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죄르너 본대학 교수 “국사 아닌 지역사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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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포럼 둘째 날인 26일 열린 '동아시아 역사문제와 리더십' 세션. ⓒ 제주의소리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동아시아 역사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포럼 개회식에서 제시한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 연대 강화’라는 메시지와도 밀접하다.

제주포럼 둘째 날 오후 2시부터 동북아역사재단 주관으로 열린 ‘동아시아 역사문제와 리더십’ 세션이 많은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이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전 세계 석학들은 기존 정부 주도 차원의 역사 문제 접근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토 준로 츠쿠바대학교 교수는 “정부 간 공동연구에서는 곤란한 점이 많다. 정부를 대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국가 간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학술적인 역사 연구를 위해서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가 더 유효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통역사교과서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이에 앞서 양국 간 역사교과서를 분석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간 기관 차원의 워크숍이 귀중하다”며 “이것이 특정 민족주의에 지배받지 않는 역사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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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포럼 둘째 날인 26일. '동아시아 역사문제와 리더십'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레인하드 죄르너 본대학교 교수. ⓒ 제주의소리

이어 발표에 나선 레인하드 죄르너 본대학교 교수의 제안은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국가적인 역사관인 국사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었지만 주류의 역사로 인정받지 못했던 제주 입장에서도 주목할만한 발언이다.

먼저 예로 든 것이 일본의 지바현에 위치한 다테야마시의 지역사. 일본군위안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조각상이 있는 추모장소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는 “‘로컬 메모리’를 통해서 한일 관계에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945년 이후 일본 기독교에서 일본군위안부를 기리기 위해 추모비를 만들었다는 건 국가 차원의 정치와는 무관하다”며 “이는 여성들의 존엄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이는 각 국가의 역사적 담론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 곳에서는 아직까지도 주민들이 일본군위안부를 기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현지 주민들이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장소로서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대마도(쓰시마 섬)에서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던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의 존재를 언급하며 “그는 물론 일본 국익을 위해서 일했지만, 그럼에도 항상 조선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조선을 위해 중재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이런 인물들을 주목하는 것도 거대 정치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평화롭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주의를 넘어선 ‘동아시아 공동체’의 마중물로서 제주포럼의 가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지도자들은 내셔널리즘의 저주를 넘지 못하고 그 틀에 박혀있다”며 “동아시아의 공동체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해서는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다자간의 대화 채널이 생겨난다면, 함께 기억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화두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있다”며 “제주포럼 역시 이런 지향점에 일조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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