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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제주 해녀 강경옥씨가 제주포럼에서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있다.
[제주포럼] '중군 해녀' 강경옥 “하군 후배 테왁에 해산물 채워주고 싶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살고 있는 강경옥(38)씨. 강씨는 제주에서 ‘막내 해녀’로 불린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제주포럼 마지막날인 27일 오후 2시부터 제주도와 월드컬쳐오픈이 준비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꾸는 꿈’ 세션에서 막내 해녀 강씨는 수줍은 듯 무대에 올라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강씨의 어머니 김기순(66)씨도 해녀다. 강씨는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항상 바다에 가서 어머니가 물질로 잡은 성게 등을 다듬는 일을 도와야 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생각했다.

“난 해녀를 하지 않을거야”

부산 남자를 만나 결혼한 강씨는 제주를 떠났지만, 부산에서 남편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귀향했다.

제주로 온 그녀는 마을 어촌계에서 일했다. 어촌계에서 해녀 삼촌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옆에서 바라본 그녀는 마침내 해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35세에 해녀가 된 그녀는 최근 ‘중군’으로 실력이 올랐다. 제주 해녀는 ‘하군’, ‘중군’, ‘상군’으로 나뉜다. 상군에 가까울수록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좋은 해녀다.

강씨가 하군일 때 해녀 삼촌들은 그녀를 ‘똥군(초보 하군 해녀를 뜻하는 말)’이라 불렀다. “무사 (해녀)하잰 햄시냐. (얼마나 힘든지) 해봐사 알주(왜 해녀를 하고 싶어 하느냐. 얼마나 힘든지 해봐야 알지)

그녀는 물질할 때마다 멀미를 하고, 구토했다. 왜 제주 해녀들이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 자식들을 먹여살린다’란 말을 듣는지 몸으로 겪었다.

하지만 문어를 잡고, 소라를 채취했을 때 기쁨 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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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 왼쪽부터 사회자 한상엽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소풍 대표, 이와이 미사키, 양광레이, 로렌 싱어, 강경옥 씨.
최근 그녀는 상군의 해녀 삼촌들을 쫓아 먼 바다로 나갔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바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날 강씨의 테왁(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도구)은 텅텅 비었다. 하지만, 물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테왁은 각종 해산물로 가득찼다.

상군의 해녀 삼촌들이 “원래 경 하는 거여(원래 다 그런거야)”라며 자신이 채취한 해산물들을 강씨 테왁에 집어 넣은 것. 강씨는 그대로 울음을 터트렸다.

강씨는 “물질은 혼자서 할 수 없다. 혼자서 물질 하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닻 등에 다리가 걸리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해녀들이 다같이 작업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눌음(제주 전래의 협업 풍습) 없이는 제주 농촌과 어촌의 미래는 없다. 난 남편과 함께 농사도 짓고 있다. 올해는 감자를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솔직히 거창한 꿈은 없다. 꿈이라고 한다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또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바다에서 물질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그녀의 다음 말을 진정한 강씨의 꿈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상군 해녀 삼촌들이 한 것처럼 나도 언젠간 하군 해녀들의 테왁을 채워주고 싶다. 그 꿈을 갖고 바다로 향한다.”

이날 세션에서는 한 공간에서 200여명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이와이 미사키 이벤트 협력 매니저와 소수민족의 노래를 도시로 가져오는 양광레이 중국 월드뮤직상하이 예술감독, 4년 동안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을 쓰지 않는 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로렌 싱어씨 등이 자신의 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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