이 낮다는 이유로 요금을 올려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요금을 올리는 게 합리적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인상의 방법으로는 조세저항의 최소화를 위해 입도객에게 입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나왔다.

3년 전인 2013년 4월 25일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새 정부의 재정정책과 제주도의 자주재원 확충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관광세와 입도세, 환경세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제발표가 있었다. 

자주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는 배제하고 세계자연유산 입장료에 한해 입도세 신설이 가장 무난한 방법 처럼 보인다. 그러나 징수 편의주의에 입각한 입도세 신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입도하는 항공기나 선박요금에 부과할 수밖에 없는 입도세는 자칫하면 국내관광 1번지인 제주관광에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아오는 불특정 다수의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입도세는 자칫 지역이기주의라는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숫자에 함몰되어 있는 제주관광의 패러다임을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의 자연환경은 우리 세대에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자연자원을 빌려서 쓰는 것이기에 오히려 잘 보전하여 넘겨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한라산 입산총량제를 실시하고 예약팀 마다 산 해설사를 배치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환경보전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출봉, 만장굴, 거문오름 등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과 관련된 관광시설들의 보전관련비용과 훼손복구비용 등을 위해 입장료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면 이는 실제 이용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관광정서에도 부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관광정책의 핵심이 지금까지의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는 양적성장에서 탈피하여 후손만대에 물려줄 제주환경보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관광정책의 패러다임을 질적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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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섭 베트남 호치민 3DArt Museum 관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몇해전 백두산을 구경하기 위해 중국관광을 할 때, 장백산 입산료 125위안과 관광버스비로 85위안을 지불했다. 천혜의 비경인 백두산 천지를 구경하기 위해 1인당 210위안. 우리 돈으로 4만원 가까운 비용을 흔쾌히 지불했던 기억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을 구경하기 위해 내가 이용하는 관광시설에 환경부담금은 흔쾌히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 강한섭·베트남 호치민 3DArt Museum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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