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언론 시선집중...'반기문 대망론'에 '멍석' 깔아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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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반기문 블랙홀'로 빠져들었다.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대주제로 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제주포럼. 

이번 제주포럼에는 전현직 정부 고위인사, 국제기구 대표, 주한 외교사절, 기업인, 언론인 등 60여개국에서 50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안보, 경제경영, 기후변화·환경, 여성·교육·문화, 글로벌 제주 등 5개 분야 69개 세션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제주포럼에서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토론이나 세션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온통 '반기문'만 보일 뿐이다.

4.13총선 이후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정치적 위상이 떨어지고 대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 것과 맞물려 정치권의 시선이 약 1년만에 방한한 반 총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동향(충청권)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이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포럼에 참석하면서 반 총장의 행보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충청권 대망론'과 '반기문 대망론'이 겹치면서 반 총장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겁다. 중앙 취재단의 규모가 예년의 2~3배로, 제주포럼 프레스룸에는 책상이 부족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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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포럼에 참석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을 마친 후 문을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반 총장 본인도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25일 제주에 도착한 후 제주롯데호텔에서 가진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일부 일정은 반 총장 위주로 돌아갔다. 반 총장은 26일 오전 전직 외교부장관들과의 조찬, 개회식 기조발언에 이어 황교안 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전직 수상들조차 반 총장과 오찬 도중 '실제로 대선 출마를 결심했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원희룡 지사는 "어제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로 반 총장이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고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오늘(26일) 오찬에서도 대권 출마와 연계해서 언론이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본 뜻보다 앞서 나가는 보도가 됐는데, 실제로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니라고 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제주포럼 기조연설 등을 위해 제주를 찾은 반 총장. 올해 제주포럼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론의 장'이라기 보다 반 총장의 대망론에 '멍석'을 깔아준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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