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언론 시선집중...'반기문 대망론'에 '멍석' 깔아준 셈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대주제로 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제주포럼.
이번 제주포럼에는 전현직 정부 고위인사, 국제기구 대표, 주한 외교사절, 기업인, 언론인 등 60여개국에서 50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안보, 경제경영, 기후변화·환경, 여성·교육·문화, 글로벌 제주 등 5개 분야 69개 세션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제주포럼에서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토론이나 세션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온통 '반기문'만 보일 뿐이다.
4.13총선 이후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정치적 위상이 떨어지고 대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 것과 맞물려 정치권의 시선이 약 1년만에 방한한 반 총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동향(충청권)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이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포럼에 참석하면서 반 총장의 행보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충청권 대망론'과 '반기문 대망론'이 겹치면서 반 총장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겁다. 중앙 취재단의 규모가 예년의 2~3배로, 제주포럼 프레스룸에는 책상이 부족할 정도다.
반 총장 본인도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25일 제주에 도착한 후 제주롯데호텔에서 가진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일부 일정은 반 총장 위주로 돌아갔다. 반 총장은 26일 오전 전직 외교부장관들과의 조찬, 개회식 기조발언에 이어 황교안 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전직 수상들조차 반 총장과 오찬 도중 '실제로 대선 출마를 결심했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원희룡 지사는 "어제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로 반 총장이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고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오늘(26일) 오찬에서도 대권 출마와 연계해서 언론이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본 뜻보다 앞서 나가는 보도가 됐는데, 실제로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니라고 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제주포럼 기조연설 등을 위해 제주를 찾은 반 총장. 올해 제주포럼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론의 장'이라기 보다 반 총장의 대망론에 '멍석'을 깔아준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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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leerevo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